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도급금지법…양법(良法)인가 악법(惡法)인가
발전소 도급금지법…양법(良法)인가 악법(惡法)인가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0.09.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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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훈 의원, 지난 7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 발의
발전업계, 이미 전문화돼 있는 생태계 무너질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
대규모 폐업과 실직자 발생하는 등 사회적 문제 불거질 수 있어 지적
政 정규직 정책 검토과정에서 도급금지 불가하다는 결론 도출된 상황
동서발전 일산발전본부 전경.
동서발전 일산발전본부 전경.

【에너지타임즈】 최근 발전소‧제철소‧조선소 등 기계류 운용‧정비작업을 비롯해 건설공사현장 등에 이뤄지는 작업에 대해 도급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발전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발전산업 내 원천적으로 도급이 금지되면서 관련 생태계가 무너지는 한편 대규모 폐업과 실직자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29일 도급으로 인한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보고하기 위해 도급금지작업에 발전소‧제철소‧조선소 등 기계류 운용‧정비작업과 건설공사현장에서 이뤄지는 작업 등을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정훈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김영배‧이상헌‧김수흥‧김경만‧이용빈‧송영길‧이수진‧황운하‧박영순‧김영호‧서동용‧이용선‧김민철 의원 등이 이 법안에 함께했다.

이 법안은 도금금지작업에 발전소‧제철소‧조선소 등 기계류 운용‧정비작업과 건설공사현장에서 이뤄지는 작업 등을 포함하고 유해‧위험기구 방호조치 위반 시 벌칙을 기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로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간접고용이 모든 산업으로 확대됐고 이윤추구란 경제 논리 앞에 기업의 책임회피로 인해 노동자 생명과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 법안을 발의한 배경으로 도급이 금지되는 유해‧위험작업 범위를 확대하고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함께 지도‧감독으로 산업재해 예방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위험의 외주화로부터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급금지작업에 포함된 발전업계는 이 법안에 대해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발전소 현장에 이미 일부 운전업무와 정비업무 등이 전문화돼 있고, 특히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전 자회사인 한전KPS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민간발전정비회사 존폐문제가 아닌 셈이다.

발전정비업계 고위관계자는 “현재 발전소에 근무하는 근로자 중 절반이 도급회사 근로자”라고 언급하면서 “발전소 내 일부 운전업무와 발전정비업무는 이미 전문화돼 있는 각기 다른 산업으로 봐야 하고 이 생태계를 훼손하는 것은 그에 따른 대규모 폐업과 대량의 실직자를 만들어내는 등 이 법안은 악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정부도 도급금지와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규직 정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발전업계 정규직화가 불가하다는 결론을 도출된 마당에 이 법안은 정부정책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발전산업은 운전과 정비업무로 전문화돼 있다. 발전운전업무의 경우 발전공기업이 직접 하고 있는 반면 발전정비업무의 경우 공기업인 한전KPS와 민간발전정비회사가 맡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도급금지로 인해 발전공기업은 한전KPS와 민간발전정비회사의 발전정비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것이 불가피해져 그동안 조성된 관련 생태계는 결국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이에 앞서 민간발전정비업계가 정규직 전환 관련 법무법인 김앤장에 의뢰한 법률자문용역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정책 관련 김앤장은 공정거래법 측면에서 공정거래법상 보장되는 기업의 경제상 자유란 가치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점, 헌법‧행정법 측면에서 발전공기업 발전정비산업 독점이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상 시장경제질서원칙에 반하고 민간발전정비회사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점, 민사법 측면에서 발전공기업 부당한 인력 빼가기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 향사법 측면에서 민간발전정비회사 직원 중 전직자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나 업무상 배임죄 죄책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발전소 도급금지법은 정규직 전환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민간발전정비회사가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발전업계에서만 대규모 폐업과 실직자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34곳 민간발전정비업체에 6000명에 달하는 근로자, 석탄취급설비 운전업무에 5곳 업체 3000명에 달하는 근로자, 한전KPS에 6500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각각 근무하고 있다. 게다가 협력회사까지 더하면 실직자 규모는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물론 발전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근로자가 일부 있겠지만 발전공기업 입사에 필요한 요건을 갖춰야 하는 탓에 현장근로자 발전공기업 입사가 쉽잖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발전공기업이 도금금지법으로 전문성을 요구하는 발전정비업무를 직접 수행한다면 이 전문성을 확보하기까지 발전소 운영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전력공급에 차질을 주면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발전업계 주장이다.

그러면서 발전업계는 이 법안과 관련 현 정부에서 수차례 검토와 논의를 거쳐 확정된 결과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관련 분야 시장 붕괴와 대규모 실직사태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법안의 중단을 촉구했다.

또 업계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으로 이미 과도할 정도로 처벌조항을 강화했다면서 또 다른 벌칙상향보다 기존 정책의 실효성 강화를 통한 근로자 노동안전을 확보하고 관련 산업 성장으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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