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 국산화 또 다른 이름 ‘인연’
서부발전 국산화 또 다른 이름 ‘인연’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0.06.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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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 불구 계획예방정비 중인 태안IGCC 현장설명회 강행
23곳 기업 참여…발전기자재 국산화 여부 판단해보는 장으로 꾸며져
발전기자재 국산화 중장기로드맵과 다양한 지원제도 등 공유하기도
현장직원 참석자들과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소중한 인연 만들 것 다짐

에너지타임즈】 서부발전 발전기자재 국산화 프로젝트 가동 2년. 서부발전 내 보이는 변화도 꽤나 컸지만 보이지 않는 소중한 변화가 더 컸다. 그런 탓에 정권이 바뀌거나 최고경영자가 바뀌더라도 이 프로젝트는 당초 설정했던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한 프로젝트 추진 그 디딤돌을 놨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취임한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은 발전기자재 국산화 관련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한전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그의 경험은 2030년까지 발전기자재 국산화율 90% 달성이란 중장기로드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엔지니어 사명은 확보하지 못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국산화는 이들에게 가장 큰 목표이자 꿈인 셈이다.

김 사장도 그런 인물이다. 외산제품에서 탈피하려는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되지 않았던 시간들. 그는 걸림돌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공공기관이란 한계, 필요하다면 사업계획서에 직접 사인하겠다는 그의 어록은 아직도 서부발전 내 강력하게 어필되고 있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발전기자재 국산화 관련) 직원들이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들의 의지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최고경영자가 솔선수범을 하는 것에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게 될 것”이란 지론을 폈다.

그러면서 그는 직원들의 주저함을 덜어주고 조금 더 자유롭게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배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 같은 약속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2년이 흐른 현재. 서부발전 내 발전기자재 국산화 관련 조직문화가 크게 바뀌었다. 수동적인 문화에서 능동적인 문화로 전환된 것인데 다양한 프로그램 중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발전기자재시장에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과 서부발전 실무자들이 만날 수 있는 현장설명회다. 어쩜 이 자리는 외산기자재 독립을 위한 출발점인 셈이다.

그래서 서부발전 직원들은 이 자리에서 만난 인연이 발전기자재 국산화 꽃을 피우는 씨앗으로 보고 더 없이 소중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부발전이 지난 17일과 18일 계획예방정비 중인 태안IGCC 현장에서 발전기자재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게 현장을 공개하는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 17일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박미경 우성하이테크 대표가 발전기자재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서부발전이 지난 17일과 18일 계획예방정비 중인 태안IGCC 현장에서 발전기자재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게 현장을 공개하는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 17일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박미경 우성하이테크 대표가 발전기자재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협력기업이 발전기자재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하면 서부발전은 자사에서 보유한 발전소 내에서 이 기술에 대한 실증사업을 지원한 뒤 실증에 성공할 경우 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서부발전 발전기자재 국산화 프로세스다. 다른 기관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5대 서부발전 발전기자재 국산화 사업은 ▲국산화 기술개발 추진(2030년 발전설비 국산화율 90% 달성) ▲제도적 지원체계 구축(국산화위원회 운영과 성과 보상, 책임 면책) ▲실증(서부발전 보유 설비 활용) ▲성과창출 / 선순환(지속적인 국산화 통한 상생협력생태계 구축) 등과 함께 현장설명회(진입장벽 제거)를 포함하고 있다.

현장설명회는 계획예정정비기간 중 발전기자재시장 진입을 희망하는 기업에게 현장을 공개하는 간단한 프로세스지만 서부발전은 이 설명회를 발전기자재 국산화 프로젝트 출발점으로 중히 여기는 분위기다.

발전플랜트는 겉으로 보면 큰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분해를 하면 수많은 발전기자재들로 구성돼 있다. 기계·전기·화학 등 관련 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발전플랜트 모두를 국산화시킬 수 있다는 말은 어쩌면 그냥 나온 말은 아닌 것 같다.

김병숙 사장이 취임한 2018년부터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현장설명회에 현재까지 중소기업 143곳의 225명 관계자들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 동안 발전소는 국가보안설비란 틀 속에 걷혀 있었고, 기업들도 발전소 문턱을 넘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발전회사가 공공기관이다 보니 굳이 국산화란 가시밭길보다 외산기자재를 선택하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서부발전이 발전소 벽을 허문 것은 가히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서부발전은 지난 17일과 18일 계획예방정비 중인 태안IGCC(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 현장을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발전기자재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게 공개했다. 서부발전이 공공기관임을 감안할 때 발전기자재 국산화에 대한 남다른 의지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날 설명회가 강행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 이날 설명회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면 IGCC 국산화 또한 1년 이상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태안IGCC 계획예방정비를 1년 이상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23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경영진을 비롯한 기술자 등 모두 41명이 태안IGCC를 방문했다.

이날 김재식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IGCC운영실장은 태안IGCC 관련 IGCC 실증플랜트 기술개발사업 일환으로 건설된 우리나라 첫 IGCC란 점을 강조한 뒤 “설계 당시 태안IGCC는 대부분 외산기자재로 구성돼 있고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국산화 가능한 발전기자재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IGCC는 석탄을 불완전 연소시켜 합성천연가스를 생산하면 합성천연가스는 가스복합발전설비를 가동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전원이다. 이 발전전원은 신재생에너지로 지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권과 환경단체 등이 발전연료로 석탄을 이용한다는 것만으로 IGCC시장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실장은 “IGCC 관련 기술개발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IGCC를 둘러싼 논란으로 더 이상 IGCC가 건설되지 않아) 시장이 좁다”고 아쉬움을 밝힌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현장설명회에서) 많은 아이템이 발굴되고 많은 실적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 인사말 후 이어진 본격적인 간담회에서 서부발전 직원뿐만 아니라 참여기업 관계자 등 모두가 일일이 서로를 소개하고 본인을 알리는 시간이 이어졌다.

