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신의 직장?…과중한 업무로 에너지기관 신입직원 떠나
한전이 신의 직장?…과중한 업무로 에너지기관 신입직원 떠나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9.05.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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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부족에 따른 과중한 업무로 인한 업무스트레스 이유로 퇴사 이어져
MB정권 일률적인 정원감축에 현 정부 공공기관 역할 강조 원인 손꼽혀
한전 본사(전남 나주시 소재) 전경.
한전 본사(전남 나주시 소재) 전경.

【에너지타임즈】 한전 등 에너지공공기관 내 과중한 노동환경으로 직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이미 초급간부들의 과중한 업무로 인해 승진시험 기피현상 등이 일반화된데 이어 최근엔 신입직원마저 신의 직장을 떠나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MB정권 당시 추진했던 일률적인 정원감축에 이어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 역할이 강조된 탓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전국전력노동조합에 따르면 강원산불이 발생했던 강원지역 한 사업소에 근무하던 한전 한 신입직원이 과중한 업무를 이유로 퇴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력이 부족한 지역사업소에 근무하면서 가해진 과중한 일상 업무에다 강원산불로 극심한 업무스트레스를 받아 퇴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전력노조 제74년차 전국대의원대회 기념식에 앞서 김종갑 한전 사장과 최철호 전력노조 위원장은 티타임을 가졌고 이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2020년이면 5년차 이하 직원의 비율이 절반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과중한 노동환경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어필했고, 김 사장은 심사숙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중한 업무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에너지공공기관을 떠나는 신입직원들은 한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발전회사를 다녔다고 소개한 한 신입직원도 오지근무와 과중한 일상 업무, 게다가 가끔씩 특별한 업무가 겹쳐지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고 언급하면서 이 같은 이유로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기업이란 메리트가 있긴 하나 실제로 구성원이 돼 보니 만만찮았다”면서 “민간 기업을 다니는 지금이 업무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에너지공공기관에 근무하던 한 직원도 이 같은 이유로 최근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그 동안 에너지공공기관 내 초급간부를 중심으로 과중한 업무가 집중되면서 초급간부시험을 보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노조를 탈퇴할 경우 업무스트레스에 대한 방어선이 무너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본지 2015년 4월 24일자 참고>

그러나 최근 초급간부들의 과중한 업무가 신입직원 등 직원에게 가중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신입직원 등이 퇴사를 결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에너지공공기관 한 직원은 “(직원은) 정시퇴근이 가능하지만 상사가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퇴근할 수 있느냐”면서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일이 남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퇴사를 결심한 적도 있고, 다른 동기들과 만나도 그런 얘기들을 곧잘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에너지공공기관 직원들에게 과중한 업무스트레스가 발생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지고 있다.

MB정권 당시 공공기관 선진화정책 일환으로 공공기관 정원을 일률적으로 10%씩 줄인데 이어 이 정원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은데다 현 정부 들어서면서 공공기관 역할에 대한 과도한 요구도 한 몫 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에너지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내 직원이 모자란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고 모두들 지쳐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언급하면서 “선배이기 때문에 다독이고, 설득하곤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물론 신입직원들이 오지근무 등으로 인해 퇴사를 하는 경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그것과 조금 다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력노조 고위관계자는 “현장에 맞는 정원도 맞춰져야겠지만 시대변화에 맞춰 조직문화도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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