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관리 일원화 30여년 전쟁 마침표?…政 간단·명쾌 해법 제시
댐 관리 일원화 30여년 전쟁 마침표?…政 간단·명쾌 해법 제시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0.03.31 2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업부·환경부, 발전용 댐도 용수관리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 잡아
발전용 댐인 화천·팔당댐 대상으로 2년간 시범운영 거쳐 나머지 댐도 확대 검토

【에너지타임즈】 30여년 만에 댐 관리 일원화 전쟁에 대한 명쾌한 해법이 나왔다. 정부가 발전용 댐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효율적인 용수관리를 위해 이 댐에 다목적용 댐의 기능을 부여한 것으로 정책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1984년 감사원이 팔당댐 관리권을 수자원공사로 이관할 것을 요구하면서 댐 관리 일원화 전쟁은 시작됐다. 이후 수자원공사 측은 용수부족과 가뭄·홍수 등에 대비 효율적인 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발전용 댐에 대한 물 관리를 요구했다. 반면 한수원 측은 이미 한강홍수통제소 등으로부터 통제를 받고 있는 탓에 이미 정부로부터 효율적인 물 관리에 기여하고 있다고 맞서왔다.

30여년 이어진 이 전쟁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해법은 정부가 발전용 댐 관련 다목적용 댐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권리를 가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발전용 댐의 용수를 용수관리계획에 포함시켜 용수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한수원은 발전용 댐 관리를 현재처럼 할 수 있게 됐고, 수자원공사는 그 동안 요구했던 물 관리를 일원화시킬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댐 관리 일원화 논란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발전용 댐인 화천댐 전경.
발전용 댐인 화천댐 전경.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기후변화로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지는 물 관리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한데 이어 용수부족과 가뭄·홍수 등에 대비한 통합 물 관리 일환으로 발전용 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현재 발전용 댐은 수력발전을 위해 설치된 댐으로 한수원에서 관리·운영하고 있다. 다목적용 댐은 용수공급·홍수조절·발전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하기 위해 설치된 댐으로 수자원공사에서 관리·운영하고 있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발전용 댐에 저수된 물은 발전을 목적으로 사용되기 탓에 홍수·가뭄 등이 발생했을 때 이 물을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고민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행법상 정부는 발전용 댐에 대한 수문조작을 강제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그 동안 정부는 발전용 댐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한수원에 요청하는 것으로 물을 관리해왔다.

또 이들은 수도권 추가 용수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담당하는 한강수계 다목적용 댐의 여유물량은 4억㎥에 지나지 않아 추가로 용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도 문제인식을 같이 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수자원공사에서 운영하는 다목적용 댐인 충주댐과 소양강댐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공급가능물량은 연간 40억㎥인 반면 계약물량은 연간 36억㎥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산업부와 환경부는 발전용 댐 관련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해 발전용 댐에 대한 활용 방안 등을 협의한 결과 발전용 댐에 용수관리 등 다목적용 댐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해결책을 만들어냈다. 정부가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해 발전용 댐에 대한 수문조작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한수원은 한강홍수통제소와 한강수계 발전용 댐의 다목적 활용을 위한 협약을 1일 체결했다. 이 협약으로 발전용 댐을 발전 위주로만 운영하지 않고 용수공급과 홍수·가뭄조절 등 다목적으로 활용한다는 공동협력체계가 구축된 셈이다.

이 협약은 한강수계 발전용 댐의 상시 다목적 활용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며, 시범사업은 발전용 댐인 화천댐·팔당댐을 대상으로 실제 용수공급가능물량·홍수조절용량 등을 분석하기 위해 앞으로 2년간 진행된다.

한강홍수통제소는 ▲발전용 댐 시범운영에 관한 계획 수립 ▲발전용 댐의 연간·분기·월간 댐 운영계획 수립(다목적댐 연계) ▲발전용 댐 운영에 따른 실제 확보수량 모니터링·평가 ▲발전용 댐에 확보된 저수의 이용에 관한 용수공급계획 수립 ▲발전용 댐 용수공급과 홍수조절에 관한 운영기준 마련 ▲홍수조절 지시와 수문방류 승인 등을 맡는다.

