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기습 이사회…잘 짜진 각본? 대국민사기극?
한수원 기습 이사회…잘 짜진 각본? 대국민사기극?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7.07.1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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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장 결전 장소처럼 꾸민 뒤 제3의 장소에서 이사회 강행
이사 1명만 반대표 던져…한수원 강행에 윗선 개입 의혹 나와
야권 군사작전 비난…노조와 지역주민 당혹감 넘어 분노 표출

【에너지타임즈】한수원이 기습이사회를 열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일시중단을 의결한 것에 대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일각은 이 사태를 두고 대국민사기극으로 보는 눈치다. 한수원이 의도적으로 움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사회 의결까지 석연찮은 부분이 적잖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사장 이관섭)은 지난 13일 본사(경북 경주시 소재)에서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운영기간인 3개월 동안 건설공사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할 계획이었으나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지 17시간 만인 지난 14일 스위트호텔(경북 경주시 소재)에서 이사회를 열어 의결했다.

이 자리에서 사내이사 6명과 사외이사 7명 등 13명 전원이 이사회에 참여했고, 사외이사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특히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학계에서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해 왔던 학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이사회는 잘 짜진 각본이란 것임을 뒷받침해주는 요소들이 다분하다. 다만 한수원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조석진 한수원 홍보실장은 “(한수원의 이번) 이사회가 이날 열린다고 안 직원은 전혀 없고, 홍보실장도 알지 못했다”고 말하는 등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수원이 의도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은 언론을 조직적으로 장악했다는 것. 한수원은 전과 달리 이사회 일정과 장소를 언론기자들에게 공지했다. 심지어 차량등록까지 해주는 친절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공권력을 이용했다는 점. 이날 동원된 경찰들은 1000명이 동원됐다. 이것만으로도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은 소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전의 장소처럼 보일 수 있도록 포장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부분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13일 노조가 로비를 점령한 가운데 사외이사 7명이 이날 15시 10분경 1차로 이사회장 진입을 최초로 시도했으나 노조 반대에 부딪혀 15분가량, 16시 40분경 2차 이사회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역시나 노조 반대에 부딪혀 10분가량 실랑이만 벌이다 돌아갔다.

이날 사외이사 7명은 노조에서 로비를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면 돌파를 시도했고, 노조와의 대치도 25분 정도에 머물렀다. 이사회가 열리는 사옥에 진입하더라도 이미 노조가 이사회장을 점유하고 있었던 탓에 사실상 이날 이사회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어 한수원은 이날 17시경 이사회가 무산됐음을 기자들에게 알림으로써 공식적으로 이날 이사회가 무산됐음을 알려왔다. 그러면서 이 시간을 전후로 이사회를 열 제3의 장소를 물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일 이사회장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습이사회가 열렸던 스위트호텔의 경우 사외이사들이 머물렀던 호텔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이사회가 열린 배경에 대해 “이날 이사회 개최여부에 대해 이사들 사이에서 많은 의견이 오갔다”면서 “긴급하게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염려가 있는 반면 공론화를 적기에 수행하기 위해 빠른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공론화로 국민의 우려를 조속히 해소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리게 돼 이사회를 열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수원이 모두의 시선을 따돌리는 등의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일시중단을 의결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게다가 윗선으로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개입했을 것이란 합리적인 의심부터 그 이상에서 개입했을 것이란 합리적인 의심까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수원이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의결할 이유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원전업계를 중심으로 윗선에서 개입했을 것이란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있다. 내부이사는 정부정책에 따르더라도 나머지 사외이사 7명의 결정이 석연찮다는 것. 이들 사외이사들은 원전을 강하게 추진하던 전임정부에서 선임된 인사들로 결과론적으로 보면 전임정부에서 한수원 사외이사로 원전을 반대하는 인사들로 선임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원전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했던 학자가 반대표를 던지고 나머지 이사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지난달 29일 한수원에 원전산업정책관 전결로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 기간 중 건설 일시중단에 관한 이행협조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이어 지난 7일 한수원은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일시중단과 관련해 이사들에게 설명했다. 또 지난 10일 산업부가 해명자료를 통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일시중단은 사업자인 한수원의 협조로 이뤄지고 있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로써 한수원은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짊어진 꼴이 됐다.

야권도 한수원 기습이사회 관련 윗선의 개입에 따른 군사작전에 비유하며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원전중단대책특별위원회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경주의 한 호텔에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이번 결정은 졸속이라면서 호텔에 숨어 불법날치기로 밀어붙인 것에 대한 응분의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들은 대한민국 법과 절차를 무시한 대통령의 불법명령을 맹목적으로 수행한 영혼 없는 거수기로 추락함으로써 앞으로 벌어질 법적소송 등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 대통령의 불법에 대한 책임을 한수원의 이사회로 떠넘기기 차원의 비겁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도 논평을 통해 국가에너지정책을 결정하는 일을 군사작전 하듯 추진해선 안 된다고 비판한 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조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어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원전문제를 공론화하자고 하면서 막상 이해당사자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면서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국무회의 토론 생략, 비밀장소에서 이사회로 결정한다면 전임정부의 사드배치과정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한수원의 이사회에서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온 것에 대해 노조와 지역주민들은 당혹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지난 15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일시중단에 대해 정부를 대상으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일시중단 결정에 대해 의결무효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검토하는 한편 이사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모든 법적수단을 강구하기로 했다. 또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해 나가기로 하는 한편 문 대통령과의 공식적인 면담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신고리원전 5·6호기 문제해결을 위한 3개월 공론화 자체를 반대하나 이 기간 국민에게 원전의 안정성과 필요성을 함께 나가는 활동을 병행해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김병기 한수원노조 위원장은 “지난 14일 기습 도둑이사회에서 의결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일시중단은 원천무효이며, 앞으로 의결무효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뒤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주민과 원전종사자 등이 모두 결집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관련 기업들과 울주군민들과 연대해 투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원전 5·6호기(1400MW×2기) 공론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거친 결과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키로 의견이 모아진 한편 이 기간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적으로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정부는 앞으로 공론화위원회 운영방향에 대해 공론화위원회 관련 독립기구로 원전 이해관계자나 에너지부문 관계자가 아닌 중립적인 인사 10명 이내 시민배심원단으로 구성되며, 조사가 종료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3개월가량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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