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참아…발전공기업 노조 단체행동 돌입
더는 못 참아…발전공기업 노조 단체행동 돌입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1.08.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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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사내대출 제약 뇌관 터지면서 억눌렸던 분노 폭발
코로나 고려 피켓시위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투쟁 강화 밝혀
에너지전환 따른 고용불안…대정부 투쟁으로 진화 가능성 커
발전공기업 노조가 지난 8일부터 오는 9월 10일까지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릴레이 피켓시위를 시작했다. 지난 17일 김성관 동서발전노조 위원장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발전공기업 노조가 지난 8일부터 오는 9월 10일까지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릴레이 피켓시위를 시작했다. 지난 17일 김성관 동서발전노조 위원장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에너지타임즈】 발전공기업 노조가 현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었다. 현 정부에서 이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정부 정책에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터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게 된 뇌관은 정부의 공공기관 사내대출 제약이지만 이들의 분노는 에너지전환에 따른 고용 안정화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를 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주) 등 발전공기업 노조는 최근 가진 회동에서 정부의 정책을 규탄하는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하고 지난 8일부터 오는 9월 10일까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청사 앞에서 릴레이 피켓시위를 시작으로 투쟁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이 회동에서 천막농성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발전공기업 노조는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상황을 고려해 먼저 릴레이 피켓시위에 나서고, 앞으로 상황을 고려해 투쟁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번 시위는 ▲남부발전노조(8월 9~13일) ▲동서발전노조(8월 17~20일) ▲중부발전노조(8월 23~27일) ▲서부발전노조(8월 30일 ~ 9월 3일) ▲남동발전노조(9월 6~10일) 등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이번 릴레이 피켓시위를 통해 ▲발전소 교대근무자 법정공휴일 예산 인정 ▲공공기관 사내대출 개악 철회 ▲임금피크제 폐지 ▲노동이사제 도입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발전공기업 통합 등 5대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발전공기업 노조가 이번 단체행동에 나서게 된 뇌관으로 정부의 공공기관 사내대출 규제가 손꼽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일 공공기관 사내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공공기관에 통보했다. 이 지침은 사내대출 금리를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지 않도록 설정할 것으로 권고했다. 현재 사내대출을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발전공기업 노조 측은 권고란 말을 하고 있지만 이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강제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사내대출은 복지개념이 강한 제도로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게 하는 것은 근로자에 대한 복지를 없애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최근 대체공휴일 확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법정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이 확대됐으나 정부는 발전소 교대근무자 휴일수당을 예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김성관 동서발전노조 위원장은 “법정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이 늘어나게 되면 그에 따른 휴일수당을 인건비로 인정해주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면서 “정부는 발전소 교대근무자 휴일수당을 모르쇠로 일관해선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발전공기업 노조는 그동안 정부의 에너지전환에 협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용 안정화에 대한 대안을 정부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발전공기업 노조는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해 발전공기업이 한전으로 통합하기 위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은 이번 발전공기업 노조 단체행동이 단순한 투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전환에 따른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맞춰 진화될 가능성을 관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는 한편으로 신재생에너지와 가스복합발전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원전과 석탄발전을 더는 짓지 않고 설계수명이 만료되면 폐지를 하겠다는 것이다.

발전공기업 노조 측은 이 정책으로 1만 명을 크게 웃도는 발전공기업 근로자 중 70%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지난 4년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부에 발전공기업 고용불안 문제를 어필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으나 정부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는 등 미온적인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용불안 문제는 비단 발전공기업 노조 내 문제가 아니다. 일선 현장에서 이미 조직원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발전공기업 노조는 앞으로 강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발전공기업 노조 측은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것이라면서 그 역할에서 발전공기업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발전공기업이 폐쇄되는 석탄발전을 대신해 운영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해야 하는데 정부는 중소규모를 민간기업, 대규모를 한전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발전공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유승재 서부발전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발전공기업 노조는 정부의 에너지전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정부와 다양한 채널로 소통을 시도했으나 돌아온 것은 고용불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발전공기업 노조가 에너지전환에 따른 발전공기업 고용불안이 사라질 때까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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