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민주적 절차의 허점
[기고]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민주적 절차의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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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1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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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에너지타임즈】 지난달 27일 국무회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이행 로드맵을 만들어갈 방침이라고 한다. 이행과제 중의 하나인 2030년 탄소 감축목표는 이미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확정하고 다음 달 국제사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탄소 감축목표는 개별국가의 자발적 계획이지만 이달 1일 영국의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법제화하고,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고 선언함으로써 구속력을 가지게 됐다. 보고 후에는 다시 후퇴시키지 않기로 국제적으로 합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즉 불이행 시에는 국가적 신뢰 상실은 물론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두고 국가의 명운이 달린 일이라고까지 말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에너지전환 정책이라든지 탄소 감축 계획 등의 수립과 이행과정에 여러 가지 모순과 허점이 드러나고 있어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

“민주적 절차는 지도자가 전쟁을 개시하는 능력을 제약할지 모르지만, 기만행위는 이런 제약을 우회하는 길을 제공한다.” 스티븐 월트 (Stephen M. Walt)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그의 근간 ‘미국 외교의 대 전략’에서 주장한 말이다. 스티븐 월트 교수에 따르면 1992년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이 ‘자유주의 패권 (Liberal hegemony)’ 전략을 추진한 결과, 미국의 부담만 계속 늘어나고 전략은 거의 실패로 점철됐다. 미국의 외교정책 엘리트들의 의도 자체는 최선이었지만, 그들은 다른 국가들에 크나큰 해를 끼쳤고 미국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같은 전략을 계속해서 추진하는 것은 외교안보 기득권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이 위협 부풀리기, 이득 과장하기, 비용 은폐하기 등을 자유주의 패권을 미국인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논거를 만드는데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대목은 에너지전환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발전부문이 2018년 기준 39%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에너지전환이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우며 국민적 공감대와 협조가 필요한데다가 아직 실용화되지 않은 첨단기술 개발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발전원을 재생에너지로 60.9% 내지 70.8%까지 확대하고 현재 약 25% 수준의 원자력발전을 6.1% 내지 7.2%로 축소하며 나머지 23.1% 내지 31.9%는 미래기술을 이용하거나 전력을 수입하고 그러고도 미진한 부분은 LNG발전으로 채운다는 시나리오이다.

앞서 언급한 스티븐 월트 교수의 말마따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수립과정은 국민이 위협적으로 느낄 만큼 일방적으로 추진됐다. 그리고 내용상으로는 국제사회에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큰 이득이 되는 것처럼 과장하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한 시나리오를 이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천문학적 비용은 제대로 고려하였는지가 더 큰 의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민사회 전문가들로 구성된 ‘2050탄소중립위원회’라는 점을 내세워 이행계획을 밀어붙일 태세다. 정계는 물론이거니와 산, 학, 연 각계 전문가들이 나서서 극구 비판하고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전력과 에너지원을 단순하게 산술적 합으로 비교하는 모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기에너지의 가장 큰 특징은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따라서 전력계통 안정도 유지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변동성 에너지인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 에너지에서 공급되는 전력이 단일 전력망의 60%~70%를 차지게 하려면 전력계통의 구조와 운영방식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며 대용량 전력저장 장치가 필수적이다. 기술적으로도 전례가 없느니만큼 쉬운 과제가 절대 아닐뿐더러 비용 또한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쉽게 에너지저장장치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현재 상용화된 축전지형 에너지저장장치(ESS)는 한 마디로 강물을 양동이로 퍼 나르는 정도에 비유할 수 있다.

적어도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이다. 그리고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실제로 겪었거나 우리나라보다 앞서서 탈원전 정책을 공식적으로 추진했던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조차 원자력발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2030 파리기후협약 달성을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탄소중립은 이념적인 문제이거나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문제이다. 또한 ‘위험관리 능력’이 바로 국가의 능력이자 경쟁력이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능력에 합당하고 기술적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2050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세워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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