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남북관계 훈풍…광물자원공사 존폐 재검토해야
[데스크칼럼] 남북관계 훈풍…광물자원공사 존폐 재검토해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8.05.0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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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 김진철 편집국장-
【에너지타임즈】자본잠식상태에 빠진 광물자원공사, 정부가 특단의 조치로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통폐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시 광물자원공사를 둘러싼 여론이 이랬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기적과도 같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4.27 판문점 선언)’은 광물자원공사를 둘러싼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북미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까지 해제되는 상황이 도래될 경우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통폐합은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45조 원에 달하는 통일비용을 포기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광물자원공사가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원인으로 정부는 MB정부와 전임정부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을 손꼽으면서 이어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하는 방안을 내놨다. 원인규명을 했다고 보기에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 정부는 1단계로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통합, 2단계로 해외자원개발 관련 자산을 점진적으로 매각한다는 내용을 담은 광물자원공사 기능조정 세부방안을 지난 3월 30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상정했고, 이 방안은 확정됐다.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하는 것은 광물자원공사를 폐지하고 광물자원공사의 자산·부채·잔존기능을 광해관리공단으로 이관한 뒤 통합기관인 ‘한국광업공단(가칭)’을 신설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광물공사법 폐지, 광해광지법 개정, 광업공단법 제정 등 법률 제·개정(안)을 마련한데 이어 지난달까지 발의할 예정이었으나 법안발의가 답보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법안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관이 해외자원개발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승렬 산업부 자원개발전략과장이 지난 2일 의원회관(서울 영등포구 소재)에서 열린 ‘MB정부 자원외교비리 진상규명 국회토론회’에 참석해 광물자원공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광물자원공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회고한 점을 미뤄볼 때 광물자원공사 해외자원개발기능을 폐지한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을 전후로 광물자원공사 해외자원개발기능은 그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이전에는 광물자원공사를 자본잠식상태로 만든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이후에는 통일자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

현재 알려진 바로 북한 광물잠재가치는 300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지만 알려지지 않은 광물자원까지 더한다면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남북이 북한자원개발로 10년간 동(30%)·철·아연·무연탄·마그네사이트(50%) 등을 개발한 후 남한으로 도입할 경우 수송비 절감 등 그에 따른 수입대체효과가 45조 원을 육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통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공기업인 광물자원공사가 필요한 이유로 손꼽히고 있다.

게다가 광물자원공사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는 북한자원개발과 함께 통일비용을 만들어내는 자산인 셈이다. 현재 광물자원공사가 북한자원개발을 개발한 뒤 남한으로 반입한 경험을 갖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광물자원공사는 북한 명지총회사와 2003년부터 2023년까지 남북공동개발의 일환으로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리에서 정촌흑연광산사업을 추진했다. 2007년 상업생산을 시작한데 이어 같은 해 11월 1차로 흑연제품 200톤, 12월 2차로 350톤, 2010년 1월 3차로 300톤을 각각 남한으로 반입한 바 있다. 또 2008년 10월 894톤, 2009년 1500톤을 이 광산에서 생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2010년 5월 남북 경제교류 중단으로 잠정중단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서 광물자원개발을 전담하는 공기업이 필요한 이유는 독일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있다. 서독과 동독이 통일 후 독일은 광업산업에서 대혼란을 겪었고, 이를 타개할 대안으로 공기업을 설립한 후 광산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통일비용의 일부분을 충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이유를 감안할 때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통합은 다시 검토돼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음이다.

이대로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이 통폐합된 뒤 통일에 대비한 광물자원공기업이 다시 설립된다면 세월호사고 당시 후속조치로 수학여행을 금지하고 해경을 해체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다만 광물자원공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 결과는 지난해 12월 부결된 광물자원공사 법정자본금 법안이 단적인 예다. 광물자원공사 부채가 2008년 5000억 원에서 2016년 5조2000억 원으로 10배 이상 늘어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음이 그 이유로 손꼽힌다.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예산을 집행한다는데 반대를 안 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당시 시민단체들도 정부에서 MB자원외교비리를 덮으려는 꼼수라고 정부를 비난한 바 있다.

그렇다면 광물자원공사가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이유에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 그리고 실패한 정책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 등 이 같은 과정이 동반된 후 광물자원공사 법정자본금 법안이 발의됐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MB자원외교비리 원인규명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한 이유는 광물자원공사 존속여부를 떠나 앞으로도 북한을 포함한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사람이 먼저라고 대통령이 말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 노동자도 사람이다. 실패에 낙인이 찍힌 이들에게 현재 대한민국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다. 물론 이들이 부패한 권력과 그에 편승한 부역자들이 광물자원공사를 지금의 위기로 만드는 동안 침묵한 죄를 부정할 수 없지만 이들이 진실규명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못한 우리 사회의 역할도 부정할 수 없다.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광물자원공사 노동자들이 그 동안의 실패를 자산으로 45조 원에 달하는 통일비용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 또한 우리 사회의 몫이 아닐까싶다. 그러기 위해선 철저한 원인규명과 부패한 권력과 그에 편승한 부역자 발본색원, 잘못된 정책에 대한 정부의 자기반성 등이 반드시 동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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