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자력, 더 넓은 바다를 향해
<칼럼> 원자력, 더 넓은 바다를 향해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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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7.1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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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철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지금까지 원자력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견인차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맡아 왔다. 그리고 나아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든든한 후원자는 물론, 수출을 통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약속하는 미래의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 에너지의 30%가 전력으로 사용되고 있는 데 비해 나머지인 70%는 난방, 수송 등 비전력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더욱이 전력생산에너지 중에서도 원자력은 17%를 차지하기 때문에 현재 원자력은 전체 에너지 중 약 6%만을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이 전체 에너지 소비의 31.7%를 차지하고 있고 그 중 원자력이 15%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원자력의 이용을 지금처럼 전력에 국한해 생각하는 것은 마치 큰 바다로 나아가 원양어선으로 대양어업을 생각하지 않고 가까운 호수에서 그물을 치고 있는 것과 같은 광경이다.

이제 우리는 원자력산업을 전력이 아닌 비발전 산업분야로 그 이용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하여야 할 때라고 본다. 비발전 동력분야는 그 이용도도 크지만 활용분야가 매우 다양하고 소자본으로도 가능하다는 데 무엇보다도 큰 이점이 있다.

이러한 비발전 동력분야에는 지역난방, 해수담수화, 원자력선박, 수소생산 등이 있으며 이는 향후 우리가 개척해야 할 거대한 시장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원자력계는 그 첫 걸음으로 담수 및 발전 병용인 SMART330 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향후 2010년부터 10년간 14만톤의 담수 수요 시 그 10%를 원자력이 점유할 경우 70억달러의 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SMART 원자로는 기존의 원자로와 달리 일체형 원자로로서, 모든 주요 기기가 원자로 본체 안에 있어 안전성을 기존 원자로보다 100배 증가시킨 것이다. 현재는 그 시험로인 SMART65의 건설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자초됐다가 다시금 정부의 의지로 재추진을 시도하고 있지만, 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부족해 추진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난방이나 산업체의 공정열 공급도 또 하나의 큰 시장 중 하나이다. 실제로 환경을 가장 우선시 하고 있는 스위스에는 Beznau 원전에서 나오는 폐열을 REFUNA 시스템을 통해 2000가구에 난방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난방부문에서 전세계 시장규모는 약 340~790GWth로 이중 개도국이 약 200GWth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이 중 10%만 원자력을 이용한다고 가정해도 약 180억달러의 시장이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소규모 원자력 열병합 동력은 근래에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국가과제인 스마트그리드(Smart Grid)의 한 축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녹색 지구(Green Earth)를 추구하는 많은 지구학자들은 지금의 석유경제(Oil Economy)에서 수소경제(Hydrogen Economy)로 갈 것을 예상하고 있고 실제로 선진국들은 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써 가장 큰 걸림돌은 대량의 값싼 수소의 생산과 효율적이고 저렴한 연료전지의 생산이다.

현재 신재생에너지나 기존의 화석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함이 자명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원자력 선진국은 수소생산용원자로인 VHTR 개발에 박차를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작년 ‘미래에너지시스템개발’ 장기연구계획을 발표해 역점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수송 분야이다. 수송부문 에너지 소비는 전체 1차 에너지의 약 40%를 점하고 있고 바다는 막대한 공간(지표의 71%, 평균수심 약 3800m)과 거대한 에너지원(대기 열용량의 1100배, CO2 저장용량의 52배)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엄청난 생물 및 석유광물 자원과 그 외 그린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력을 추진 동력으로 하는 원자력선박이나 아니면 운영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력선, 바다목장 동력원으로 러시아를 비롯한 미국과 일본 등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특히 원자력 선박은 향후 증가되는 해양수송을 충당할 수 있는 대용량, 초고속 선박으로 가장 적합하며 경제성도 30노트 이상이면 디젤선에도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러한 향후 전망에도 불구하고 개발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일반인들의 원자력에 대한 불신도 있지만 바다로 향하지 않고 육지에 안주하려는 우리 원자력 산업계의 투자의식도 한몫을 하고 있다. 소르본대의 튀르고 교수는 “역사는 직선적으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요사이 원자력 수출을 지상과제로 하고 있는 우리 원자력계는 더 넓은 원자력산업시장을 보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고 또한 국가와 기업은 미래지향적으로 과감히 투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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