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위기 태안화력 근로자…희망의 불씨 지펴
실직 위기 태안화력 근로자…희망의 불씨 지펴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1.10.0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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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발전-한전산업개발-발전인재개발원 인력 재배치 프로젝트 추진
태안화력 폐지에 따른 가스복합발전·신재생 운전·정비 직무 전환 방점
4년간 석탄 취급설비 근로자 500명…교육과정 통해 인력 재배치 예정

【에너지타임즈】 에너지 전환 등을 포함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긴 여정은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으나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가야 할 이 길이 명확해졌다면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뒤따라야 하고 이와 연계된 조직이나 구성원들이 세심한 것까지 챙길 때 정의롭고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석탄발전을 중심으로 성장한 발전공기업은 현 정부가 탄소중립이란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면서 개혁의 대상이 됐다. 그러면서 이들은 석탄발전을 폐지하는 한편으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가스복합발전과 신재생에너지, 수소 등의 확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숨 가뿐 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부발전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동반자적 개념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협업모델을 제시해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서부발전은 최근 석탄발전 폐지로 일자리를 잃게 될 협력회사인 한전산업개발과 이 회사의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에 뜻을 모았다. 또 최근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교육 중심에서 인력개발 중심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선 발전인재개발원도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특히 소속을 떠나 석탄발전소에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를 동반자로 보고 지원하는 서부발전, 영업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동행에 참여한 한전산업개발, 인력 재배치에 필요한 교육 인프라를 기꺼이 제공하기로 한 발전인재개발원 등 이들의 만남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첫걸음이 되고 있다. 

지난 16일 서부발전 본사(충남 태안군 소재)에서 서부발전이 한전산업개발·발전인재개발원 등과 석탄발전 석탄 취급설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하이테크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16일 서부발전 본사(충남 태안군 소재)에서 서부발전이 한전산업개발·발전인재개발원 등과 석탄발전 석탄 취급설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하이테크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16일 서부발전 본사(충남 태안군 소재)에서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최용범 서부발전 기술부사장, 김평환 한전산업개발 사장, 이충호 발전인재개발원 원장 등은 정의롭고 공정한 에너지 전환이란 시대정신을 반영해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태안화력 1·2호기 석탄 취급설비에 근무하는 협력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인력양성에 협력하기로 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서에 서명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석탄발전은 2034년까지 현재 60기 중 절반인 30기가 폐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부발전도 이 정책에 맞춰 이 기간 태안화력 1~6호기를 폐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불가피하게 잃을 수밖에 없는 현장은 석탄발전소 석탄 취급설비이며, 이 설비는 발전소 내에서도 별도 운영될 만큼 이질감이 큰 업무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그래서 석탄발전소가 폐지되면 이곳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된다.

신두영 서부발전 차장은 “가스복합발전 전환이 불가한 석탄 취급설비 관련 협력기업 일자리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연료인 석탄을 운반하고 석탄을 저장하는 저탄장 운영, 탈황설비 등 환경설비 등 연료·환경설비를 운영하고 정비하는 근무자는 가스복합발전 재배치가 곤란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태안화력 단계적 폐지에 따른 협력기업 근로자들이 직무를 전환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이들의 고용안정을 강화하자는 것을 목적으로 서부발전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라고 언급하면서 “앞으로도 서부발전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박형덕 서부발전 사장의 지시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안화력 단계적 폐지와 에너지 전환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지난 6월 서부발전 사장 직속으로 구성된 탄소중립 태스크포스(T/F) 추진과제로 선정되면서 본격화된 바 있다.

이날 만남을 계기로 서부발전과 한전산업개발, 그리고 발전인재개발원 등은 올해 중으로 석탄발전소 석탄 취급설비 근로자 인력 전환 협업모델을 만들어내고, 내년부터 태안화력 1·2호기가 폐지되는 2025년까지 4년간 가스복합발전·해상풍력발전·연료전지 등 다양한 발전설비에 특화된 전문가 500명을 양성하게 된다. 매년 125명이 에너지 전환 시대에서 요구하는 인재로 육성되는 셈이다.

서부발전은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매년 1억2000만 원씩 모두 5억 원을 교육훈련에 필요한 예산으로 지원하게 된다.

특히 서부발전은 태안화력 1~4호기가 폐지될 때까지 협력기업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유지하는 한편 이들이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대근무 인력 재배치 방안을 등을 마련해 지원할 방침이다.

한전산업개발은 자사 석탄발전소 석탄 취급설비 운전·정비 분야 인력을 비롯해 하도급 인력을 포함한 교육과정과 교육대상을 담은 인력육성계획을 수립하게 되며, 비용이나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교육생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발전인재개발원은 가스복합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등 전문화 교육과정을 개설해 교육생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2월 충남 태안에서 대전으로 이전한 발전인재개발원은 ▲유압·비파괴·터빈실습실 ▲진동·축정렬실습실 ▲보호계전기실습실 ▲펌프·밸브·팬실습실 ▲계측제어실습실 ▲절연진단실습실 ▲전기기초실습실 등을 4차 산업기술을 적용해 구축한 바 있다.

또 발전인재개발원은 복합화력시뮬레이터실습실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실습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에너지 전환으로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스복합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인프라와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최용범 서부발전 기술부사장은 발전교육원(現 발전인재개발원) 교수로 근무할 당시 한전산업개발 전기검침원들을 대상으로 직무전환교육을 한 바 있고, 이를 통해 직무전환에 성공한 근로자가 해당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는 사례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며 이 프로젝트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그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피할 수 없는 길이 됐고, 교육을 통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한편 한솥밥을 먹는 한전산업개발 등과 함께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김평환 한전산업개발 사장은 지난 30년간 석탄발전 석탄 취급설비를 통해 성장한 한전산업개발은 엄중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안전과 ESG 경영, 탄소중립, 수소 등의 이슈는 기존 사업체계를 흔드는 한편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등 에너지 분야 파동은 쓰나미급이라고 다소 과격한 표현을 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위기 속에서 한전산업개발이 서부발전·발전인재개발원 등과 상생을 도모하게 된 것은 대단한 기회라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이들과 협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충호 발전인재개발원 원장은 이 협약에 대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기반을 둔 협약이란 측면과 서부발전과 한전산업개발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 프로젝트 추진을 결정했다는 점 등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는 나무를 키우는데 10년이 걸리지만 인재를 양성하는데 100년이 걸린다고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탄소중립과 연계한 이 프로젝트는 가스복합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발전소 운영과 정비의 문제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고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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