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력산업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우리나라 전력산업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08.04.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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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구조개편 언제까지
① 어제는 힘들었다
② 전기요금 딜레마 풀어야
③ 구조개편 언제까지
④ 기후변화대응 역할은
⑤ 해외서 희망날개 달아야

새 정부 출범 이후 수면위로 떠올라
“GO! VS BACK!”
-소비자가 값 싸고 질 좋은 전기 선택할 권리 있다
-공공성 강화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우선 돼야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 해답은 무엇일까.

7년 전, 발전회사가 분사될 당시 어떤 식으로든 방향을 잡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에 부풀어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시작됐다. 그러나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갈등이 골이 깊어지면서 이 정책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문제는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찬성론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구조개편을 완성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반대론자들은 이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원점으로 다시 되돌려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지켜보는 발전회사 직원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아직 새 정부는 답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호에는 언제 끝날지 모를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세계 전력산업이 움직였다.

OECD·IBRD·APEC 등 국제기구가 중심이 돼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촉진하기 시작한 것. 우리나라 전력산업도 구조개편이라는 일대 혁명을 맞았다. 지난 19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공기업의 경영쇄신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는 정부의 시급한 개선과제로 선정돼 추진됐다. 문민정부 시절인 1994년 7월부터 1996년 6월까지 당시 경제기획원은 한전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했다. 이 경영진단이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경영진단 결과 한전 민영화는 단계적인 추진을 기본 전제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후 1997년 6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학계와 연구기관, 업계 전문가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 ‘전력산업구조개편위원회’가 조직됐다.

수 차례 걸친 위원회 활동 끝에 지난 1998년 11월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 시안’을 작성해 세상에 드러냈다. 이후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구조개편, 가까스로 시작됐지만…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이 확정돼 발표된 것은 지난 1999년 1월 21일. 이 위원회는 12차례에 걸친 토론결과와 각계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세계 각 국에서 추진된 구조개편의 모형을 참고로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한 기본 방향을 설정한다.

정부와 한전은 구조개편 추진을 위한 법적 제도에 대한 정비작업을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안’ 등 구조개편과 관련된 3개 법안을 제15대 국회에 제출하지만 노동계의 반발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자동 폐기됐다.

산자부는 제16대 국회가 구성됨과 동시에 법률안을 다시 손질, 국회에 상정한다. 이에 국회 산업자원위원회는 자체적인 ‘전력산업 구조개편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각계의 여론을 수렴한 후 법률안 심의에 착수하게 된다.

법안을 심의한 결과 ‘민영화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1년 간의 준비기간을 둔다’는 내용을 추가해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친 후, 대통령 재가를 받아 2000년 12월 23일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공포됐다.

한전은 발전회사 설립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역사적인 날은 2001년 4월 2일. 한전 본사 대강당에서 한국수력원자력(주),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주), 한국전력거래소 임직원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수인계와 협약 서명식을 가진다. 이로써 한전은 창립 40년 만에 발전산업 분할로 본격적인 구조개편 길에 접어들게 됐다.

또 산자부는 개정된 전기사업법에 따라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과 전기사용자의 권익보호에 관한 심의를 비롯해 전기사업과 관련된 분쟁의 재정기능을 담당하게 될 전기위원회를 2001년 4월 27일 발족시켰다.


여전히 꺼지지 않는 ‘갈등의 불씨’


발전회사 분사에 이후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거의 제자리에 머물렀다.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한 찬성론자와 전력노조를 중심으로 한 반대론자들의 이견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 속에서 지난 2003년, 노사정위원회가 배전분할 중단으로 손을 들어주자 구조개편은 전면 중단됐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 태풍의 중심에 서 있는 발전회사 임직원들도 이 생활에 안착하기 시작했다. 발전회사는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들어 가면서도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간다고 입을 모았다. 발전회사 한 직원은 “가야할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될지 답답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발전회사 분사를 두고 한 찬성론자는 “연료가격이 상승되는데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이 동결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발전부문의 경쟁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단된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시장의 발전을 위해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력노조 관계자는 “발전회사 분사 이후 한전의 단일 구입보다 비싼 가격에 발전연료를 구입해야 했고, 고위직 중심의 인력 증가에 따른 비용증가, 정비일수 단축에 따른 고장 증가 등이 문제점으로 나타났다”고 맞섰다.

그는 또 “구조개편을 추진했던 나라들이 부작용을 일으키며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고 미국의 전기요금 상승과 캘리포니아 대규모 정전사태는 좋은 사례”라며 “우리나라의 모델이었던 영국도 분리됐던 발전회사와 배전회사를 수직으로 통합되는 것은 이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영국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해 한 찬성론자는 “영국의 이 같은 변화는 실패가 아니라 구조개편의 새로운 모델”이라며 “이 모델은 전기생산과 영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으로 전력산업의 특성상 가능한 일”이라고 반문했다.

이렇듯 한 사안을 놓고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는 팽팽히 맞서 있다.


새 정부 구조개편 방향 ‘오리무중’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구조개편에 대한 다양한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사정위원회의 결정 이후 잠시 주춤했던 구조개편 찬성론자들이 두각을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어떻게든 구조개편은 완성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반대론자는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하기 전에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학계 한 경제학자는 “전기도 다른 시장에서처럼 소비자가 값싸고 질 좋은 것을 직접 선택할 권리가 있으므로 완경경쟁시장으로 가야한다”며 “구조개편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단정지었다.

또 다른 찬성론자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재추진하게 된다면 예전에 수립됐던 형태로 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인지를 따져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반대론자는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내세우면 발전회사를 한전으로 다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력산업 구조는 공공성을 강화할 때 전력산업의 공급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전력노조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실패 사례로 제주도 정전사태를 손꼽았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전력시스템이 분리돼 있다 보니 대규모 정전이라는 위기를 겪었다”며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분할된 발전회사를 재통합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학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충분한 검토 없이 시작된 정책이니 만큼 어정쩡하게 돼 버렸다”며 “지금이라도 충분한 연구와 심도 있는 검토를 바탕으로 구조개편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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