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뒷면 가려진 석탄발전…이래도 퇴출?
동전의 뒷면 가려진 석탄발전…이래도 퇴출?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1.12.30 17: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너지 다변화와 공급처 다변화 악화 따른 에너지 안보 위축 우려
이산화탄소 배출하지 않는 석탄발전소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냐
발전소 고용 안정화와 지역경제 위축 등 사회적 문제 해결도 가능
원전 도입 쉽지 않은 개발도상국 대상으로 수출 상품화 기회 존재

【에너지타임즈】 현 정부 들어서면서 ‘탈(脫)’이란 수식어가 붙지 않은 석탄과 석탄발전은 금기어가 돼 버렸다. 일부만 보고 전체를 섣불리 단정 지으면서 발생하는 오류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측면이 없잖아 있다.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계획을 추진하고 수립하는 과정에서 석탄발전은 적폐로 낙인이 찍혀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고, 석탄발전 언급만으로 사회적 질타를 받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다.

모든 동전에는 양면이 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다면 장점도 있다. 현 정부는 석탄발전에 단점이 있다는 것만으로 존재의 가치를 무시해 버린 경향이 있다.

통상 존재의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논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논의에도 대안을 찾지 못한다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퇴출로 이어져야 한다.

노조나 종사자의 입이 열리지 못할 정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 같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었을까.

지난해 11월 열린 COP26 총회에서 석탄발전에 대한 당사국들의 의미 있는 합의가 있었다. 정부나 여론은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이란 문구를 넣은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성과라고 평가했으나 이 합의문을 찬찬히 뜯어보면 석탄발전은 무조건 감축이란 것은 아니다. 이산화탄소 저감 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이란 조건이 달려 있다.

중국과 인도 등의 반발이 있었다고는 하나 당사국들은 표면적으로 석탄발전 가치를 인정한 것이고, 석탄발전 가동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은 어쩔 수 없지만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본지는 어려운 문제지만 이산화탄소 감축 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당사국들의 합의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석탄발전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본다.

태안화력 전경.
태안화력 전경.

재생E 간헐성 따른 주파수 조정 가능
전력계통 치명적인 충격 불가피 전망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석탄발전 폐지는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분명 존재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안보는 에너지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100% 보급해 전력을 생산한다면 이보다 강한 에너지 안보는 없다. 다만 재생에너지 100% 보급에 따른 에너지 공급엔 누구나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바람직한 전원구성은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 불가피하게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해야 한다면 에너지를 다변화하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것도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이다.

과거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는 우리나라 전원을 수력발전과 중유발전 중심에서 원전과 석탄발전, 가스복합발전, 중유발전, 수력발전, 양수발전 등으로 다변화하는 계기가 된 바 있다.

식량 전쟁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값싼 식량을 과도하게 특정국에 의존하게 되면, 자국 내 기반이 없어져 결국 지배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엔 값싼 식량을 공급하나 식량 생산기반이 없어지면 가격을 올려 식량을 무기화한다는 것이다. 중동을 둘러싼 끊임없는 갈등과 전쟁이 그런 것이다.

에너지전환에 의거 석탄발전 대신 가스발전을 건설하겠다는 정책도 이 같은 측면에서 에너지 안보가 취약해진다. 에너지 다변화와 공급처 다변화 측면에 따른 효과가 큰 폭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서방국 간 갈등에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로 활용한다는 점은 분명 눈여겨볼 일이다. 또 최근 요소수 사태 등 광물·자원 등의 문제도 이와 맥을 함께한다.

