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자원외교, “알듯 모를듯 하자”
<기자의눈> 자원외교, “알듯 모를듯 하자”
  • 정치중 기자
  • jcj@energytimes.kr
  • 승인 2008.04.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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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캄보디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정상들과 각각 회담을 갖고 이른바 ‘자원외교’를 펼쳤었다. 그러나 의욕은 앞세우고 있지만 안정적인 자원확보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공기업의 이라크 유전개발 자격심사 탈락은 현지 사정을 고려치 않고 너무 조급하게 일을 처리한 나머지 생겨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2일 하찬호 이라크주재 대사는 ‘재외공관장 회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원외교는 신중히 추진해 최대의 실익을 거둬야 하는데 정부관료들이 여기저기에 떠들고 다녀 유전광구단가를 올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현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내뱉었다. 이 발언은 새 정부의 요란하고 내실없는 자원외교에 대해 국민들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한마디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자원외교가 핵심 국가과제라고 밝혀 왔고, 총리는 자원외교 총리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부응해 모든 정부부처가 나서서 자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상대국 면전에서 자원외교에 관심 있다는 말을 한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을 수 없다.

정부의 역할은 상대국을 만나 그럴싸한 말들을 늘어 놓는게 아니라 자원외교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주변 선진국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으로 세계 자원부국들을 상대로 자원확보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마당에 우리도 우리의 경쟁력인 통신망 구축, 플랜트 건설, 도로·항만 인프라 구축 능력을 무기로 삼아 자원부국들과 적극적인 윈-윈 경제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더 이상 정부 관료들은 대통령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외우지만 말고 자원외교 전략을 조용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란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말을 아끼고 더욱 신중해져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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