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관리공단-광물자원공사 통합…노동자 목소리 포함돼야
광해관리공단-광물자원공사 통합…노동자 목소리 포함돼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8.08.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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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재훈 한국광해관리공단노동조합 위원장
물리적인 통합과 화학적인 통합을 나눠 대비해야
공단으로 출범…추가 손실발생 시 속수무책 지적
정원·직급문제 등 통합 과정서 다양한 문제 파생
노동자 일방적인 산업부 행보에 침묵 깨고 주장

【에너지타임즈】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를 통합하는 관련 법안에 대한 발의가 초읽기에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통합 당사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통합을 결정함에 따라 정부기관인 이들이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노동자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은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를 통합한 새롭게 출범할 한국광업공단(가칭)과 이 기관에서 일하게 될 노동자들이 겪게 될 미래를 생각하면 편히 앉아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라고 말했다.

본지는 2년 전 에너지공기업에서 간부직원 승진시험이 미달되는 등의 현상이 발생한 것과 관련된 기획취재를 한 바 있다. 당시 간부직원으로 승진하는 것을 기피하는 직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은 개인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고, 회사로부터의 불합리함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노조를 탈퇴해야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달았다.

이 노동자는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를 통합하는 것에 대해 물리적인 통합과 화학적인 통합으로 구분한 뒤 정부를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통합논의에 당사자인 노동자들도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군가에게 이 문제는 관리대상인 여러 기관 중 하나이지만 누군가에게 이 문제는 삶의 전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일 청와대 분수대(서울 종로구 소재) 앞에서 최재훈 광해관리공단노조 위원장이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7일 청와대 분수대(서울 종로구 소재) 앞에서 최재훈 광해관리공단노조 위원장이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재난수준 폭염이 연일 이어지던 지난 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 억울함으로 호소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광해관리공단 한 노동자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최재훈 광해관리공단노조 위원장은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1인 시위를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물었다.

최 위원장은 “노조창립일로 모든 직원들이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MB정부에서 추진된 해외자원개발 실패로 불거진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를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노조창립일 기쁨보다 위원장으로서 지금의 혼란에 대한 책임감에 대한 비통함과 죄스러운 마음이 커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를 통합하는 관련 법안이 조만간 발의될 예정인데 현재까지 논란이 됐던 통합에 대한 주요 화두인 동반부실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물론이고 심지어 당사자인 기관 간 그 어떠한 논의조차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를 통합하는 과정에 산업부의 졸속행정과 갑질행정에 대한 실태를 알리고 싶다”면서 “대통령은 바뀌면서 시대정신도 바뀌었으나 여전히 산업부의 공무원정신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날을 세웠다.

지난 4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를 통합하는 방안이 최종 확정된 후 그 동안 강경한 반대 입장과 달리 다소 조용한 행보에 대한 이유를 물었다.

최 위원장은 “산업부가 지난 3월 말 열린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 토론회에서 통합기관 출범 후 동반부실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기우이며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광해관리공단 직원들은 산업부의 약속을 믿고 지난 5월 취임한 신임 이사장과 함께 본연사업에 보다 집중해 왔고, 장기간 기관장 공석에 따른 업무공백과 함께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기업 직원으로서 기관 통합에 따른 기본 업무의 공백을 국민들이 느껴서는 안 된다는 심정으로 일해 왔으나 현재까지 산업부가 그 어떠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규모 부실방지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를 통합한 새로운 기관에 대한 추가적인 부실예방대책이 세워지고 비전이 명확하게 설정됐을 때 통합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사견을 전제했다. 또 “산업부의 졸속행정 악습이 지속된다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상황에서 통합이 된다면 새로운 기관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최 위원장의 주장으로 요약된다.

최 위원장은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를 통합하는 것을 물리적인 통합과 화학적인 통합으로 나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리적인 통합과 화학적인 통합에 대한 입장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먼저 최 위원장은 물리적인 통합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의 입장이지만 산업부가 강행을 한다면 정부기관으로써 피해갈 수 없는 부분도 없잖아 있다”면서 “통합된 새로운 기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산업부가 내놓은 방향을 보면 그 동안의 손실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후에 발생할 손실에 대해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새롭게 출범하게 될 기관은 공단의 형태를 갖추게 돼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없음을 감안할 때 이후 발생할 손실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떠안아야 할 처지”라고 그에 따른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산업부가 그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내놔야만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를 통합한데 따른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정부기관인 사측은 정부기관으로써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사측이 할 수 없는 일을 직원들을 대표하는 노조는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또 논의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자격이 분명히 있는 탓에 지금이라도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측이 협상에 나서더라도 노동자의 목소리는 새로운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 위원장은 화학적인 통합과 관련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물리적인 통합과 달리 볼 필요가 있다는 사견을 전제했다.

물리적인 통합은 그 나름대로 입장을 달리하더라도 화학적인 통합은 최악의 상황인 통합이 이뤄진 뒤 조직 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직을 설계돼야 한다는 것을 최 위원장은 주장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통합 기관 내 노조환경에 대해 묻자 “MB정부에서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의 1차 피해자는 광물자원공사이고, 그에 따른 2차 피해자는 광해관리공단”이라고 정의한 뒤 “다만 통합기관 설립 후 이 조직 내 노조환경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통합기관 내 조직문화를 산업부에 일방적으로 맡겨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가령 정부가 새로운 통합기관 정원을 터무니없이 낮게 배정할 경우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없게 되고, 양 기관의 서로 다른 직급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등 이 문제를 정부에만 맡겨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통합기관 새로운 조직문화는 노동자 스스로 만들어낼 필요가 있고 그에 맞춰 노동자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이 문제에 직접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뒤 “정부는 새로운 통합기관을 관리해야 할 여러 기관 중 하나로 보고 있지만 노동자는 새로운 통합기관의 주인이 돼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 위원장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규모 부실방지대책이 없는 산업부의 졸속행정으로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를 통합할 경우 시너지효과는 고사하고 동반부실로 이어져 결국 피해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돌아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최 위원장은 지난 9일 산업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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