수소도 자급자족이 가능한 에너지지만 일정 수준으로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해외에 의존하게 되는 탓에 에너지 다변화에 따른 연료의 한 종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석탄발전이 대용량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과 기동시간이 오래 걸리나 가동 중 출력조정이 효율적이란 점, 전력계통 운영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 등은 국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석탄발전이 주파수 조정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석탄발전 등 대형 발전원 대신 재생에너지가 대체된다면 ESS 등의 대규모 보급이 불가피해져 재생에너지 보급에 필요한 비용보다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전력계통 운영 관계자는 “대형 발전원이 줄어드는 만큼 전력계통이 받는 스트레스 또한 늘어나게 되고 관리는 한층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본 뒤 “재생에너지는 소형 발전원인데다 곳곳에 분산돼 있어 관리가 어렵고 출력을 임의대로 조정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어 전력계통에 치명적인 충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원전이나 석탄발전 등 대형 발전원이 폐지되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발전원이 재편된다면 일상적인 정전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주파수 조정은 공급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발전원이 재편된다면 수요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또 잦은 정전은 필수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건물이나 시설 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비상 발전기 가동률 증가로 이어져 그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도 만만찮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발전업계 종사자들은 재생에너지 보급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필요한 석탄발전을 좌초자산으로 보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면서 석탄발전 보급을 확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좌초자산에 내몰린 석탄발전소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무탄소연료 혼소 등으로 발생 최소화
CCS 등으로 대기 중 완전 격리 가능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석탄발전 폐지는 고민해볼 문제다. 그렇지만 문제는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함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은 비용의 문제였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이 발전업계 중론이다. 그것보다 석탄발전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면서까지 석탄발전을 굳이 폐지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COP26 총회에 참석한 당사국들도 지금의 석탄발전은 퇴출이 불가피하다고 봤으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면 석탄발전도 인정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발전업계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배출하지는 않는 석탄발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어쩔 수 없지만 이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적은 연료로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효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고열량 연료 사용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연료를 함께 사용한다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고, 이차적으로 석탄발전 가동으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과 설비를 통해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석탄발전이 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발생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함께 운영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도 이 기술력은 발전될 것이기 때문에 효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는 분명히 있다.

게다가 탄소를 포함하지 않은 무탄소 연료인 암모니아를 연료로 대체하는 만큼 석탄발전 가동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을 비례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정부에서 목표로 삼고 있는 암모니아 20% 연료로 대체하게 된다면 이론적으로 석탄발전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20%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암모니아를 50%까지 높인다면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50%까지 줄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석탄발전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가스발전과 같은 수준에 이를 수 있다. 가스복합발전도 현재 석탄발전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절반 수준에서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의원이 국정감사 때마다 비아냥거렸던 석탄가스화복합발전(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도 연료를 유연탄으로 사용하나 이산화탄소 발생을 가스발전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발전원 중 하나다.

그렇다면 석탄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가스발전은 CCS(Carbon Capture & Storage) 기술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지 않기로 방향이 정해졌다. 석탄발전도 이를 적용한다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CCS 기술을 활용한다면 석탄발전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을 수 있는 발전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CCS 기술이 가스발전보다 석탄발전에 더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CCS 기술이 발전되더라도 CCS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선 상당한 부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로는 발전소보다 몇 배에 달하는 부지가 필요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면서 가스발전에 CCS 설비를 설치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란 지적도 있다. 가스발전 대부분이 도심 인근에 건설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CCS 설치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발전업계 일부 종사자들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석탄발전에 대한 경제성을 따지는 것과 관련해서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을 본격화한 것엔 경제성을 따지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석탄발전 대체 가스발전 건설 쉽잖아
국가적 측면서 좌초자산 발생도 막아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석탄발전은 탄소중립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새로운 수출모델로써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과 함께 가스발전도 정상적으로 확대돼야 하나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민간발전사는 이미 가스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미온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업환경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발전공기업도 석탄발전을 대체할 가스발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역주민 반발 등에 부딪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 목표한 가스발전 보급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고용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CCS 등 대규모 설비가 투입되면서 이 설비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인력은 되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발전소 종사자들은 전환 교육 등의 대책을 내놨으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발전공기업 직원들은 이 문제에서 조금은 자유로우나 협력회사 직원들의 살길은 막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석탄발전 폐지 후 지역경제가 위축된다는 문제도 문제로 손꼽힌다. 지역지원사업은 발전량에 따라 지원금이 배정되는 탓에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면 지원금은 턱없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인구가 이탈되는 것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또 국가적 측면에선 설계수명이 다한 석탄발전을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석탄발전으로 성능을 개선한다면 좌초자산에 따른 손실을 줄이는 한편 가스발전 대체보다 비용을 절감하면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석탄발전은 새로운 수출상품으로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COP26 총회 당시 당사국들은 이산화탄소 저감장치 없는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석탄발전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에 앞서 있다는 유럽도 탄소중립이란 시대적 흐름에 원전을 염두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탄소중립은 1차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한편 2차 에너지 수요를 늘리는 신호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찌감치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공존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 등 개발도상국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들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나 원전을 도입하고 증설에 시간이 걸리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대량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석탄발전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또 개발도상국이 자국 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자국 내 풍부한 연료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석탄발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들 국가는 경제성을 포기하고도 석탄발전을 포기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