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과 LNG에 갇힌 '제주도'
전력과 LNG에 갇힌 '제주도'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08.05.0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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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DC·LNG발전소 건설…가스공사 발전사 적자 불 보듯 뻔해
가스공사 미온적 태도에 화난 제주도민, 철회될 경우 강경 대응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는 섬이란 지리적 특성으로 전력공급도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제주도가 지리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음은 그 동안 많이 지적돼 왔다. 최근 가장 문제시 됐던 사건은 지난 2006년 4월 1일, 제주도 전역을 강타한 정전사고. 2시간이 넘게 제주도를 암흑으로 만든 이 사고는 육지에서 제주도로 저렴한 전력을 공급해 주는 해저케이블의 고장이 원인이었다.

당시 정부는 제주도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해법을 찾기 위해 용역을 발주했다. 제주도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동시에 신뢰도를 확보해야 하는데 더 무게를 둬야한다는 용역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정부는 예산낭비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해저케이블 3·4호기를 건설하고 추가로 LNG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안은 제3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제4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경제성이란 숙제를 풀지 못해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 최대전력은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4.1% 수준으로 다소 높은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제3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3년 30만kW급 LNG복합화력을 건설하고, 2011년 20만kW급 해저케이블이 연결되면 제주도의 전력공급은 안정성을 가지게 되지만 너무 높은 예비율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공급체계가 갖춰지게 되면 제주도 예비율은 오는 2012년까지 20∼40%의 예비율을 유지하게 되겠지만 제주도에 LNG복합화력발전소가 건설되는 ▲2013년 70.2% ▲2014년 65% ▲2015년 60.6% ▲2016년 56.1% ▲2017년 52.3% ▲2018년 43.9% ▲2019년 40.4% ▲2020년 37.2% 등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안이 결정될 당시 산업자원위원회 위원이던 최철국 국회의원(現 통합민주당)은 “제주도에 30만kW급 LNG복합화력발전소와 20만kW급 해저케이블을 동시에 건설할 경우 2012년 총 설비용량은 145만kW로 예비율이 100%에 이르는 기이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현재 방안대로 전력설비를 제주도에 추가 건설할 경우 평상시 2/3의 전력설비가 쉬게 되고 피크 시에도 절반이 쉬게된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최근 제4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을 놓고 이 문제는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LNG를 공급하게 될 가스공사와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게될 발전사의 경제성이다.

제주도 해저케이블·LNG발전소 건설
이래나 저래나 ‘進退兩難(진퇴양난)’


이 안이 제4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반영될 경우 가스공사와 발전사는 경제성이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또 변수는 해저케이블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발전단가가 저렴한 발전원을 기준으로 우선 전력을 공급하는 걸 기본으로 삼고 있다.

기존의 해저케이블 1·2호기와 새롭게 건설될 해저케이블 3·4호기를 기존의 방식대로 해저케이블을 기저부하로 운영할 경우 추가로 건설될 LNG복합화력발전소는 가동이 거의 중지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가스공사는 제주도민에게만 LNG를 공급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

발전소를 운영하게 될 발전사업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발전소 건설에 들어간 투자비와 유지보수에 따른 유지비 등의 부담을 안게 된다. 최근 발전회사는 연료비 상승으로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사업도 전면 재검토하는 상황에서 위험한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 LNG공급에 따른 LPG업계와의 갈등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

위에서 살펴본 것은 해저케이블을 기존의 기저부하 방식으로 적용했을 경우. 정부가 가스공사와 발전사업자의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정부문 의무적으로 LNG복합화력발전소를 가동한다고 가정해도 해저케이블 건설에 따른 예산낭비라는 지적에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운영될 경우 가스공사나 발전사업자의 경제성은 확보될 수 있고 제주도민에게 LNG를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해저케이블 3·4호기의 건설은 무의미해지게 된다. 육지의 저렴한 전력을 사용하기 위해 건설될 해저케이블 3·4호기가 비상용으로 운영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LPG업계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와 더불어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제주도의 중유발전소인 제주화력과 남제주화력 등이 문제다. 발전단가가 저렴한 순서대로 발전소를 가동한다고 볼 때 이 발전소는 365일 예비설비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발전단가가 LNG복합화력발전소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는 제주도에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중부발전과 남부발전 등 발전사업자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은 뻔한 사실이다.

LNG복합화력발전소만 건설할 경우, 해저케이블로 공급받았던 저렴한 전력을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추가 연료비가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LPG업계는 제주도의 LNG공급으로 제주도라는 큰 시장을 잃게 될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해저케이블만 건설하게 될 경우도 여건은 만만치 않다. 제주도는 불안한 전력공급망을 안고 가야하는 위험부담이 있다. LPG업계는 어부지리로 제주도에 LNG공급을 저지할 수 있게 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제주도민들의 반발이다.

최근 지경부 관계자는 “제주도 LNG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놓고 발전사업자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강제적으로 건설하라는 요구를 할 수 없다”며 “발전소 건설은 발전사업의 결정에 따라 결정될 내용으로 오는 하반기 발표될 제4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반발에 나선 성난 제주도민

가스공사는 지난 3월부터 한달 간 한영회계법인을 통해 LNG인수기지 건설비용 산출 등 제주도 투자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완료했다고 최근 밝혔다. 그러나 연구용역이 알려지자 제주도 지자체와 도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청 관계자는 “제주도 LNG공급은 지난 2006년 정부의 수급계획에 따라 법으로 정해진 정책”이라며 “가스공사가 2년이 지난 지금 공급 타당성을 조사하는 것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잘라 말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 2003년 제주도 LNG 공급을 정식으로 요구했다. 당시 가스공사는 일반 LNG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면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더불어 가스공사는 3700억원에 달하는 전용부두와 LNG저장시설 건설도 맡아서 하겠다고 적극적인 공급 의사를 타진해 왔고, 이에 제주도청은 LNG 인수기지 건설 시 가스공사에게 지방세 면제와 제주항 확장 건설에 맞춰 부두시설 건설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한 바 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지난 2006년부터 지자체가 직접 나서 LPG업계와 꾸준히 접촉해 도민을 위해 LNG를 받아들이기로 합의를 봤다”며 “LPG업계 지원을 위해 예산도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제주도 한 도민은 “에너지 공급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기본권리”라며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자신들의 수익에 맞지 않는다고 제주도 LNG 공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제주도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어필했다.

제주도청 한 관계자는 “제주도 LNG 공급은 정부와 제주도민과의 약속”이라며 “만약 제주도 LNG 공급이 경제성이라는 이유로 철회된다면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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