노대인 서부발전 국산화부장은 “이 자리는 반드시 무엇인가를 얻어가는 자리라기보다 인연을 만들어가는 자리로 봐 줬으면 좋겠다”면서 “(이 자리에 참여한 참여자들이) 현장의 많은 정보들을 공유한 뒤 본인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소개시켜 주는 등 소중한 많은 인연을 만들어가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는 “서부발전은 언제든 발전소 문을 열어 놓을 것”이라고 말한 뒤 “이 자리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서부발전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노 부장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서 서부발전 직원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인연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부발전 직원들이 강조한 인연. 인연은 발전기자재 국산화 관련 서부발전 남다른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최고경영자가 국산화 현장을 방문해 국산화를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나 직원들이 전면에서 이들과 인연을 맺는 것은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음이다.

서부발전에서 방점을 찍고 있는 인연은 핵분열에 비유되지 않을까싶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됐던 하나가 또 둘이 되는 핵분열은 다소 시작이 느릴 수 있지만 종래엔 걷잡을 수 없는 폭발적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서부발전이 지난 17일과 18일 계획예방정비 중인 태안IGCC 현장에서 발전기자재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게 현장을 공개하는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 17일 현장설명회에서 윤광수 서부발전 차장(왼쪽 첫 번째)이 참석자들에게 발전기자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서부발전이 지난 17일과 18일 계획예방정비 중인 태안IGCC 현장에서 발전기자재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게 현장을 공개하는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 17일 현장설명회에서 윤광수 서부발전 차장(왼쪽 첫 번째)이 참석자들에게 발전기자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 우연일까. 그렇지 않다.

이날 신용식 서부발전 국산화부 차장은 서부발전 발전기자재 국산화 로드맵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발전기자재 국산화율 기준.

신 차장은 “국산화율 정의는 통상 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서부발전은 발전기자재 수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서부발전 국산화율은 국산화 대상 발전기자재를 국산화 대체 완료 발전기자재로 나눈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부발전이 국산화율 설정 기준을 달리하면서 자사에서 수립한 발전기자재 국산화 중장기로드맵 또한 새로운 목표와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신 차장은 “서부발전 내 발전기자재는 모두 2만5606건이며, 이미 국산화가 완료된 발전기자재는 이중 75.5%인 1만9332건이며 외산기자재는 24.5%인 6274건”이라고 설명한 뒤 “서부발전은 자사에서 정한 국산화율 기준에 따라 2018년부터 2030년까지 국산화 중장기 목표로 국산화율 22.2%에서 90%까지 끌어올리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부발전 발전기자재 국산화율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지속적인 프로젝트 추진이란 서부발전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 국산화율은 발전기자재 국산화 대상을 축소시킬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당장 성과를 내기엔 좋은 방법일 수 있으나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데 분명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금액이 높은 기자재 국산화에만 치중할 가능성이 높고 금액이 낮은 기자재 국산화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서부발전 발전기자재 국산화율은 당장 국산화율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하겠지만 모든 발전기자재를 국산화 대상에 둘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서부발전 현장설명회는 발전기자재 국산화 출발점인 셈이다.

그 효과에 대해 신 차장은 지난해 발전기자재 국산화 목표는 223건이었지만 모두 229건의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등 목표를 초과달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간단한 만남의 시간을 가진 참석자들은 태안IGCC 설비분야별 현장그룹투어에 나섰다.

가스화플랜트·가스복합플랜트·석탄설비 등으로 나눠 이뤄진 이 투어에 계획예방정비로 바쁜 윤광수 차장 등 7명 실무자들이 안내를 맡았다. 본지는 윤 차장이 이끄는 현장그룹투어에 동행했다.

이 그룹은 태안IGCC 가스화플랜트 기계부문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윤 차장은 중소기업 관계자에게 외관부터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공사소음으로 오가는 대화가 쉽지 않았지만 기술자만의 언어가 있는 것 같다.

가스화플랜트 내부로 들어선 이 그룹은 계획예방정비를 위해 분해돼 있는 발전기자재들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국산화 여부를 논의했다. 또 이 그룹 내 업종이 다른 중소기업에서 온 관계자들끼리 발전기자재를 함께 살펴보면서 협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윤 차장은 이 발전기자재에 대한 재원 등을 공유했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 번째로 서부발전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다는 박미경 우성하이테크 대표는 함께 온 연구소 소장과 함께 현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국산화 가능한 발전기자재를 찾아내는데 열중했다.

박 대표는 현장에서 보는 것으로 발전기자재 국산화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국산화 가능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이 자리는 많은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산기자재를 국산화하는 것은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서부발전에서 이 같은 부분까지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부발전이 지난 17일과 18일 계획예방정비 중인 태안IGCC 현장에서 발전기자재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게 현장을 공개하는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 17일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본격적인 현장투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부발전이 지난 17일과 18일 계획예방정비 중인 태안IGCC 현장에서 발전기자재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게 현장을 공개하는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 17일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본격적인 현장투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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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2020-06-23 15:55:44
서부발전이 정말 협력사와 상생하는게 느껴집니다. 좋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