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셀프핵종분석 논란 확전…경주방폐장 개점휴업 장기화?
원자력硏 셀프핵종분석 논란 확전…경주방폐장 개점휴업 장기화?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9.07.15 08: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자력硏 핵종분석결과 허위기재영향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처분 중단
원자력안전委 조사결과 핵종농도 처분장 처분농도제한 이내라고 발표
원자력환경공단 원전 방사성폐기물 처분 요청…지역주민 싸늘한 거절
근본적인 해법 될 방사성폐기물분석검증센터 구축 등을 방안으로 제시

【에너지타임즈】 2조 원대 규모로 지어진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7개월째 개점휴업 중이다. 원자력연구원에서 방사성폐기물 핵종분석결과를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주민 등이 방사성폐기물 처분을 막고 나섰기 때문이다.

원자력환경공단 측은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성 확인을 근거로 문제가 됐던 원자력연구원에서 배출되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을 제외하고 원전에서 배출되는 방사성폐기물이라도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했다.

그러나 지역주민 측은 방사성폐기물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허용할 수 없다고 이를 거절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기관이나 기업에서 하는 핵종분석결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사성폐기물분석검증센터를 경북 경주시 감포읍 내 건설할 것과 방사성폐기물 발생부터 처분까지 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가동을 강제조항으로 전환하는 것을 실절직언 대안으로 보고 이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 가동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관측되고 있다.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 내 보관 중인 방사성폐기물.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 내 보관 중인 방사성폐기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7일 한울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 1000드럼이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입고된 후 지난 13일 기준 현재까지 까지 입고가 되지 않고 있다. 당초 계획돼 있던 물량은 현재 원전 내 보관 중이다.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입고되는 방사성폐기물은 크게 한수원에서 운영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과 원자력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연구용원자로 등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 등으로 구분된다.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 개점휴업은 원자력연구원가 입고한 물량에서 문제가 됐으나 지금은 한수원이 입고한 물량까지 문제가 확대된 상황이다.

지난해 초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자력연구원에서 해체한 서울연구용원자로와 우라늄변환시설 등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나섰으며, 그 결과 금·납·구리·철제폐기물이 절취·소실되거나 무단으로 폐기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이 원자력연구원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을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처분하는 과정에서 방사성폐기물 핵종분석결과에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하자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자진신고했다.

언론에서 지적하지 않고 원자력연구원에서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처분되는 방사성폐기물 핵종분석결과 허위기재는 표면화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원자력연구원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 핵종농도분석은 원자력연구원에서만 셀프로 진행되고 있어 원자력환경공단에서 교차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 사건과 관련 지난해 9월부터 10개월간 문제가 된 원자력연구원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과 한수원에서 운영하는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이후 경주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와 경주시의회는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원자력환경공단에 방사성폐기물 반입 중단을 촉구하자 원자력환경공단은 지난해 12월 27일 마지막으로 방사성폐기물을 반입한 뒤 현재까지 반입하지 않고 있다.

또 이들은 지역주민을 비롯한 전문가, 원자력환경공단, 원자력연구원, 한수원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며 지난 1월부터 오는 11월까지 특별조사를 진행하는 등 안전성 확인과 주민설명회, 주민의견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방사성폐기물 반입 재개 여부를 결정키로 방향을 정했다.

그리고 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연구원에서 2015년 이후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인도한 방사성폐기물 2600드럼 중 2111드럼에 기재한 방사성폐기물 핵종농도정보에 오류가 있었고, 한수원에서 의뢰한 원전 방사성폐기물 핵종분석과정에서 3465개 대상데이터 중 167개 데이터에 오류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측은 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 핵종분석결과 오류와 관련 분석과정에 대한 관리·감독 역량 부족을 비롯한 종사자 대상 교육훈련과 분석과정 문서화 등에서 미흡함에 따른 자의적 판단과 지속적인 오류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원자력안전위원회 측은 오류 값을 정정해 비교한 결과 원자력연구원에서 처분한 방사성폐기물 핵종농도는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 처분농도제한 이내이며 원전 방사성폐기물 척도인자의 경우 한수원이 사용 중인 값이 유효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는 등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 제도적인 측면에서 문제점을 전면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원자력환경공단은 7개월째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개점휴업에 들어가 있는 가운데 문제가 된 원자력연구원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지 않더라도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3일 경주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는 제32차 임시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원자력환경공단은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반입되는 원전 방사성폐기물을 대상으로 교차검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을 제외한 원전 방사성폐기물의 우선 반입을 요청했으나 이 기구는 원자력환경공단 요청을 거절했다.

이날 김남용 부위원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발표 기준으로 살펴보면 초심을 잃고 안일하게 대응한 원자력연구원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시설과 인력이 모두 충원된 상태에서 분석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내용물이 반입기준치 이하라 하더라도 한 번 깨진 신뢰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고 방사성폐기물이 안전하게 관리돼야 지역주민들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 사태와 관련 방사성폐기물 핵종분석업무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관리가 될 수 없는 시스템이란 것을 주역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기관과 기업에서 직접 핵종분석을 하는 셀프시스템이라는 점과 함께 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는 원자력환경공단이 방사성폐기물 발생부터 최종처분까지 이력을 관리할 수 없다는 점, 원자력연구원에서 분석한 핵종분석결과를 원자력환경공단이 교차검증 할 수 없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방사성폐기물 핵종분석을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킨 기관이나 기업에서 전담하는 것이 기본방향이다. 원자력환경공단은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 관련 교차검증을 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으나 원자력연구원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 관련해서 교차검증을 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측도 방사성폐기물 핵종분석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전문기관으로 방사성폐기물 처분 책임이 있는 원자력환경공단이 원자력연구원 핵종분석 과정검증이나 교차검증 할 수 없는 한계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지역주민과 경주시 등은 방사성폐기물 핵종분석결과 오류를 재발방지 할 수 근본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들은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입고되는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핵종분석을 할 수 있는 방사성폐기물분석검증센터를 경북 경주시 감포읍 내 건설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행법상 방사성폐기물 발생부터 처분까지 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기관이나 기업의 선택사항인 것을 강제하자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경주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 제32차 임시회의. (사진=뉴시스)
지난 3일 열린 경주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 제32차 임시회의. (사진=뉴시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