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정책…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설 때 가능”
“에너지전환정책…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설 때 가능”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8.07.0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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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
공정한 전력거래 가능한 전력시장제도 개선 시급
전원계획·전력시장·전력계통 유기적으로 연동돼야
신재생E 급증…보조서비스시장 현실적 운영 필요
원활한 전력시장운영…합당한 인센티브 받쳐줘야
창립 후 최대 조직개편 단행…업무단계별로 조정

【에너지타임즈】 “에너지전환은 긴 호흡으로 일관성 있게 꾸준히 실천해야....“

조영탁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취임 4개월쯤 되던 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정책은 긴 호흡으로 흔들림 없이 일관적으로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공직자에 앞서 학자로서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영향을 행사했다.

다만 에너지전환문제를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바라는 시각이 다소 엇갈리는 측면이 있고 이 사안에 따라 우호적이기도 하고 비판적인 부분이 없잖아 있다.

그는 본인을 둘러싼 세간의 시각에 대해 “학자로서 철학과 신념을 가졌기 때문에 동일 진영에 대해 어떤 사안은 적이 됐고, 어떤 사안은 아군이 됐던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보였다.

이어 그는 “에너지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거나 진영 논리에 기대어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평소의 철학과 신념 때문에 그렇게 보일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그는 “학자와 전문가 역할은 추상적인 주장(그것이 설령 올바른 방향이라도)을 무턱대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세부적인 정책과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란 지론을 펴기도 했다.

특히 조 이사장은 “에너지전환도 차근한 준비와 공정한 경쟁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에너지전환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의 여부에 따라 정책 효과와 달성시기가 결정되는 것이지 어떤 주장을 한다고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자로서 품어왔던 지론인 기울어진 운동장(전력시장)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고 이는 공직자 길에 들어선 본인에게 주어진 소임이라고 말했다.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

조 이사장은 에너지전환시대를 맞아 전력거래소 역할로 플레이어(회원사)들이 공정한 그라운드(전력시장)에서 공정하게 전력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첫 번째로 손꼽았다. 전력시장과 전력계통을 공정하게 운영하면서 에너지전환을 뒷받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최근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이 급진적인 측면이 없잖아 있다는 주장이 있긴 하나 에너지전환정책이 아니더라도 시대적 요구는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고 강조한 뒤 “다만 에너지전환을 위해선 현재 전력시장의 제도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실행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조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에너지전환정책이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전원계획·전력시장·전력계통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이사장은 현재 전력시장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손꼽았다.

그는 “전력시장제도는 현재 원전과 석탄발전 등에 유리하도록 돼 있다”면서 “시대정신은 친환경발전을 더 요구하고 있고, 친환경발전에 대한 중요성은 지금보다 앞으로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는 “화석연료 등 기존 발전전원과 함께 친환경발전이 공정하게 플레이(전력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현안 중 하나”라면서 “경제급전에 환경과 안전 요인을 가미하고 세제개편 등을 바탕으로 한 불공정한 전력시장, 일명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출력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가 전력계통에 대거 연계될 경우에 대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등이 대거 연계될 경우 전력계통운영상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 뒤 그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예측의 정확성 제고와 보조서비스 시장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그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미리 예측하는 것은 전력거래소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그 일환으로 전력거래소는 신재생에너지통합관제시스템을 개발한데 이어 시범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조 이사장은 신재생에너지 간헐성에 대비한 관련 백업설비 등을 적절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보조서비스시장을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신재생에너지 출력변동성을 보완할 발전전원으로 가스발전이나 양수발전이 거론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이들이 신재생에너지 출력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선 보조서비스시장이 정상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전력시장의 보조서비스는 그 기능과 가치에 비해 보상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조 이사장은 전력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합당한 인센티브가 정당하게 지급될 필요가 있다는 지론을 펴기도 했다.

그는 최근 관련 법안이 통과한 소규모전력중개시장을 예로 들면서 소규모전력중개사업자가 전력시장에서 필요로 할 때 적절하게 움직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합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조 이사장은 최근 거래소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운영계획이 에너지전환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출력변동성을 가진 신재생에너지 증가와 하루 전 발전계획 정확도 저하 등을 근거로 에너지전환을 위해 통합운영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중장기과제로 전기위원회 등 에너지거버넌스개선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그는 에너지전환정책으로 전력시장에서 전력거래를 하는 사업자들이 늘어나게 되고, 공정한 전력거래를 규제해야할 전기위원회 기능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학자시절에 전기위원회 기능 강화와 함께 전기·가스·지역난방 등의 거래를 감시하고 규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규제기관의 기능 확대와 조직 강화에 대한 의견을 여러 차례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조 이사장은 이 같은 환경변화에 능동적이면서도 공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력거래소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전력거래소 설립 18년 만의 최대변화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늦어진 부분이 있다”면서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이 조직개편이지만 이를 최소화하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과감하게 추진한 조직개편은 한 달가량 지나면서 기본 틀을 많이 갖췄고, 이제부터는 운영상 묘를 살리는 것은 이사장의 몫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직개편 관련 에너지전환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됐다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손꼽은 뒤 그 일환으로 시장기능과 계통기능 등 업무기능별로 나눴던 조직을 개발본부와 운영본부라는 중·장기 개발과 단기 운영의 업무단계별로 나눠 기능을 부여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과거 계통본부를 단기적인 운영을 담당하게 될 운영본부로 개편하고 산하에 시장운영처·계통운영처·정보기술처 등을 둠으로써 기능 간 연계와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중·장기적인 사업을 전담하게 될 개발본부 관련 전원계획처·시장계통개발처·신시장개발처 등을 두었다. 이는 안정적인 전력수급과 효과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 원전·석탄발전·가스발전 등의 전통적 자원에 수요관리·신재생에너지·온실가스 등 신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통합적인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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