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 국산화 CEO 뚝심…조직문화·시스템 등으로 결실
서부발전 국산화 CEO 뚝심…조직문화·시스템 등으로 결실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1.01.25 14: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김병숙 한국서부발전(주) 사장
발전사 첫 국산화 전담부서 신설하고 국산화율 90% 달성 로드맵 수립
2018년 국산화율 22.2%서 2020년 29.5%로 3년 만에 7.3% 뛰어올라
많은 리스크 수반에도 불구 국내 첫 한국형 가스복합발전소 건설 결정
잇따른 사건·사고 따른 위기 극복할 사람 중심 안전한 현장 구축 매진
에너지전환 맞춘 재생E 확대 등 지속 가능한 포트폴리오 구성에 집중

【에너지타임즈】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이 오는 3월 7일이면 공식적으로 지난 3년간 임기를 매듭짓는다.

김 사장은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며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고 요약하며 취임 첫해 라오스 댐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하고자 했던 많은 이들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쉬움이 깊은 곳에 남아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그는 끊이질 않는 사건·사고에 따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임직원들이 한마음으로 함께 해준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사장은 2018년 3월 취임 후 서부발전 미래 사업인 신재생에너지 선제적 개발과 시대적 요구인 온실가스 감축과 사회적 가치 창출 등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으로 엔지니어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설비 국산화에 남다른 의지를 보여왔다. 잇따른 사건·사고에 따른 위기를 돌파하는 긴박함 속에서도 김 사장은 국산화 정책을 뚝심 있게 추진했다.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국산화 열풍이 있었으나 서부발전은 이보다 앞서 발전설비 국산화에 나섰던 셈이다. 그런 탓에 국산화 관련 서부발전은 다른 발전사와 출발이 달랐던 셈이다.

김 사장은 발전설비 국산화 관련 내부적으로 수동적인 조직문화를 능동적인 조직문화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역량을 집중했다. 직원에게 국산화는 하면 좋은 일이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그런 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든든한 뒷배가 기꺼이 되겠다고 약속하면서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특히 김 사장은 외적으로 남다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엔지니어인 그의 경험을 십분 활용한 것인데 기업이 국산화 실행력을 높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은 엔지니어 경험을 가진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던 셈이다.

그는 보여주기식 행보보다 실질적으로 엔지니어들이 국산화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인데 엔지니어에게 가장 취약한 절차를 최소화하는 한편 국산화 개발에 핵심인 설비를 공개하는 한편 수명이 다한 설비를 연구용으로 기증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

김 사장이 취임 후 발전설비 국산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결과 서부발전 국산화율은 2018년 22.2%에서 2020년 29.5%로 7.3%나 뛰었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은 매출 증대, 서부발전은 유지비용을 줄였다. 국산화가 일석이조(一石二鳥)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 발전설비 운영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고 2023년이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발돋움하게 된다”고 소개한 뒤 “우리나라는 원전·석탄발전·가스복합발전 등을 독자적으로 건설한 포트폴리오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외산에 의존하던 가스터빈을 개발하고 김포열병합발전소에 설치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기자재는 서부발전에서만 매년 200억 원 규모를 해외에서 조달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서부발전은 국산화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취임 후 발전설비 국산화율을 새롭게 산정했다.

그는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조달 비용 기준 발전설비 국산화율은 77%이었으나 외국산 부품을 우리나라에서 포장해 조달하는 경우를 제외한 국산화율은 22.2% 수준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또 핵심 기자재를 해외 제작회사에서 독점하고 있는 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고 한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사 최초로 2018년 6월 국산화 전담부서인 ‘국산화부’를 신설하고 2030년까지 국산화율 90% 달성을 목표로 연도·단계별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 로드맵은 6274건 국산화 대상 품목을 포함하고 있고 전환이 다소 쉬운 것부터 협업과 지원으로 기술개발이 필요한 항목까지 구체적인 과제를 설정하고 있다.

김 사장은 “내적으로 가장 큰 장애요인이었던 실패에 따른 책임소재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면 작업지시서에 직접 사인을 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분위기를 조성했고 외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현장에서 기업이 직접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도록 발전사 최초로 정비 현장을 개방하는 등 실질적으로 발전설비 국산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 점이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서부발전 국산화율은 2018년 22.2%(1387건)에서 2019년 25.8%(1616건), 2020년 29.5%(1849건) 등으로 높아지고 있다.

김 사장은 “서부발전은 올해 국산화 기자재를 280건까지 확대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고 잠재적 능력을 갖춘 기업에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한편 기술개발 파급력을 높이기 위한 대형기자재와 가스터빈 제어시스템 등 높은 기술력을 수반하는 설비와 기자재를 대상으로 한 국산화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발전설비 국산화에 대한 김 사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김포열병합발전소에 두산중공업에서 개발한 가스터빈을 탑재하기로 한 것. 이 발전소는 순수 우리 기술로 지어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열병합발전소(가스복합발전소)이기 때문이다.

감포열병합발전사업은 서부발전에서 600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투입해 학운산업단지(경기 김포시 소재)에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으로 이 발전소는 국내 첫 국산 가스터빈을 실증하는 발전소로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이 발전소에 2019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270MW급 가스터빈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김포열병합발전소는 2023년 6월 준공 후 2년간 실증운전으로 효율과 신뢰성을 검증하고 기존 가스터빈을 업그레이드한 350MW급 가스터빈으로 교체해 전력과 열을 생산하게 되며, 이 사업은 수도권 전력 수급 안정에 기여는 물론 우리나라 첫 한국형 표준가스복합발전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사장은 “현재 국내에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를 포함해 모두 158기의 가스터빈이 가동되고 있으나 대부분 미국·독일·일본 등으로부터 수입한 것”이라면서 “에너지전환에 의거 노후 석탄발전이 가스복합발전으로 대체되면 2034년까지 20기에 달하는 가스터빈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는 “고효율·대용량 가스터빈과 관련된 기술개발이 지연되면 외국 기술에 대한 종속은 심화되고 수입에 따른 국부유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설비와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많은 리스크를 수반하나 서부발전은 공기업으로서 국산화 선도 의지를 담아 과감하게 두산중공업에서 개발한 가스터빈 도입을 결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김 사장은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위기에 처한 서부발전을 사람 중심의 안전한 현장 구축에 매진하는 등 기회의 발판을 만들어냈다.

서부발전은 사람·생명·노동을 존중하는 안전한 일터 구현을 위해 2019년 203억 원을 투입해 안전울타리 14km와 조명시설 1688개, 안전커버 195개 등 모두 1만473건에 달하는 안전조치를 완료했고 지난해 안전시설에 272억 원을 투입하는 등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한 바 있다.

그는 안전과 관련 “발전소 현장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고용 형태의 많은 인력이 작업하고 있어 안전사고를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소개하면서 “그렇지만 서부발전은 현장에서 즉시 척결해야 할 안전경영 위해요소 10대 관행을 선정해 관리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은 정부의 에너지전환에 맞춰 재생에너지 확대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등 지속 가능한 포트폴리오 구성에도 역량을 집중했다.

현재 서부발전은 풍력발전 관련 2030년까지 육상풍력발전 300MW와 해상풍력발전 3GW 확보 등으로 골자로 한 ‘Wind Power 3·3·3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 내년 18MW 규모 장흥풍력발전단지 준공하는 한편 480MW 규모 풍력발전사업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또 2030년까지 현재 350MW 수준인 태양광발전사업을 2467MW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필요한 계통을 보강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민원”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역별 에너지 자립화를 해당 지역 전기요금에 연계·반영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