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정부권한을 협회로 이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
<창간특집>“정부권한을 협회로 이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09.04.17 15: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통·주유소·일반판매소協, 정부슬림화 위해 권한이양 필요 주장
정유사 판매가 공개, 협회마다 입장차 달라… 원안대로 추진될 듯

5월 1일부터 시행예정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규칙 개정안은 석유유통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의 판매가격 공개 안만 하더라도 정유사는 기업의 영업권 침해라며 맞서고 있지만 지식경제부의 실행 의지는 강력해 보인다.

동종업계의 수평거래 허용 안에 대해서도 정유사나 대리점들은 유통질서가 어지럽혀질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주유소나 일반판매소 등은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

이밖에 석유판매업 등록 및 변경 업무 이양, 석유수출입업자의 등록여건 완화, 권한의 민간 위탁 강화 등도 석유판매업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사안들이다. 정유사, 대리점, 주유소, 일반판매소 등 석유판매업자들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이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협회들을 통해 알아본다.


협회마다 입장차가 다른 '정유사 판매가격 공개'
정유사의 판매가격 공개는 각 협회마다 입장차가 다르다.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는 찬성하는 입장이며, 한국주유소협회는 찬성과 반대가 섞여 있다. 한국석유유통협회와 대한석유협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이 영업기밀 누설에 해당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반판매소협회는 오래전부터 국내 석유시장의 문제점으로 정유사의 터무니없는 원가 책정에 의한 가격 폭리, 석유가격 담합, 석유덤핑 거래와 단일 상표표시제가 지적돼 왔으나, 근본적인 해결 없이 모든 문제점들이 소비자 가격 부담으로 이어져 왔다고 주장한다.

협회는 이어 국제 현물시장에서의 다양한 수요 조건과는 달리 국내 현물시장에서의 석유제품 거래는 상품 품목에 따라 규격이나 품질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 현재 공개안보다 더 확대된 지역별, 업체별 가격공개가 이뤄져야 투명한 가격 결정질서가 확립된다는 입장이다.

주유소협회는 회원사들 간에 찬성과 반대 입장이 섞여 있어 단일화된 공식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찬성하는 곳은 정유사와의 가격협상 폭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반대하는 곳은 정유사의 판매가 공개가 곧 주유소의 원가 공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협회는 현재 석유공사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것처럼 변화 없이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으며, 현재 안이 추진되더라도 기업의 영업기밀을 보장하기 위해 상호를 A·B·C·D 등으로 표기, 최고·최저가만 공개, 공개대상 유종을 휘발유·경유 등 소비자 대상유종으로 한정시키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대한석유협회는 시장경제체제에서 기업의 영업비밀은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적극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어 공식적 입장 발표를 자제하고 있다.

한편 정유사의 판매가격 공개 안을 포함한 이번 석대법 시행령·규칙 개정안은 입법예고와 규제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14일 현재 법제처에 접수된 상태며,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5월 1일 공포된다.

유통질서 혼란 우려 '동종업계 간 수평거래 허용'
일반판매소협회는 매우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현 석유유통구조 상 정유사와 대리점 별로 석유제품 저장 기지가 세밀화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거리와 물류비용 절감차원에서 자연적으로 소형 저장소인 석유 하치장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하치장은 단순 저장 창고를 넘어 실제로는 판매 행위가 이뤄지고 있어 다수의 석유 하치장이 영세 대리점의 등록 여건을 구비하기 위한 직영지점 또는 석유일반판매소로 둔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무자료 거래, 과다할인 판매, 수평거래 등이 성행해 석유유통질서를 저해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영세업자가 많은 일반판매소들은 석유제품의 매입을 소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정유사와 대리점으로부터 석유제품 반입에 대한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을 이유로 일반판매소업의 점포에서 가까운 석유 하치장을 통해 석유제품을 구매하는 의존도가 높다.

이에 따라 동종업소 간 수평거래 허용은 일반판매소로 등록돼 있는 하치장에서 합법적으로 석유제품을 살 수 있게 됨에 따라 수평거래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협회는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석유하치장과 일반판매소간의 거래가 수평거래 허용을 통해 합법적으로 이뤄져 세금탈루가 일어나지 않고, 과다 할인 판매 등이 이뤄지지 않게 돼 석유제품 거래가 투명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유통협회는 무자료, 부정·불법행위 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한 제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한 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급구조가 다양해짐에 따라 통계와 자료파악이 힘들어져 이를 악용한 세금탈루와 무자료 거래가 활성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하게 될 석유관리원은 인원과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업무를 충분히 관리할 수 없을 것이라며 관련 업무를 민간 즉, 협회에 위탁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두 찬성하는 '권한의 민간위탁 확대'

일반판매소협회, 주유소협회, 석유유통협회는 석유판매자의 등록 및 변경에 필요한 실무업무를 협회로 위임 또는 위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무업무란 석유판매업소의 사업자 등록 시 시설기준에 대한 현장 확인 업무와 사업개시, 휴업, 폐업 등 운영실태 등을 대신 확인하는 업무를 말한다.

협회들이 현재 시·도에서 맡고 있는 실무업무를 위탁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시설기준에 맞는지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문지식과 기동력이 필요한데 전국 각지에 지사를 두고 있는 협회들이 이 부분에서 지자체 공무원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는 실무업무를 확보함으로써 협회의 권한이 강화돼 협회 가입률을 높이는 등 여러 유리한 조건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판매소협회는 실무업무 외에 이동판매차량에 대한 운용현황 확인 업무까지 위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협회는 현재 석유저장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업자들이 이동판매차량만 구입하고 기존 업체의 명의만 빌려 사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일반판매업자만 손해를 보고 있어 일반판매소협회에 감시 권한을 위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석유유통협회는 등록업무를 시·군·구(예정) 담당인 일반판매소, 주유소와 달리 시·도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현장확인 등의 실무업무를 협회가 위탁·수행할 시 보다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석유유통협회는 현재 석유공사에서 공개하고 있는 국내 석유관련 통계 자료의 대부분이 유통협회에서 제공하고 있는 자료일 정도로 방대한 정보망을 갖추고 있다며 여기에 정보시스템까지 갖추면 실무업무는 물론 석유불법유통까지 차단할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조직의 슬림화를 위해서라도 석유산업에서 정부가 갖고 있는 권한을 민간에 이양하는 것이 옳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협회들은 회원사들끼리 정당한 견제와 감시 체제가 구축되므로 정부가 맡아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건전한 유통시장을 조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