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불씨 살아있다…석탄공사 새로운 역할 찾아 비상(飛上) 준비
희망의 불씨 살아있다…석탄공사 새로운 역할 찾아 비상(飛上) 준비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9.08.2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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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한석탄공사 유정배 사장
남북경협 후 연탄보급으로 北 난방·산림황폐화문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
환경·기후변화 등 시대정신 반영해 미래 담보할 수 있는 청정석탄기술개발 추진
석탄기술연구소 설립 본궤도 올려놔…석탄산업 미래 고민하고 설계에 초점 맞춰

【에너지타임즈】 석탄공사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애잔함을 준다.

3년 전인 2016년 에너지기능조정 당시 기자는 원주역에서 석탄공사 본사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50대 중반의 택시기사는 ‘석탄공사가 정말 문을 닫아요?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말을 걸어왔다. 왜 그러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당시 에너지기능조정 일환으로 석탄공사가 문을 닫는다는 여론이 있었고, 이를 반발해 탄광지역주민들은 갱내투쟁을 선포하는 등 석탄공사 지키기에 나선 바 있다. 정부도 적잖게 놀란 눈치였다.

유정배 사장도 이들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도 석탄공사를 애잔함으로 묘사했다.

그는 강원도 탄광지역인 평창 출신으로 부친이 탄광 인근지역에서 크게 장사를 했고 이는 경제적 기반이 됐고 춘천으로 유학을 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강원도민 대부분이 석탄산업과 이렇게 인연을 맺었다고 소개했다.

강원도민에게 석탄공사는 이들의 삶이자 추억인 셈이다.

유 사장은 석탄공사가 과거의 영화를 되찾는 것은 어렵겠지만 강원도가 석탄공사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작은 밑그림 하나 그려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정배 석탄공사 사장.
유정배 석탄공사 사장.

연탄수요 최고점을 찍은 1988년 이후 정부는 이듬해 석탄합리화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석탄산업 규모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1988년 기준 석탄공사에서 보유한 탄광과 근로자는 9곳 탄광에 1만3060명, 27년 뒤인 2015년 3곳 탄광에 1368명으로 점진적으로 줄었다. 그리고 4년 뒤인 현재 탄광의 숫자는 유지됐으나 이곳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수는 1000명 이하로 줄었다.

이 조직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해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그렇지만 이 조직에게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한반도 정세변화에도 불구하고 남북경제협력 본격화될 경우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유정배 사장이 취임했다.

유 사장은 취임 후 패배의식에 찌들어 있는 조직에 새로운 희망을 심어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에 돌입했고, 지금은 조직적으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미래에 대한 투자가 늦은 감이 있으나 지금이라도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유 사장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고 북한은 (석탄공사에서 필요로 하는) 시장을 제공할 수 있고,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사업을 위해 세계적으로 이슈화된 기후변화·환경문제 등을 고려한 청정석탄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유 사장은 북한 내 난방문제를 해결하고 산림황폐화문제를 해결하는데 석탄공사 역할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고질적인 북한 내 난방문제는 남한에서 그랬던 것처럼 연탄 보급을 통해 가능하다”고 진단한 뒤 “이 사업모델은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면서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하는 한편 북한 내 땔감용 벌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산림녹화사업을 병행할 경우 기후변화대응에 기여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그는 실현가능성 관련 “남북경제협력 본격화 이후 북한은 경제규모가 적정궤도에 도달할 때까지 난방연료로 연탄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 뒤 “현재 남한에서 보편화된 난방연료인 가스·등유를 통한 난방은 난방인프라 건설과 외자지출 등의 부담을 떠안아야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그는 북한 내 연탄 중심 난방문화는 황폐화된 북한 내 산림복원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북한 내 산림은 1990년 국토면적의 68%이었으나 내 땔감용 나무 벌채와 임야개간 등으로 2010년 서울면적 42배나 줄어든 47%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석탄공사는 채탄과 함께 전국적으로 63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산림녹화사업을 진행하는 등 남한의 산림녹화에 기여한 노하우를 갖고 있고 북한에 이 노하우를 접목할 경우 북한 내 산림황폐화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석탄공사는 탄광 내 사람이 물건을 나르기 위해 오가는 길인 갱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데 사용되는 갱목(坑木)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산림녹화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지금은 갱목은 통나무에서 금속재질로 대체된 바 있다.

유 사장은 북한으로 시장을 확장했다고 해서 석탄공사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언급한 뒤 시대정신을 반영한 청정석탄기술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에 보폭을 맞춰 청정석탄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뒤 “석탄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렇게 생산된 수소를 연료전지 발전연료로 사용함으로써 전력을 생산하는 모델을 만드는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관련 기술이 활발하게 개발 중이기 때문에 현실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탄광형 석탄가스화연료전지(Integrated coal Gasification Fuel Cell)모델을 일컫는 것인데 탄광 인근지역에 관련 설비를 운영할 경우 연료운반에 따른 수송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이어 그는 “남북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북한은 석탄 등 지하자원을 통해 경제발전의 재원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활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선 석탄생산량을 높여야 하고 그렇게 될 경우 현대화설비 투입이 불가피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 뒤 “이 설비를 가동하는데 필요한 것은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공급해야 하는데 이 모델은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설명했다. 또 북한 내 전력체계가 남한과 달리 신재생에너지 등 분산전원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유 사장은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을 실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석탄기술연구소(가칭)’을 설립하는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는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석탄기술연구소 역할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용역을 발주한 상태라고 언급한 뒤 오는 10월경 나오게 될 용역결과는 석탄산업 미래를 고민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연구소 설립과 관련 그는 “자연도태란 길을 걸으면서 도태되고 있는 지난 66년 쌓은 채탄기술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며, 이 기술들은 남북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그는 “채탄기술은 갱내에서 채탄하는 것이 아니라 탄광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반영한 설계와 탄광관리기술 등 모든 학문과 모든 기술이 융·복합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 연구소 역할은 청정석탄기술개발 등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연구개발(R&D)을 통해 남한과 북한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해외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연구소의 마지막 역할은 본격적인 남북경제협력에 필요한 기초조사를 통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석탄기술연구소는 어렵지 않게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채탄기술 사양에 대한 우려가 오래전부터 있어 온데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이 이를 문제 삼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유 사장은 최근 발생한 탄광안전사고 관련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과거보다 채탄현장 내 안전문화가 많이 정착됐으나 채탄현장이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데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근로자가 줄어들면서 채탄현장 내 근로자들은 목숨을 걸고 있을 하고 있다”고 상황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현장에서 안전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 간 화합이라고 설명한 뒤 현장에서 노사 간 불협화음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면서 노사 간 화합이 중요함을 현장에서 늘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구조조정정책이 종결되는 시점이 묘연하다는 것도 현장 내 불안요소 중 하나”라고 지적한 뒤 “구조조정 종결시점이 명확해진다면 근로자들은 삶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고 조직의 미래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어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이 문제와 관련 최근 제도적인 측면에서 노사정위원회가 꾸려졌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정배 석탄공사 사장.
유정배 석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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