한수원은 ▲발전용 댐 운영계획 따른 댐 저수 방류 ▲발전용 댐 운영에 따른 실제 확보수량 상세모니터링·보고 ▲발전용 댐 운영기준 따른 홍수조절 등 세부운영계획 수립 ▲홍수조절계획 따른 수문방류 승인 요청과 수문 방류 ▲발전용 댐 시설물 운영·유지관리·수질관리대응 등을 맡는다.

특히 화천댐은 1944년 건설된 후 76년간 발전 위주로 운영하다가 간헐적으로 홍수·가뭄 시 활용돼 왔으나 평상시에도 다목적용 댐처럼 운영된다. 그 결과 화천댐 수위가 현재보다 높게 유지될 수 있어 이 댐은 가뭄 시 수도권지역에 안정적인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고 추가 용수수요 발생 시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한수원은 한강홍수통제소와 발전용 댐의 다목적 활용에 필요한 업무범위와 책임·권한 등 상호협력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규정해 협약서에 따라 오는 5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산업부와 환경부 측은 한강수계에 있는 나머지 발전용 댐에 대해선 소규모인데다 어업·수상레저 활동과 취수원 수위 확보 등으로 인한 제약사항 등이 있어 추후 화천댐과 춘천댐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확대 실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김동진 환경부 수자원정책국장은 “이 협약은 기존 발전용 댐의 효율적인 활용으로 장래 수도권 용수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뭄과 홍수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돼 산업부와 환경부 간 협업으로 통합 물 관리의 성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댐 관리 일원화 논란은 30여년 이어졌다.

1984년 감사원은 팔당댐 관리권을 수자원공사로 이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당시 한전(現 한수원)은 수자원공사에서 운영하는 발전설비를 자사로 일원화해야 할 것이라고 되레 요구했고, 감사원은 이 요구를 철회했다.

1989년 건설부(現 국토교통부)는 상수도 수질관리차원에서 팔당댐 관리권을 수자원공사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팔당댐 관리권 이관이 수질개선과 무관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이 요구사항은 삭제됐다.

1995년 청와대는 한강수계 연계운용 차원에서 팔당댐 관리권 이관을 다시 요구했으나 전력품질과 전기요금 상승요인이 발생할 수 있는 탓에 한전에서 운영하는 현행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996년 총리실은 용수공급 증대차원에서 팔당댐과 화천댐 관리권을 한전에서 수자원공사로 이관하는 방안의 검토를 지시했으나 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은 한전과 수자원공사의 용역결과 용수공급 증대와 팔당댐과 화천댐 관리권은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1999년 건설교통부(現 국토교통부)는 전력산업구조개편으로 수력발전이 민영화될 경우 용수공급과 홍수조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기능을 수자원공사로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총리실은 물 관리에 따른 건설교통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민영화대상이 아닌 원전회사에 통합·운영키로 방향을 제시했다. 원전과 수력발전이 한수원이란 울타리에 함께 하게 된 배경이 여기에서 출발했다.

2000년 건설교통부는 수자원공사의 동강댐 건설 취소대안으로 발전용 댐을 다목적용 댐으로 전환한 뒤 관리를 수자원공사로 이관할 것을 요구했다. 이 경우 4억8000만㎥ 용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물관리정책조정회의는 회의를 열어 용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현행체제를 유지하고 발전용 댐을 용수위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2016년 에너지기능조정의 일환으로 수력발전에 대한 중요성이 감소한 반면 가뭄·홍수 등 물 관리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어 효율적인 물 관리차원에서 한수원에서 운영하는 발전·다목적용 댐의 관리를 수자원공사에게 위탁·운영토록 방침이 정해진 바 있다.

한강수계 댐 설치 모식도.
한강수계 댐 설치 모식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