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 직원에겐 끝나지 않을 악몽…조형물이냐? 흉상이냐?
서부발전 직원에겐 끝나지 않을 악몽…조형물이냐? 흉상이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9.03.0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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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대책委 합의서 근거 태안화력 행정동 앞 시계탑 옆에 흉상 설치 주장
사측 추모비 정도의 조형물 인지하던 중 흉상 설치 주장하자 적잖게 당혹
합의금 집행 훗날 정치적 갈등 유발할 있다는 점도 서부발전 직원 괴롭혀
앞서 서부발전 한국발전기술에 문제점 지적과 대책촉구한 것으로 알려져
서부발전 태안화력 정문과 행정동 전경.
서부발전 태안화력 정문과 행정동 전경.

【에너지타임즈】 지난해 12월 석탄취급설비 컨베이어벨트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태안화력에 조형물 설치를 두고 시민대책위원회와 서부발전 측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과 故 김용균 씨 유족에게 지급될 합의금이 훗날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 등은 서부발전 직원들을 좌불안석(坐不安席)으로 만들고 있다.

서부발전 직원들을 좌불안석으로 만드는 발단의 원인은 지난달 5일 서부발전과 시민대책위원회 대표가 나란히 서명한 합의문. 이 합의문에 故 김용균 씨 유족에게 합의금 10억 원과 장례비용 1억6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과 함께 태안화력 내 조형물을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태안화력 내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이슈로 부각돼 있다.

본지 취재결과 이 조형물 설치와 관련 시민대책위원회 측은 태안화력 행정동 앞 시계탑 옆에 故 김용균 씨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흉상으로 제작해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곳은 태안하력 정문을 통과하면 바로 보이는 곳이다.

서부발전 측은 추모비 정도의 조형물로만 인지하다 시민대책위원회 측에서 조형물이 아닌 흉상을 주장하자 적잖게 당혹해 하고 있다. 게다가 사고가 발생했던 장소가 아닌 태안화력 행정동 앞 시계탑 옆에 설치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마땅찮아 하는 눈치다.

그렇지만 서부발전은 이 논란과 관련 시민대책위원회와 협상을 하거나 협의를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김병숙 사장이 눈시울을 붉히면서까지 서부발전과 시민대책위원회가 서명한 합의문 때문이다.

이 조형물에 대한 내용과 위치 등을 시민대책위원회가 결정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내용이 이 합의문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승재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 위원장은 “김용균 씨 소속은 서부발전이 아니라 한국발전기술”이라면서 “조형물도 아닌 흉상을 태안화력 앞마당에 설치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뿐만 아니라 이 합의문에 명시된 故 김용균 씨 유족에게 지급된 합의금에 대해서도 서부발전 직원들은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지만 적잖은 불만과 함께 적잖은 우려를 하는 눈치다.

현재 이 보상금 집행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이 합의서에 故 김용균 씨 장례식 후 한 달 이내에 이 합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음을 감안할 때 이 합의금 집행데드라인은 오는 9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합의금은 이미 집행됐거나 조만간 집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본지 취재결과 합의금 10억 원 중 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이 5억 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가 된 상태이며, 서부발전은 이 합의문을 근거로 자체 심의위원회를 거쳐 이 합의금을 집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서부발전 직원 등 발전회사 직원들은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발전회사 직원이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면 이 직원의 유족에게는 산업재해보험금, 상조회 위로금, 직원급여에서 십시일반으로 모은 위로금 정도만 주어진다. 보상합의대상이 아닌 서부발전이 故 김용균 씨 유족에게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이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합의금을 집행한 것과 관련 훗날 배임 등 정치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서부발전 직원들을 괴롭히는 한 조각이다. 이번 사고 관련 합의대상이 서부발전이 아닌 한국발전기술인데다 조만간 발표될 수사결과에서 서부발전에 대한 책임이 없거나 미약할 경우 서부발전이 지급한 이 합의금에 대한 근거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서부발전은 이에 앞서 한국발전기술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책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본지는 2017년 5월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한국발전기술 인력운영 문제점 및 대책 T/F 구성(안)’이란 제목의 문서를 입수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태안발전본부는 한국발전기술 인력구성 관련 정규직 20%인 반면 계약직 80%라면서 국내발전정비시장 경쟁체제 돌입에 따른 계약직 직원의 이직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손꼽았다.

또 태안발전본부는 환경·연료설비 운전의 경우 교대근무와 일근보직과의 임금격차로 인한 일근보직자 근무기피현상이 심한 문제점이며, 사업소 지리적 요건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다른 회사로의 전직비율이 높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태안발전본부는 대책으로 우수한 운전인력과 정비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우수한 인력 정규직화 점진적 확대 추진, 발전5사 발전원가 현장조사 시 현장상황을 반영한 원가설계 적극 반영, 열악한 근무환경 지속적인 개선 추진, 계약종료 후 우수인력에 한해 후속 계약업체와의 업무승계로 고용안전 확보 등을 내놨다.

다만 서부발전이 한국발전기술을 둘러싼 문제점을 꼬집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발전회사 한 관계자는 “현행법은 발전회사가 도급업체 경영에 대한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음을 감안할 때 서부발전이 할 수 있었던 부분은 공문을 통해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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