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열병합발전 프로젝트…서부발전! 왜 가시밭길 선택했나?
김포열병합발전 프로젝트…서부발전! 왜 가시밭길 선택했나?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0.09.0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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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340MW급 두산重 가스터빈 2개 모델 설치‧실증 등 공격적 행보 나서
가스터빈 상용화 최소 10기 보급…김병숙 사장 서부발전 용의 있다 밝혀
가장 큰 걸림돌 효율 중심 전력시장 손꼽아…정부 정책 뒷받침돼야 강조

【에너지타임즈】 2023년 6월이면 우리나라는 원전과 석탄발전에 이어 가스복합발전을 건설할 수 국가로 한 단계 더 성장한다. 가스복합발전 핵심 기술인 가스터빈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실제 발전소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는 대형발전소 모두를 우리 손으로 지을 수 있게 돼 완전히 기술종속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퍼즐이었던 가스터빈은 항공기 제트엔진을 모태로 출발했고, 발전시장이 성장하면서 급격한 기술발전을 이뤄진 제품으로 현재 가스터빈 독자 모델을 보유한 기업은 GE(미국)·SIEMENS(독일)·MHPS(일본) 등이다. 이들 기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트엔진을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탓에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 독자 모델을 개발한 것은 항공기 제트엔진 이상 기술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전력산업뿐만 아니라 우리 기술력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한 단면인 셈이다.

가스터빈 독자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두산중공업 몫이었다면 이 모델이 시장에 진출해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인 발전회사 몫이다. 실제로 국산화 제품이 개발됐으나 시장에서 도태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유를 살펴보면 간단하다. 100% 신뢰할 수 있는 국산화 제품은 드물다. 그런 탓에 시행착오와 성능개선 등의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 도움을 주지 않아 적잖은 기업이 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관련 기술을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한 발전소를 방문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가 계획예방정비로 해체된 설비들을 보며 만들지 못하는 부품이 없다는 말을 한 것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서부발전이 김포열병합발전소에 두산중공업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가스터빈을 채택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열병합발전설비나 가스복합발전에서 가스터빈은 심장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이 결정으로 서부발전은 성공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완료하더라도 효율이란 측면에서 적잖은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혹여나 가스터빈 가동에 문제 발생 시 그에 따른 손실과 함께 사회적 질타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서부발전 임직원들은 당장 위기보다 이를 극복한 뒤 찾아올 미래 가치를 보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기술독립에 대한 열망이 조직 전반에 깔린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서부발전 본사(충남 태안군 소재) 전경.
서부발전 본사(충남 태안군 소재) 전경.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

최근 본지 취재결과 서부발전은 김포열병합발전사업 추진과정에서 두산중공업에서 개발한 모델과 현재 개발 중인 모델 등 최소 2개 모델을 실증하는 장으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산업에서 좀처럼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공격적인 행보로 손꼽히고 있다.

서부발전 컨소시엄(서부발전·GS에너지·청라에너지)은 인천 서구 소재 검단지구 집단에너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김포학운2산업단지 내 총사업비 6900억 원을 투입해 발전설비용량 495MW 규모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고 206.4Gcal 규모 열전용보일러(HOB)와 축열조(3만7000㎥×2기) 등의 부대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서부발전 측은 이 프로젝트 관련 두산중공업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발전설비용량 270MW급 가스터빈 설치‧실증 후 현재 개발 중인 업그레이드 모델인 340MW급 가스터빈 설치‧실증 등으로 한국형 가스터빈이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관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을 맞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1000MW급 석탄발전과 가스복합발전을 건설해 운영하는 서부발전이 고작 발전설비용량 500MW 수준인 김포열병합발전 프로젝트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기술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던 가스터빈을 국산화시키는 역사를 쓰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서부발전은 김포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할 때 340MW급 가스터빈을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설비인 스팀터빈과 보조설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두산중공업은 김포열병합발전소 건설과 관련 가스터빈 등 주요 기자재 공급과 함께 시공을 맡고 280‧380MW급 한국형 가스터빈을 공급하게 된다. 

이를 통해 서부발전은 두산중공업으로부터 한국형 가스터빈을 공급받음으로써 김포열병합발전소 운영과정에서 고정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김포열병발전소는 전력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급전순위를 받아 상대적으로 높은 가동률을 보장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부발전은 낮은 효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가동률로 발전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지역난방용 열을 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서부발전은 김포열병합발전소 운영과정에서 가스터빈에 문제 발생 시 발전수익 손실과 함께 책임소재 등으로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서부발전은 왜 험한 가시밭길을 선택했을까.

