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기간…아름다운 이별! 그리고 아름다운 만남”
“임금피크기간…아름다운 이별! 그리고 아름다운 만남”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0.06.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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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훈 한수원 시니어처장, 은퇴 앞두고 한 카페서 작은 미술전시회 열어
임금피크기간 중 재무·건강·주거·취미·봉사 등 배움에서 손 떼지 말아야
돈벌이보다 봉사정신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 찾는데 고민해야
백훈 한수원 시니어처장이 은퇴를 앞두고 경북 경주지역 한 카페에서 지난 20일부터 29일까지 작은 미술전시회를 개최했다. 백 처장이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훈 한수원 시니어처장이 은퇴를 앞두고 경북 경주지역 한 카페에서 지난 20일부터 29일까지 작은 미술전시회를 개최했다. 백 처장이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에너지타임즈】 그 동안 몸을 담았던 직장을 떠나야만 하는 이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기간인 임금피크기간. 이 기간에 뭘 할까를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 지 오래되지 않아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훈 한국수력원자력(주) 시니어처장은 30일을 마지막으로 한수원에서 떠나게 된다. 그는 지난 36년간 몸을 담았던 한수원에서 떠나기에 앞서 후배들과 여유롭게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등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작은 미술전시회를 한수원 본사(경북 경주시 소재) 인근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지난 20일부터 29일까지 개최했다.

이 카페 2층은 그의 전시장이다. 이곳에 나무에 그린 그림과 함께 연필로만 그린 그림 등 다양한 그림 이외에도 화분·서랍 등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에 그린 그림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백 처장은 2018년 어느 날 출산을 앞둔 한 지인에게 고무신 그림을 그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붓을 들었다고 했다. 그림과 관련이 없는 지난 세월이었지만 배움을 선택했고, 그 결과 작은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과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 그림을 배우기 위해 경북 경주지역 동호회에 가입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통한 배움의 길을 걸었고, 하루 4시간씩 그림을 그리는데 투자를 했다고 했다.

백 처장에게 배움을 무엇일까. 그는 임금피크기간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으로 배움을 손꼽았다.

그는 “보직을 내려놓고 임금피크에 들어갔을 때만해도 뭘 해야 할까 답답했다”고 언급한 뒤 “다만 임금피크제도 도입 관련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관련 서적과 논문을 훑어보면서 할 수 있을 일을 찾기 시작했다”고 2년 전 일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36년간 몸을 담았던 한수원에서 얻은 기술과 지식을 한수원에 다시 되돌려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에 맞춰 필요한 재무·건강·주거·취미·봉사 등과 관련된 배움의 길을 걸었다”고 밝혔다.

이 전시회는 취미에 대한 배움의 결과인 셈이다.

백 처장은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가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가 등에 깊은 고민을 한 결과 내가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사회에 되돌려줘야겠다고 판단했고, 그렇다면 임금피크기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 결과 삼시세끼를 챙겨먹을 수 있는 재무관리,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거, 아프지 않고 삶을 살 수 있는 건강 등을 해결할 수 있다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래야만 초라하지 않은 모습으로 후배들을 만날 수 있고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돈벌이만 생각한다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결국 후배들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재무·주거·건강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지만 봉사정신으로 사회에서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처장은 은퇴를 앞두고 재무·주거·건강문제 등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한 채 다급한 마음이었다면 이 전시회를 열지 못했을 것이고 후배들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백 처장은 은퇴를 앞둔 직원들이 남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본인이 가진 지식과 기술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그는 동국대 경주캠퍼스 평생교육원에 임금피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재무·건강·주거·취미·봉사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신설·운영하자고 제안한 결과 이 교육과정이 운영된 바 있다.

현재 이 교육과정은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돼 있으나 코로나-19 종식 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는 “최근 한수원이 울산경제진흥원과 시니어들이 지역에 창업하는 사람들을 돕거나 시니어들이 창업할 때 돕기로 한 것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백 처장은 앞으로 행보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컨설팅박사과정을 수료한데 이어 태양광발전 관련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지난 36년간 쌓은 지식과 기술을 최근 배운 컨설팅기술을 활용해 한수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걸어나갈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은퇴 후에도 당당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후배들과의 아름다운 이별에 이어 아름다운 만남을 다시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시회는 30일부터 한수원 본사에서도 열린다.

백훈 한수원 시니어처장이 은퇴를 앞두고 경북 경주지역 한 카페에서 지난 20일부터 29일까지 작은 미술전시회를 개최했다. 백 처장이 본인이 만든 작품 뒤로 한 지인과 함께 그림에 대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백훈 한수원 시니어처장이 은퇴를 앞두고 경북 경주지역 한 카페에서 지난 20일부터 29일까지 작은 미술전시회를 개최했다. 백 처장이 본인이 만든 작품 뒤로 한 지인과 함께 그림에 대한 담소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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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2020-07-01 09:56:39
좋은 기사..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기사..감사드립니다~!

Hjw 2020-07-01 14:47:26
기사를 읽으며 제 인생 방향을 어떻게 설계해야할지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