이집트 원전 2차 측 수주…원전 10기 수출 시동
이집트 원전 2차 측 수주…원전 10기 수출 시동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2.08.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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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戰 위기 극복하고 엘다바원전 기자재·터빈 등 계약 체결
신한울 #3·4 건설 재개까지 원전업계 수주 공백 메울 것으로 기대
중동·아프리카 진출 발판…韓 원전 경쟁력과 기술력 보여주는 계기
입찰 막바지 이른 체코·폴란드·사우디 등 원전수출 역량 총력 전망
윤 대통령 국가핵심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 아끼지 않을 것 약속
이집트 첫 원전인 엘다바원전 조감도.
이집트 첫 원전인 엘다바원전 조감도.

【에너지타임즈】 2009년 UAE원전 수주 13년 만에 대규모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한수원이 이집트 엘다바원전 2차 측 건설을 수주한 것인데 이 사업은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까지 이어질 원전 업계 수주 공백기를 대체하는 한편 신정부의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25일 대통령실·산업통상자원부·한국수력원자력(주)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날 러시아 로사톰(Rosatom)의 자회사인 JSC ASE와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EL-Dabba)원전의 기자재·터빈 시공 분야 계약을 체결했다.

엘다바원전 프로젝트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300km 떨어진 엘다바 지역에 2030년까지 모두 300억 달러(한화 40조 원가량)를 투입해 발전설비용량 1200MW급 러시아 노형인 VVER-1200 4기를 건설하는 것으로 이집트 원자력청에서 발주하고 JSC ASE에서 수주한 사업이다.

이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한수원은 내년 8월부터 2029년까지 기자재 공급과 터빈 건물 시공 등 원자로를 제외한 2차 측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패이스북을 통해 원전건설 수주 소식을 전하면서 “저부터 발로 뛰면서 세계 수준인 우리의 우수한 원전을 알리고 원전 산업이 국가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또 그는 “이번 계약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전 생태계 복원에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이집트 원전 수출에 힘써준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탈원전 폐기 정책과 원전 수출 정책, 외교, 한수원 노력 등이 합쳐져 계약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한 뒤 “올해를 원전 수출 원년으로 삼아 원전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엘다바원전 2차 측 건설 사업 수주는 UAE원전 사업에서 보여준 우리의 우수한 건설역량과 사업관리 능력을 입증받은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한수원은 이집트와 유사한 환경인 UAE의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엘다바원전 사업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 원전 수출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번 수주는 수주 절벽으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원전 기자재·시공업체에 일감을 공급하는 등 원전 생태계 활성화 등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까지 원전 업계 공백기를 채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수주는 아프리카 중심인 이집트가 최초로 시행하는 원전 사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앞으로 중동·아프리카 지역 진출에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의미와 함께 세계 최저 수준의 건설단가와 100개 이상의 국내 기자재 업체를 바탕으로 계획된 예산과 공기 준수를 하는 우리 원전 경쟁력과 기술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수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란 변수 속에서 체결돼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앞선 2017년 한수원은 JSC ASE에서 이집트 원자력청으로부터 이 사업 수주에 성공한 뒤 이 사업 참여 여부를 타진했으며, 지난해 12월 JSC ASE 단독 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본계약은 지난 4월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 러시아 제재가 이어지면서 지난 6월로 한 차례 미뤄진 바 있다. 러시아 은행에 대한 미국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 제재로 공사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 조달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위기에 대통령실·산업부·외교부·한수원·전략물자관리원 등은 수출 통제 등에 대한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이집트 엘다바원전 프로젝트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3조 원대 수주를 뒷받침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돌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가 시작됐고 일부에선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위기에서 “러시아 측과 이집트 현지 입장, 미국 입장 등을 수시로 점검했고 미국이 가진 입장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부분을 산업부뿐만 아니라 외교부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설명함으로써 미국 측에서 납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금 조달이나 회수 문제에 대해 “어떤 돌발적 상황이 생길지 모르나 극단적인 경우를 생각 안 하면 수주에 대한 대가를 받는 문제는 현재까지 괜찮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집트 최초의 원전 사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기업이 최선을 다할 것이란 메시지를 이집트 한국대사를 통해 압델 파타 엘시시(Abdel Fattah elSisi) 이집트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5일 한수원이 이집트에서 JSC ASE와 엘다바원전 2차 측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계약식에 참석한 황주호 한수원 사장 등이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5일 한수원이 이집트에서 JSC ASE와 엘다바원전 2차 측 건설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계약식에 참석한 황주호 한수원 사장 등이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편 이번 이집트 엘다바원전 수주는 신정부가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실현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정부는 앞서 출범시킨 원전 수출 컨트롤타워인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체코와 폴란드 등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국가를 집중공략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체코는 두코바니원전 부지 내 발전설비용량 1000~1200MW급 원전 1기를 건설하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원전 최대 3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신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체코 정부는 안보 평가를 통과한 한수원을 비롯해 미국 WEC와 프랑스 EDF 등 3곳 공급사를 대상으로 2단계 입찰절차를 발표했으며, 체코전력공사는 오는 11월까지 입찰서 접수를 완료한 뒤 2023년까지 입찰서 평가 결과 발표, 2024년 계약 체결을 목표로 잡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2033년 신규원전 1기 운영을 시작으로 2043년까지 6기 원전을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 바 있으며, 한국·미국·프랑스 등을 대상으로 원전 사업 제안을 요청했다. 한수원은 지난 4월 폴란드 신규 원전 사업제안서를 전달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까지 발전설비용량 1400MW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프랑스·중국·러시아 등이 경쟁을 하고 있다.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경남 창원시 소재)을 방문해 원자로 제작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경남 창원시 소재)을 방문해 원자로 제작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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