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순환보직제도 논란…그리고 봉합되지 않은 갈등의 골
한수원 순환보직제도 논란…그리고 봉합되지 않은 갈등의 골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20.02.1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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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사업장 제외 사업장 노조 기자회견 열어 정재훈 사장 퇴진 촉구 강수
사측 근무시간 조합사무실 출입자 관리 등 근무기강 강화 카드 꺼내 들어
한수원 본사(경북 경주시 소재) 전경.
한수원 본사(경북 경주시 소재) 전경.

【에너지타임즈】 한수원이 4직급 직원을 대상으로 한 순환보직제도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기피 사업장 노조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들 노조가 사장 퇴진을 촉구하자 사측이 노조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들의 관계가 감정싸움으로 번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주)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4직급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인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일리지를 기반으로 한 순환보직제도를 강행했고, 그 결과 기피 사업소인 한울원자력본부를 제외한 고리·월성·새울·영광원자력본부 노조가 이와 관련 단식투쟁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문제가 된 순환보직제도는 기피 사업장 근무 직원들은 낮은 마일리지를 적립하게 되고 나머지 사업장 근무 직원들은 사업소별로 상대적으로 높은 마일리지를 적립하게 되면 많은 높은 마일리지를 받은 직원부터 기피 사업장인 한울원자력본부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제도가 새롭게 도입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이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대표적인 기피 사업장인 한울원자력본부에 갈 직원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입직원들이 대거 한울원자력본부로 발령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나머지 본부 직원들의 발령이 적었다. 다만 탈(脫)원전정책으로 한수원이 정원조정에 나서게 되고 신입직원을 뽑지 않으면서 한울원자력본부로 발령을 낼 신입직원들이 줄어들면서 이 같은 논란이 표면화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피 사업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장 노조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에서 매년 100여명 원자력숙련자를 강제로 전보하려고 한다면서 원전노동자에 대해 사업소 근무를 근거로 점수를 매기고 전체 등수를 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한수원 사장이 노동자를 사람이 아닌 하나의 부품으로 보고 있고 사람에 대해 점수를 매기고 등수를 부여하는 것은 노동자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개별발전소마다 면허가 따로 있고 해당 면허를 따야만 운행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강제인사이동은 노동형태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원을 할당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사측은 이 제도에 대해 한울원자력본부 인력수급을 신입직원이 아닌 기존 직원 중심으로 전환하는 한편 모든 원자력본부가 숙련도 부분에서 균형적인 인력구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은 원전운전을 전담하는 교대근무자와 기술부문 핵심직무전문가 등은 순환보직제도에서 제외됐고 전출 직원 편중에 따른 업무공백 등의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부서별 현원 20% 이내에 대해서만 이 제도를 시행하는 등 전출제한을 두는 등 원전안전성 유지와 향상을 위한 제도적 보완조치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반박했다.

한수원이 4직급 직원에 대한 인사를 14일자로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감정싸움으로 번진 사측과 기피 사업장 제외한 나머지 사업장 노조 간 갈등은 좀처럼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감정싸움으로 번진 시발점은 지난 6일 기피 사업장을 제외한 다른 본부 노조가 이채익 의원(자유한국당), 이언주 의원(미래를향한전진4.0), 정운천 의원(새로운보수당)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4직급 순환근무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 사퇴를 촉구한 것.

사측도 이들의 이 같은 행보에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사측은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바람직한 노사문화 확립을 위한 근대관리 기준과 부당노동행위 예방지침 준수, 시설관리권 행사를 강조하는 내용을 담은 근무기강 강화 알림 공문을 지난 1월 21일자로 본사 처·실과 사업소에 발생한 바 있다. 이 공문은 주기적으로 발송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사측은 기피 사업장을 제외한 다른 본부 노조가 기자회견을 연 직후인 지난 7일자로 한층 강화된 근무기강 강화를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발송된 공문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측이 조합사무실 출입자를 관리하겠다는 것.

이 공문은 근무시간 중 조합사무실 출입자에 대해 1~3차는 경고장 발송, 4차는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수원노조 측은 이와 관련 조합원의 정당한 조합 활동이 침해되지 않고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법적대응을 위한 노무사·법무사 검토의견 의뢰와 함께 지속적인 현장모니터링을 통해 철저히 감시하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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