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약보다 더 유익한 ‘좋은 인간관계’
<칼럼> 보약보다 더 유익한 ‘좋은 인간관계’
  • 에너지타임즈
  • webmaster@energytimes.kr
  • 승인 2009.06.05 19: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기 고려대 경영대학원·노동대학원 외래교수

3명이 같은 금액을 공동 투자해 100달러를 벌었다면 33.333달러씩을 나누면 될 것이다. 그런데 전부 5달러 짜리 뿐이어서 나누는 방법은 35, 35, 30달러로 나눠야만 한다. 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35달러를 갖고 싶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30달러를 갖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5달러를 양보한 사람은 당장은 손해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관계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나쁜 관계 속에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낫다” 고 200여년 전에 말한 바 있지만, 그 중요성은 오늘날도 전혀 변함이 없다. 프랑스의 사회비평가 자크 아탈리는 ‘인간적인 길’에서 “가난함이란 과거에는 ‘갖지’ 못한 것을 의미했으나, 앞으로는 ‘소속되지’ 못한 것이 될 것이다.

미래의 자산은 네트워크에의 소속이 될 것이며, 네트워크 속의 관계의 질이 성공적 삶의 최우선 조건이 될 것이다”라고 서술했다. 좋은 인간관계는 시대가 변해도 그 중요성은 더 증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이 확대되는 1980년 초에 일부 학자들은 개인간 접촉의 필요성은 줄어들고 인간관계의 중요성도 점차 줄어 들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예측은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반대로 귀결됐다. 즉 기술이 발달(하이테크)해 사람들의 접촉 기회가 줄어들수록 접촉의 욕구는 더욱 커진다(하이터치)는 ‘하이테크 하이터치(High Tech, High Touch)’의 구호가 공감대를 더욱 얻어가고 있다.

“사회적 고립은 흡연,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고혈압 못지않게 죽음을 앞당기는 원인”이라고 에드워드 할로웰이 ‘창조적 단절’에서 주장한 말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좋은 인간관계는 정신적 만족감의 차원을 넘어서 인체의 면역체계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심리학자와 면역학자인 글레이즈(Robert Glaser) 부부의 연구를 살펴보자. 이들은 실험에 참가한 부부들에게 개인별 갈등상황을 들춰내 다시 논란을 일게 하고 서로 다투게 하는 상황을 설정했다. 그리고 다투기 시작한 3~4시간 후에 두 사람의 혈액 속 항체수치를 측정하니 그 수치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이 연구 후에도 글레이즈 부부는 후속 연구를 했는데 추가로 발견한 사실은 ▲갈등이 적대적일수록 항체의 기능이 더 약화됐으며 ▲갈등상황이 간헐적으로만 등장할 경우에는 항체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느끼는 쌍들의 경우에는 하체저하 등 뚜렷한 건강상의 악영향이 발견된 점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실행한 연구도 유익한 시사점을 준다. 말기 유방암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통상적 치료를 받는 그룹으로, 다른 집단은 통상적 치료 외에 일주에 한 번씩 다른 환자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이해를 촉진하는 대화의 기회를 갖게 했다.

실험결과 대화시간을 가진 환자 그룹은 약물치료만 받은 환자 그룹에 비해 덜 우울해 했으며, 치료의 통증도 적게 느꼈다. 특히 자신의 심경을 다른 환자에게 솔직히 말하는 환자들은 실험환자의 수명보다 평균 2배 이상 더 오래 살았다.

직장인의 경우에 인간관계의 질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00년 7월말 워싱턴 포스트에 흥미 있는 연구 결과가 보도됐다. 한 글로벌 컨설팅 사에서 직장인들의 인적 네트워크가 업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이다. 여기에서 직장성공의 요인을 ‘직무능력’과 ‘인적 네트워크 능력(관계능력)’의 두 가지로 구분하고, 업무성과를 고성과자, 중성과자, 저성과자 등 세 그룹으로 나눈 후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결과는 직무능력의 성과차이에 별 영향이 없었으며, 관계능력이 업무성과에 더 큰 차이를 가져왔다. 직장인 중에는 전문성이나 업무능력이 성공의 관건이며, 상호관계는 중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 앞의 연구는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좋은 인간관계는 정신건강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보약보다 더 중요하며, 직장의 성과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변 사람과 잘 지내라는 말은 바른 생활 선생님의 말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이상의 과학적 이유가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자신의 주변에 힘든 관계에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 당장 자괴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좋은 인간관계란 정도의 문제이지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100점짜리 완벽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교회 목사님이 설교 중에 물었다. “성도님들 중에 주변에 미워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분 손들어 보세요.”

성도들은 두리번거리며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런데 90세 할머니가 혼자 손을 들었다. 그러자 목사님이 감격한 목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저 할머님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을 진정으로 실천하는 분 아니겠습니까? 한 사람도 미워하는 사람이 없다니 놀라운 일 아닙니까?”

그러자 할머니가 말했다. “있었는데, 다 죽었어.”
선천적으로 관계능력이 발달한 사람이 있지만, 부족한 사람도 포기할 필요는 없으며, 포기해서도 안 된다. 좋은 관계능력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이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증진하기 위한 지속적 공부와 노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