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에너지전환정책…전기료 묶어놓고 성공 못해
[데스크칼럼] 에너지전환정책…전기료 묶어놓고 성공 못해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8.02.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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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 김진철 편집국장-
【에너지타임즈】문재인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에너지전환정책. 기존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는 한편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는 이 정책에 대한 큰 그림에 대해선 크게 이견이 없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 없이 이 정책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 정책은 전기요금 인상을 동반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고 이는 결국 풍선효과로 이어져 에너지생태계가 파괴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우리나라 전력거래시스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발전회사가 전력을 생산한 뒤 전력거래소에 판매를 하면 전력판매회사가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을 구매한 뒤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기요금은 결국 이들의 매출과 직결되는 셈이다.

발전회사가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비용인 발전단가가 늘어나게 되면 발전회사가 전력거래소로부터 받게 될 정산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대표적인 전력판매회사인 한전은 전력거래소로부터 높은 가격에 전력을 구입,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한 뒤 고객에게 전력을 판매해야 한다.

이처럼 전력거래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한전이 적자경영을 하거나 과도한 흑자경영을 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현행 전기요금 조정제도는 인상요인과 인하요인을 적기에 반영된 사례가 없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을 받아오고 있다. 그 결과 전기요금에 인상요인이나 인하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한전은 적자경영을 하거나 과도한 흑자경영을 해 왔다.

정부가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란 관측을 한 것은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발전단가가 유동적인 현상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동결시킴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악영향이 고스란히 에너지생태계로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정책으로 인해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원전과 석탄발전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노후 된 석탄발전 일시가동 중단과 원전의 추가 정비 등으로 인해 발전단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발전연료비는 전년대비 2조5000억 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전환정책으로 발전연료비를 낮추는 역할을 해 온 원전과 석탄발전 가동률이 줄어든다는 의미는 곧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 부분이다.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적기에 반영하지 못할 경우 1차적으로 한전이 적자경영에 놓이게 된다. 한전이 전력거래소로부터의 전력구입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전 경영이 일정수준으로 위험수위에 오르면 발전회사 경영환경에 영향을 주게 된다. 2차적인 문제다. 발전회사가 전력거래소에 전력을 판매한 뒤 받게 되는 정산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전과 발전회사 경영환경에 빨간불이 켜지면 발전연료비를 줄이는 방법을 찾게 되는데 현재 정부가 이를 정책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요금은 천연가스요금이다. 천연가스요금이 원가이하로 조정될 경우 그에 따른 여파는 에너지생태계를 파괴하는 수순으로 접어들게 된다. 이것이 바로 3차적 문제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는 정부의 호언장담은 에너지생태계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MB정부에서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MB정부는 2008년 3월 금융위기와 고유가기조 등을 이유로 서민경제안정화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정책이 포함됐다. 이후 전기요금은 손상 처리됐으나 가스요금은 고스란히 미수금으로 남았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쌓인 가스공사 미수금은 5조5000억 원가량. 가스공사는 이 미수금을 회수하기 위해 2013년부터 도매용 도시가스요금에 이 미수금을 정산단가에 포함시켜 2017년 10월까지 모두 회수했다.

가스공사가 미수금 원가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미수금이 발생하던 순간부터 이자를 미수금에 포함시켰다. 그렇다보니 원가만 반영한 미수금 규모보다 가스공사가 실제로 회수한 미수금은 더 많아졌다.

이 문제는 도시가스 공급자와 수요자 간 채무관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차 피해로 이어졌다. 도시가스 가격경쟁력이 다소 약해짐에 따라 경쟁연료에게 시장을 내주는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이 여파로 도시가스요금 동결로 혜택을 입은 수요자는 미수금 회수기간 경쟁연료를 선택함에 따라 정산단가에 포함된 미수금은 기존 수요자나 신규 수요자에게 전가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부가 에너지전환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란 호언장담은 이 같은 위험한 사태를 만들어낼 수 있음이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에너지전환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에너지전환정책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따라서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신재생에너지가 보급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발전회사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발전량 기준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에너지전환정책에 의거 당분간 대규모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하게 될 발전사업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회사가 적자경영을 한다면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뿐만 아니라 한전이 적자경영을 할 경우 신재생에너지가 보급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제약을 받게 된다. 에너지전환정책에서 한전의 역할은 신재생에너지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송·변전설비를 적기에 건설해야 하고 지능화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적자경영에서 적절한 투자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미 2017년 한전 매출액은 59조8149억 원으로 전년대비 3755억 원 감소한 반면 매출원가는 54조8617억 원으로 전년대비 6조6729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영업이익은 4조9532억 원(잠정)으로 전년대비 7조484억 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1조5093억 원(잠정)으로 전년대비 5조6390억 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이 7조 원이나 감소한 원인은 민간발전사업자에 대한 전력구입비 증가와 발전연료비 증가 등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는 정부의 호언장담은 분명 악수 중에 악수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에너지전환정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그 동안 미뤄왔던 전기요금에 대한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함으로 전기요금 인상요인과 인하요인이 적기에 반영될 수 환경을 만들어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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