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기조에도 불구…중국과 일본 해외자원개발 드라이브 걸어
저유가 기조에도 불구…중국과 일본 해외자원개발 드라이브 걸어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0.05.0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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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에너지안보 제고 필요성 인지 후 체계·전폭적인 정부 지원 이어져
아시아 수출 집중하는 중동 산유국 대상 상·하류사업 중심으로 참여 확대

<기획연재> 해외자원개발!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① 외환위기 후 현재까지 자원개발
② 그 동안 어둠과 함께 빛도 있어
③ 자원개발 이래서 아직도 필요해
④ 아직도 각국 총성 없는 전쟁 중
⑤ 끝나지 않은 자원공기업의 역할
⑥ 정부 특단 대책 내놔야 할 시점

【에너지타임즈】 해외자원개발은 통상 마라톤에 비유된다. 오랜 시간을 인내해야만 하고 그 과정에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위험성을 뛰어넘어야만 완주란 큰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해외자원개발 기틀을 만들었다는 것은 42.195km를 달리기 위한 마라톤 출발선에 선 것이다. 자원빈국인 우리가 안정적인 자원을 확보하겠다면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마라톤은 페이스조절에 따라 승패를 결정짓는 스포츠다. 완주할 수 있는 체력이 있다 해도 그 힘을 적절하게 분배하는데 실패할 경우 완주는 불가능해진다. 그런 탓에 다른 선수를 위해 속도를 조율하는 선수인 페이스메이커 역할은 마라톤에서 완주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정책은 페이스조절에 실패한 것이 아닐까싶다.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야 할 정부는 당장 이익에 눈이 멀어 마라토너인 자원공기업에게 전력질주를 독려했다. 그 결과 지친 마라토너는 주저앉고 말았다. 현재 우리 모습이 이렇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 주저앉아 있는 마라토너를 일으켜 세워 다시 뛰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기권을 할 것인지.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한 유전에서 석유를 뽑아 올리는 펌프잭. (사진=뉴시스)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한 유전에서 석유를 뽑아 올리는 펌프잭. (사진=뉴시스)

국제유가와 광물자원가격 급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석유자원과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셰일혁명 여파로 석유수입처가 다양하지고 중동이슈가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셰일혁명 성장세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에너지안보 제고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세계 석유수요 증가세를 이끄는 중국뿐만 아니라 석유수요가 감소하는 일본은 셰일혁명과 저유가 등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안보 제고에 집중하면서 새롭게 부각된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이 미국으로 수출을 줄이고 아시아지역으로 수출에 집중하고 있는 환경변화를 기회로 인식하고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등과 상·하류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의 정상이 해외자원개발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수석은 2017년 천연가스수요 증가와 석유자원 해외의존도 상승문제가 가시화되자 국영석유회사에게 자본투자비용 증대를 지시했다. 아베 신조(Abe Shinzo) 일본 총리는 2012년 취임 후 자원외교를 활용한 해외자원개발을 장려했다. 그 결과 일본 석유자원 자주개발율은 2012년 22.1%에서 2018년 29.4%까지 상승했다.

먼저 중국은 석유의존도 상승 속 국내외 유전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국영석유회사 3곳은 국가주석 지시에 따라 자본투자를 대폭 증가시켜 공격적으로 자국 내 유전과 가스전 개발을 본격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의 자본투자금은 2014년 이해 최대치인 77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재원은 성숙유전 생산량 감소를 상쇄하기 위한 신장 북서부지역 유전과 시추안 셰일자원, 남중국해 심해유전 탐사·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자원개발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2017년부터 중동 자산 매입을 시작으로 다양한 해외자원개발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그 일환으로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한 실적 악화와 반부패조사, 과거 매입한 부실자산에 대한 비판 등을 이유로 해외자원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그 결과 해외자원개발 투자는 2013년 400억 달러에서 2016년 전무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2017년 해외자원개발 시급성 등을 감안해 해외자원개발 정부검토기간 단축 등을 지원했고, 중국 국책은행은 해외자원개발 재원 조달을 지원했다.

우리나라와 환경이 비슷한 일본도 해외자원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8년 수립한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자국 석유수요 감소와 상관없이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중요하다고 명시했다. 또 미래에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 뒤 수입국 다각화와 지분 확보, 산유국과 협력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 석유자원 자주개발율 목표를 2030년 40%로 성정하고 그에 맞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일본 정부는 중국·인도 등 석유회사에서 해외자원개발에 드라이브를 걸자 자국 내 석유회사와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고 신흥개발도상국 선제·전략적 움직임이 자국 중·장기 에너지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 뒤 물량 확보와 재무적 기반 구축, 국제유가 변동 대응 등에 초점을 맞춘 우량자산을 보유한 중핵기업 육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2016년 JOGMEC법 개정으로 석유회사 해외사업에 대한 지원범위를 넓혔고 미국·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카타르 등을 대상으로 한 상·하류 참여 기회를 획득하는 등 에너지안보 제고를 위한 JOGMEC 재정·기술 지원과 자원외교를 통한 해외자원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일본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관련 예산은 2015년 993억 엔, 2016년 1139억 엔, 2017년 2776억 엔으로 각각 늘렸다. 또 일본 JOGMEC은 해외자원개발 투·융자 예산을 2015년 2350억 엔, 2016년 7105억 엔, 2017년 3215억 엔, 2018년 2494억 엔, 2019년 7346억 엔 등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업계 고위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은 현재 셰일혁명 여파로 생산량 증가에 따른 저유가 등과 상관없이 정부 주도하게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이 같은 행보는 에너지안보 전력 수립 시 강대국과의 이해관계변화와 신흥개발도상국과의 치열한 경쟁이 가져올 장기적인 영향까지 고려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셰일혁명 여파로 촉발된 석유시장 변화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에너지안보 투자 필요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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