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전기가 우리의 생활패턴을 바꾼다
똑똑한 전기가 우리의 생활패턴을 바꾼다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09.04.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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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 추진위원회 발족시켜 11월까지 구체적인 상세 로드맵 수립
에너지이용의 효율 극대화…신재생E·분산형전원 보급확대에 기여
최근 들어 에너지·환경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으로 ‘Smart Grid(지능형 전력망)’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지능형 전력망은 기존의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이 시스템이 갖춰질 경우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효율을 최적화시킬 수 있다. 똑똑한 전기로 불리는 이유다.

이에 지식경제부는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계 최초로 국가단위의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지경부는 오는 11월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할 예정이며 지난달 31일에는 기업·학계·연구계·시민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능형 전력망 로드맵 수립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지능형 전력망일까.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본다.



지능형 전력망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의 효율을 최적화시키는 차세대 전력망이다. 기존의 전력망인 ‘발전→송배전→판매’에 정보기술인 IT가 접목 된 것이다.


최근 들어 지능형 전력망이 각광받는 이유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그 첫 번째로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소비자는 전력관리장치로 전기를 사용하는 형태와 전기요금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에너지절약을 유도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소비자가 직접 전기제품의 전력사용 현황을 분석·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낮은 전기요금 시간대로 전력수요를 유도하는 등 전력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것. 예를 들어 세탁기를 전기요금이 저가인 심야시간에 동작하도록 설정해 둔다면 주간의 피크전력수요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심야로 이전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원의 보급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등 전력생산이 불규칙적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이 전력망에 대규모로 연결되기 위해선 전력망의 지능화가 필요하다. 이 망이 구축되면 ‘바람세기 증가→풍력발전기 출력 증가→화력발전소 출력 감소’ 등으로 이어져 일정한 전력을 생산해 주파수를 맞출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전기자동차와 연료전지 등 분산형 전원을 통해 전력을 생산·저장·판매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전기요금이 낮은 심야시간대에 전기자동차를 충전하고 주행 시 사용한 뒤 잉여전력은 주간시간대에 전력회사로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세계 각 국에서 보여지고 있다. 이미 미국과 호주 등 8개국은 지능형 전력망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국가 차원의 종합 개발계획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의 보급확대 차원에서 지난 2005년부터 추진하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녹색뉴딜정책의 핵심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4년 전력IT(지능형 전력망 기술) 종합대책을 수립했으며 지난해에는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으로 확대 개편한 바 있다. 이 전략은 전력IT 등 15대 유망기술분야를 선정하고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한 것.


이 기술개발은 민·관 공동으로 추진됐으며 발전·송배전·소비자 전력관리장치 등 전력망 전반을 지능화하기 위한 10대 과제기술개발로 추진됐다. 정부는 개발기술의 상용화와 수출산업화를 위한 ‘지능형 전력망 통합 실증단지’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소비자 전력관리장치 등 조기 기술개발이 필요한 과제를 선정하고 이들 기술에 대한 조기상용화를 추진한다. 기술개발 평균 진도율은 2008년(59.1%)→2009년(78.3%)→2011년(95%) 등이다.

지능형 전력망 구축 상세 로드맵은 지난달 발족한 ‘지능형 전력망 구축 추진위원회’가 오는 11월까지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보급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오는 2011년까지 지능망 시범도시를 지정·운영하고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오는 2010년 정부는 지능형 전력망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근거 확보와 전력회사의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지능형 전력망 촉진법(가칭)’을 제정하고 전력수요변화가 반영된 실시간 전기요금제도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지능형 전력망이 구축되면 전력산업을 비롯해 중전·가전·자동차·에너지 등 산업전반에 걸쳐 큰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력산업은 지금의 ▲화석연료 위주의 발전원 ▲기저발전(원자력, 석탄)+첨두발전(LNG, 양수) ▲공급자 위주의 제한된 전력시장 등에서 오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원의 일반화가 이뤄진다. 또 기저발전 위주로 바뀌게 되며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참여하는 완전경쟁 전력시장으로 변한다.

중전산업과 통신산업이 각각 고유한 산업영역으로 구분돼 있으나 기존의 중전기기와 IT기술이 융합된 제품으로 일반화되고 소비자전력관리장치(Smart Meter) 등 신전력설비가 일반화된다.


가전사업은 기능과 성능 위주의 제품개발에서 전력상황에 반응하는 스마트 가전제품(Smart Appliance)로 개발된다. 이렇게 될 경우 조명과 에어컨, TV 등이 전기요금에 연동돼 전력사용이 최소화된다.

건설산업은 편의성과 디자인을 고려한 건물설계에서 효율적인 전력이용이 가능한 스마트 건물(Smart Building)로 확대된다. 또 자동찬 산업은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 위주에서 플러그인 전기자동차가 일반화된다. 에너지산업은 석유판매에서 전력판매로 바뀌게 된다.


<2020년, 대한민국의 어느 날>

미래전자에 다니는 진수. 그는 이 회사에서 에너지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출근과 동시에 진수는 전날 생산공장에서 소비된 전력량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가정과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주가처럼 상황에 따라 바뀌어 어느 시간대에 전기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전기요금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진수. 그의 머리에서 한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전기요금이 비싼 낮 시간에 자체 발전원을 가동한다면 보다 자유롭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진수는 판단하고 태양광발전설비를 유리창 등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설치했다. 그 결과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대에 자유롭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남는 전기를 전력거래소에 판매해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다.

회사업무를 모두 마치고 퇴근하는 진수. 그는 전기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전기요금이 낮은 밤에 보통 배터리를 충전하고 출근한다. 외근이 없으면 주차장에 설치된 스마트미터기에 플러그를 꽂아 오전 중 충전한다. 전기요금은 kWh당 100원 내외라고 한다. 그런데 이날은 전기요금이 kWh당 1000원으로 크게 올라 30kWh를 전력거래소에 팔았다. 그 결과 3만원의 돈을 벌었다. 이렇게 모인 돈이 한 달만에 20만원 가량.

이 돈으로 진수는 가족들과 캠핑을 가기로 했다. 진수 가족은 몇 벌의 옷만 챙겨 집을 나섰다. 정동진 앞 바다에 자리잡은 캠핑카. 이곳에서 진수 부인은 자동차에 충전된 전기를 이용해 전기렌지에 압력밥솥을 올려 밥을 짓는다.

밤이 깊었다. 자동차의 전기도 바닥났다. 피곤하지만 진수는 차를 끌고 가까운 전기충전소로 갔다. 왜냐하면 낮에 충전할 경우 전기요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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