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광해관리공단 직원에게 따뜻한 연대 손길이 필요한 이유
[데스크칼럼] 광해관리공단 직원에게 따뜻한 연대 손길이 필요한 이유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8.04.0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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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 김진철 편집국장-
【에너지타임즈】촛불을 든 광해관리공단 직원에게 노동자들은 따뜻한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실패로 낙점이 찍힌 MB정부 해외자원개발, 2차 피해자인 광해관리공단 직원들이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지나가는 길에 돌을 맞은 기분이라고 언급하면서 뜬금없는 일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지금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요즘 말로 의문의 1패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지난달 5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광물자원공사를 살릴 대안으로 유관기관을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한 토론회에서 그 유관기관이 광해관리공단이라고 정부는 공식화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 고위관계자는 처음부터 광해관리공단을 염두 한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발표 당시 유관기관이라고만 말을 했지 광해관리공단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다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1단계로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통합을 추진, 2단계로 해외자원개발 관련 자산을 점진적으로 매각한다는 내용을 담은 광물자원공사 기능조정 세부방안을 확정했다.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통폐합하는 이 방안은 한 달도 검토되지 않아 확정된 것으로 엄밀히 따지자면 광물자원공사가 통합하게 될 유관기관으로 광해관리공단을 공식화한지 이틀 만에 이 방안이 정부정책으로 정해진 셈이다.

정부의 입장은 이렇다. 광물자원공사 유동성 문제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을 선택하게 됐다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당장 오는 5월 만기되는 5000억 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막지 못해 광물자원공사가 법정관리대상으로 분류될 경우 400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공공기관 신용등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따르면 연간 4조 원에 달하는 금융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상황은 이렇게 전개됐지만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이 통합된다면 광물자원공사를 현재 완전자본잠식상태에 이르게 된 원인규명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실체가 없는 기관을 대상으로 원인규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끌고 왔다. 이 같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부분도 없잖아 있다.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날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국회 본회의다. 이날 광물자원공사 법정자본금을 2조 원에서 3조 원으로 증액하는 법안이 상정됐으나 찬성 44표, 반대 102표, 기권 51표로 부결됐다.

이 법안은 그 동안 MB정부 해외자원개발 관련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여당의원들이 발의했다는 점과 여야를 떠나 상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이 법안을 지지했다는 점,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언급조차 없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법안이 부결됐다는 것은 이상할 정도다. 그렇다보니 헌정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날 이 법안이 부결된 이유로 홍영표 의원(더불어민주당) 발언이 손꼽힌다. 이날 그는 MB정부 당시 광물자원공사는 해외자원개발에 뛰어든 공기업으로 회사채 발행을 했다가 실패한 회사라고 지적한 뒤 광물자원개발에 투자를 했다가 실패를 하면서 누적적자가 3조 원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또 공기업도 실력이 없거나 부패로 인해 잘못 경영을 한다면 문을 닫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의 이 같은 발언으로 여당의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결국 이 법안은 부결됐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날 홍 의원 발언이 당론에 기반을 둔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견에 기반을 둔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듯 정부는 광물자원공사를 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하는 방안을 카드로 꺼내들었다.
만약 정부와 여당이 의도적으로 광물자원공사를 위기상황으로 빠뜨렸다면 이들은 MB정부 해외자원개발 원인규명을 포기하는 것으로도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 같은 방법으로 MB정부 해외자원개발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판단했다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통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석유공사를 둘러싼 그 동안의 논란에 원인규명 없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지난 10년 동안 MB정부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조사를 이어왔으나 원인규명과 관련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간이 훌쩍 흘러 증거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개연성도 크다. 게다가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도 적어 사실상 출구전략이 없다는 점도 이 같은 상황을 이어왔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두고두고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잖아 있다.

김병수 석유공사노조 위원장은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대로 묻혀버리면 우리도 편하죠. 그렇지만 왜 이렇게 됐는지 원인을 알아야만 노동자들이 누명을 벗고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 아니냐”고 원인규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에너지공기업 노동자들이 광해관리공단 직원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뻗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장 광해관리공단이 2차 피해자로 드러났지만 앞으로도 2차 피해자, 3차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앞으로 해외자원개발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 동안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에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하지 않았다.

조금씩 다른 생각으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이 문제를 둘러싼 노동자들이 그토록 알고자 했던 것은 MB정부 해외자원개발과 관련돼 그 동안 불거졌던 의혹에 대한 속 시원한 원인규명이다.

작은 불씨가 큰 불길을 만드는 법이다. 광해관리공단 직원들이 먼저 촛불을 들었지만 이 촛불을 크게 밝히는 것은 노동자들의 따뜻한 연대에서 출발한다.

촛불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어냈다. 문 대통령이 이 촛불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더 많은 촛불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MB정부 해외자원개발 민낯과 대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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