최용범 서부발전 기술안전본부장은 “가스터빈 제작회사들이 25년에 걸쳐 H급 가스터빈을 개발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산중공업이 5년 만에 H급 가스터빈을 개발한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 정부 예산 600억 원과 자체 예산 1조 원을 투입해 2010년 처음으로 출시된 H-클래스를 모델로 한 270MW급 가스터빈모델인 ‘DGT6-300H S1’을 개발한데 이어 창원공장 내 부하성능시험장에서 성능시험을 하고 있다. 또 이 모델과 함께 2014년 처음으로 출시된 H+-클래스를 모델로 한 340MW급 가스터빈모델인 ‘DGT6-300H S1+’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국내 가스터빈 관련 시장은 오래전부터 일부 제작회사에 잠식된 상태”라면서 “에너지전환정책 등으로 가스복합발전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스터빈을 국산화시키고 이 제품을 시장에 진출시키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가스터빈 국산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가스터빈은 모두 158기다. 이중 제작회사별 가스터빈을 살펴보면 ▲GE(미국) 40기(비중 25.3%) ▲SIEMENS(독일) 34기(21.5%) ▲MHPS(일본) 27기(17.1%) ▲Westinghouse(미국) 25기(15.8%) ▲Alstom(스위스) 20기(12.7%) ▲두산중공업(MHPS 생산면허) 12기(7.6%) 등으로 집계돼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가스터빈 제작회사들의 실증시험장 역할을 해 왔다. GE는 가스터빈 시제품을 서인천복합화력과 신인천복합화력에 공급하면서 세계 시장에 모두 900기에 달하는 가스터빈을 판매한 바 있다. 당시 우리는 가스터빈 운영에 따른 다양한 운영데이터를 고스란히 빼앗겨야만 했던 흑역사도 갖고 있다. 당시 가스터빈 제작회사 횡포에 적잖은 곤욕을 치렀다고 현장기술자들은 입을 모은다. 돈을 받고 실증을 해줘도 모자랄 판에 돈을 주고 실증시험장을 내준 꼴이라는 것이다.

최 본부장은 서인천복합화력과 신인천복합화력이 GE 가스터빈 실증시험장 역할을 할 때 현장에 있었던 엔지니어였다고 한다. 그는 가스터빈 제작회사들이 실증시험장으로 우리나라를 활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 급전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발전소 효율을 따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효율만 강조되는 현재 전력시장에서 한국형 가스터빈 생존은 너무 버거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뒤 “한국형 가스터빈을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소비자인 발전공기업 몫이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부 정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력시장에서 특단의 조치 없이 효율이 중시된다면 한국형 가스터빈은 갈 길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최 본부장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김포열병합발전소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서부발전 내 실무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서부발전 건설처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진행 중인 한국형 가스터빈에 대한 성능시험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지난 1년간 성능시험에서 불시정지 없이 가동된 것을 확인했고, 앞으로 부하를 높여 진행하는 성능시험에 대한 상황 또한 세심히 챙겨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김포열병합발전소 건설프로젝트 일정과 관련해서 “이 발전소 준공은 2023년 6월로 예정돼 있다”고 언급한 뒤 “한국형 가스터빈은 2022년 하반기쯤 현장에 설치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 관계자는 가스터빈 국산화 관련 “사내에서 위험부담 등을 이유로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나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리면서 크게 용기를 얻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김병숙 사장이 취임한 후) 국산화 관련 큰 것을 보라는 주문을 했다”고 언급한 뒤 작은 부품들을 국산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국산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해소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실제로 가스터빈은 다양한 고온 부품으로 구성돼 있고 가스터빈 제조회사들은 유지보수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실제로 우리 기업이 가스터빈 관련 부품을 국산화하더라도 제조회사에서 이 부품의 가격을 절반으로 인하하는 등의 횡포가 국산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스터빈이 국산화되지 않고선 관련 부품들이 국산화되더라도 정품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서부발전 경영진도 가스터빈 국산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조직 내 확산되면서 한국형 가스터빈 상용화에 크게 용기를 내고 있다.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은 “한국형 가스터빈이 상용화되기 위해선 최소 10기가 설치돼야 한다”면서 “서부발전은 그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형 가스터빈 상용화란 큰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2018년 3월 취임 후 발전기자재 국산화 관련 남다른 열정을 보여왔다. 한전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그의 경험은 2030년까지 발전기자재 국산화율 90% 달성이란 중장기로드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냈다.

당시 그는 국산화에 대한 수동적인 문화를 능동적인 문화로 전환하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사업계획서에 직접 사인하겠다는 그의 어록은 아직도 서부발전 내에서 강력하게 어필되고 있다.

김 사장은 “한국형 가스터빈 상용화는 누구나 바라지만 현재 여건상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언급한 뒤 “노후석탄발전 연료전환 등으로 2034년까지 18기 이상 가스터빈 도입이 필요한데다 발전효율 중심 전력시장에서 고효율·대용량 모델 개발이 늦어지면 가스터빈 시장이 외국 제작회사에 점령돼 국부유출과 기술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국형 가스터빈 상용화 필요성을 어필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부발전은 선진기술과 기술격차를 단기간 따라잡을 수 있는 압축성장이 필요하다”고 밝힌 뒤 “이를 위해 자생적 생태계 구축을 위한 초기물량과 실증운전을 통한 성능검증이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사장은 “앞으로 서부발전은 한국형 가스터빈이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후속모델 실증 참여를 통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관련 생태계 활성화와 세계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두산중공업에서 독자모델로 개발한 한국형 발전용 가스터빈.
두산중공업에서 독자모델로 개발한 한국형 발전용 가스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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