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전기·가스 도매가격 급등…소매사업자 파산 속출
英 전기·가스 도매가격 급등…소매사업자 파산 속출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2.07.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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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상한제로 가격 상승 제동 걸리면서 30곳 소매사업자 파산
소매사업자 파산 따른 소비자 이전비 최대 24억 파운드 추산돼
파산 따른 이전비 미래 소비자와 납세자에 전가될 것으로 전망
파산 원인으로 요금 비탄력 운용과 낮은 시장진입 문턱 손꼽혀
영국 국기.
영국 국기.

【에너지타임즈】 영국의 전기·가스 소매사업자 파산이 이어지고 있다. 도매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요금 인상에 제동이 걸린데다 새로운 사업자 진입을 장력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시장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손꼽힌다. 그러면서 이 사업자 파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시장 모델이 영국인 점을 고려할 때 시사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산업 구조 개편이 중단되면서 소매시장이 개방되지 않았으나 윤석열 정부가 한전의 독점 판매구조를 깨겠다는 정책을 내놓는 등 사실상 소매시장 개방을 염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 경영연구원이 지난 5일 영국의 경영컨설팅 기업인 옥세라(OXERA)가 발표한 보고서인 ‘오프젬(ofgem) 에너지 시장 규제 검토(Review of Ofgem's regulation of the energy supply market)’를 바탕으로 ‘영국 전기·가스 소매사업자 파산 동향’이란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오프젬은 영국의 에너지 규제기관이다.

지난해 하반기 전기·가스 도매가격이 급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2018년 제정된 전기·가스 소매요금 상한제도인 소비자보호정책(Default Tariff Cap)으로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리면서 올해 1/4분기까지 모두 30개에 달하는 전기·가스 소매사업자가 파산했다.

이들 사업자 파산에도 불구하고 기존 소비자는 전기와 가스의 공급을 보장받을 수 있으나 파산으로 인한 소비자 이관에 필요한 비용은 미래 소비자와 납세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보장공급제도(Supplier of Last Resort)에 따라 파산한 사업자의 기존 소비자들은 새로운 사업자에게 그대로 이전되고, 대형 사업자의 기존 소비자들은 특별관리제도(Special Administration Regime)에 의거 정부가 임시로 관리한 후 새로운 사업자에게 이관되도록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산한 사업자 중 가장 큰 회사인 Bulb 소비자 170만 명은 특별관리제도에 의거 영국 정부가 임시로 관리하고 있다.

이번 전기·가스 소매사업자 파산으로 인한 소비자 이전 비용은 최대 24억 파운드(한화 3조7000억 원가량)로 추산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전기·가스 소매사업자 파산 원인으로 소비자 보호 요금규제의 비탄력적 운용을 손꼽았다.

2018년 제정된 가정용 전기·가스법(Domestic Gas and Electricity Act)에 의거 요금 상한선이 6개월 주기로 조정되나 도매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소매가격과 괴리가 누적된 것이다. 실제로 2020년 하반기부터 연료 가격 급등으로 전력 도매가격이 상승했으나 요금 상한선으로 인해 요금을 올리지 못했다. 소매사업자는 산정 주기 단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이 보고서는 소매사업자 재무 건전성 악화를 전기·가스 소매사업자 파산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오프젬은 에너지 시장에 새로운 소매사업자 진입을 장려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2003년부터 2019년까지 과도한 규제를 지양함으로써 시장 진입장벽을 낮췄다. 운전자본에 대한 필수요건을 없애는 등 최소의 자본으로 시장에 진입하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 정책으로 신규 소매사업자는 2015년 29개 업체에서 2018년 70개로 대폭 증가했으나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늘었다. 또 2018년 겨울 악천후로 인한 소매사업자들의 파산 영향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재무 안정성 등 진입규제 요건을 신설한 후 소매사업자는 감소 추세로 전환된 바 있다.

특히 시장의 진입과 퇴출에 부담이 적은 신규 전기·가스 소매사업자들은 재무 건전성이 취약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지속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함으로써 신규 전기·가스 소매사업자들은 고위험·고수익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함으로써 도매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 재무 건전성이 악화돼 파산에 이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또 2021년 하반기 전기·가스 도매가격 급등과 규제기관 요금 상한선 도입으로 고수익·고위험 모델을 추구한 소매사업자는 재무 건전성 악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재무 건전성이 양호한 사업자는 배당금 지급을 줄이면서 재무위기 상황에 대응했으나 파산한 사업자는 자본액 감소와 함께 자본 조달을 위해 신주를 발행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한편 전국전력노동조합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LNG 가격 12.7배 폭등 등 연료비 상승으로 우리나라는 전기요금 6.6% 인상했다.

반면에 프랑스는 28%, 일본 35%, 스페인 87%, 영국 88%, 이탈리아 121%로 전기요금을 각각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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