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② 전기요금 딜레마 풀어야
전력산업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② 전기요금 딜레마 풀어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08.04.2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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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어제는 힘들었다 
② 전기요금 딜레마 풀어야
③ 구조개편 언제까지...
④ 기후변화대응 역할은
⑤ 해외서 희망날개 달아야

전기요금,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물가안정정책 대안 될 수 없어…세금이란 인식 버려야
-연료비 연동제 도입 한 목소리…소비자에 당위성 알려




전기요금 때문에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전기요금 현실화, 이 업계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감하는 부분이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만 모를 뿐이다. 한 지인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볼 때 20년 전보다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인하됐다고 거침없이 말을 던진다.

최근 요동치는 연료비 등으로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위태롭다는 위기론을 펴는 전문가도 있다. 이미 한전을 비롯한 발전회사 등은 그에 따른 긴축경영으로 예산을 줄여보자는 계산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여의치 않아 보인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전기요금 현실화라고 전문가들은 꼬집어낸다.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는 전기요금,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이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번 호에선 그 해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전기요금 현실화 딜레마, 도대체 해법은 없나(?)

우리나라 전력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만한 질문이다. 이들은 전기요금을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답은 알고 있지만 그 과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물가상승이라는 장애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전기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말을 그 동안 더 많이 들어왔다. 일부 소비자는 아직도 ‘전기요금’을 ‘전기세’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선거나 경기가 나빠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 바로 ‘전기요금을 낮춰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말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전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너무 급등했다는 것. 하지만 전기요금이 계속 동결되다보니 한전을 비롯한 전력관련 기업의 재무구조가 위축되면서 엇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전기요금은 인상돼야 한다’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바 있다. 이 발언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 현실화는 물가안정이라는 장애물에 걸려 동결되거나 인하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력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다. 그렇다보니 설비를 건설하고 보수, 증설 등으로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투자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송전탑 하나 건설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십억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 각 지자체마다 배전선로를 지중화 해 달라는 요구가 빚 발치고 있다. 그러나 예산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쉽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또 이 관계자는 배전선로의 지중화는 일반 배전선로에 비해 4배 가량의 비용이 더 투입된다고 덧붙였다.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발전소의 설비는 어떤가.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100만kW급 건설하는데 조 단위를 넘어간다. 물론 다른 발전설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와 더불어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도 한 몫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뒤로하고라도 전력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발전회사의 연료비중은 70%가량이나 된다. 비용의 절반 이상이 연료비로 사용된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연료비가 부쩍 인상됐다.

화력발전소의 주 발전연료인 유연탄 가격은 최근 몇 년간 2∼3배 가량으로 인상됐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연탄 가격이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무게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이 현상은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LNG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국제 유가가 113달러선을 돌파했다. LNG가격이 유가와 연동돼 있는 것으로 볼 때, LNG도 여의치 않다. 원자력 연료인 우라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한전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 현실화 문제는 시장에 따라 요금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통제를 받다보니 절차가 까다롭고, 정치와 맞물려있다 보니 전기요금 현실화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털어놓는다.

사실 우리나라 전기요금체계는 한전의 전기요금 개정(안) 이사회 의결 후 지식경제부 인가신청을 의뢰하면 지식경제부 장관이 전기요금과 소비자보호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하고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인가된다. 비공식절차로 이 개정(안)과 시행일정 등에 대해 당정협의와 청와대 보고를 병행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 까다롭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발전설비를 정비하는 업계 관계자는 “이미 발전회사에서 긴축경영 등으로 발전정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등 어떤 면에서는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필요할 때 정비를 하지 못하면 발전소를 운영하는데 불의의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이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가 경제는 장기적으로 전력계통을 불안하게 만드는 등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적어도 설비투자가 위축돼 전력산업 전체가 악화되고 계통이 불안해 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각 국의 에너지 확보경쟁 심화, 온실가스 감축요구 등 국제 환경규제 강화 등 우리나라 전력업계는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섰다. 에너지 자원의 해외의존도와 화석연료의 가격급등으로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전력업계 공기업들이 이런 세계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이들 기업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며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해선 이러한 잡다한 이유들이 즐비하지만 이를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 전기요금을 현실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간혹 들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을 연료비와 연동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석유의 경우 지난 1994년 석유시장 자율화 정책에 의해 정유사들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가스와 열요금도 지난 1998년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이 제도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전기요금은 처음부터 잘못되다 보니 많이 엇갈렸다. 처음엔 잠시 동결시킨 것이지만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서 현 전기요금과 시장에 적용된 전기요금의 간격이 훨씬 벌어진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점에 대해 시장물가와 전기요금은 이미 많이 벌어진 상태로 이 간격을 좁히는 것이 전기요금을 현실화시키는 것”이라며 “전기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이 점을 충분히 인식했을 때 이 간격은 좁혀지기 시작한다”고 꼬집어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휴대폰 요금과 비교해 “4인 기준, 한 가구당 전기요금은 아무리 많이 내더라도 3∼4만원 정도지만 휴대폰 요금은 20만원(1인 5만원 기준)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전기요금이 저평가 된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취재 중 만난 대부분의 관계자는 전기요금을 무턱대로 인상하기보다는 전기를 직접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홍보로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전기요금이 세금으로 인식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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