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젖줄 남대천 생명수는 “발전방류수”
강릉의 젖줄 남대천 생명수는 “발전방류수”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09.03.2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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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댐 발전재개하며 2급수의 깨끗한 물 초당 4톤씩 남대천에 공급 가능
강릉시민, 수자원 확보하고 각종 세수 등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강릉시민이 원하는 것은 강릉의 젖줄인 남대천을 살리는 것.

지난 2001년 3월 강릉수력이 도암댐의 수질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오르자 발전을 정지했고 그 결과 남대천으로 유입되던 물길이 막혔다. 강릉수력의 발전정지 이후 남대천으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오염의 정도는 한층 심해지고 있다. 물론 지구온난화와 물 부족 현상 등이 겹치면서 악재에 악재로 겹친 것.

흐르는 물에 이끼가 끼지 않듯 강릉시민은 남대천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해법을 찾던 중 생명수를 찾았다. 바로 강릉수력에서 발전 후 방류하는 물. 최근 들어 하루 40만톤의 물을 수질개선장치를 통해 1급수에 가까운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수원이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강릉수력의 발전재개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강릉시 최초의 시민단체인 ‘남대천사랑 시민모임(이하 남사모)’이 꾸려졌다. 남사모를 중심으로 이러한 여론은 확산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창립 초기 150여명 정도의 회원이 4개월이 지난 현재 6000여명으로 급속도로 늘어났다.

지난 17일 기자가 강릉수력 홍보관을 방문했을 때 느꼈다. 소문과 달리 홍보관에는 많은 강릉시민들이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자동차를 몰고 강릉으로 향했다.

이번 도암댐 방문은 그 동안 문제됐던 강릉수력 발전재개 유무를 놓고 열쇠를 갖고 있는 강릉시민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다. 물론 언론지상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로 강릉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첫 행선지는 한국수력원자력(주) 강릉수력발전소. 겉모습이야 여느 수력발전소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이 발전소는 강릉시 성산면 오봉리 일대에 자리잡고 있으며 지난 1990년 도암댐을 완공하고 15.6km에 달하는 인공수로를 건설해 발전했었다. 발전설비용량은 8만2000kW(4만1000kW×2기)이며 지난 1991년 1월 상업운전이 시작됐다.

간단한 브리핑을 받기 위해 들어선 홍보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홍보관을 둘러보고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 남대천을 얘기하는 강릉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얘기를 나누는 한 강릉시민에게서 “남대천에 깨끗한 물만 공급되면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출 수 있어 좋은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하는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럼 강릉수력 왜 발전을 정지했을까. 근본적으로 도암댐의 수질오염. 이 물을 이용해 발전을 하고 남대천으로 흘려보내면서 강릉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르면서 지난 2001년 3월 발전소 가동이 중지됐다.

또 도암댐의 수질오염의 원인은 무엇인가. 도암댐 상류 고랭지 채소밭에서 비료성분인 인이 댐으로 유입되고 장마철 흑탕물, 대관령 목장의 축산폐기물, 용평리조트와 횡계 지역의 생활하수 등이 도암댐의 수질오염 원인으로 손꼽힌다.

수질오염의 근본적인 원인을 차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래서 한수원이 찾아낸 해답은 발전방류수를 정화시켜 남대천으로 흘려보내겠다는 것.

김창호 강릉수력 소장은 “강릉수력 발전정지 당시 발전방류수의 정화는 사실상 힘들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충분한 정화기술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완벽한 정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시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도암댐이 위치한 곳으로 향했다. 어림잡아 20km이상은 돼 보이는 길을 따라 가니 도암댐이 두 눈으로 들어왔다. 기자가 방문한 날이 장마철이 아니어서 흙탕물은 없었지만 녹조현상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안태희 강릉수력 팀장은 “녹조현상은 질소와 고랭지 채소밭에서 나오는 인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인이 유입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지만 강릉도민의 생계가 걸려있는 만큼 해답이 될 수 없고 최대한 오염원을 저감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고 발전방류수를 정화시켜 방류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릉수력의 발전을 재개하는데 반대하는 강릉시민은 더 이상 한수원의 주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 쉽게 말하면 실제로 이 정화시설을 활용할 경우 발전방류수가 2급수 이상으로 정화될 수 있느냐는 것.

이에 강릉수력은 도암대 수질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7년 5월부터 도암댐 상류에 ‘수질개선장치’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 장치는 유연성섬유사 여과장치. 그 동안 도암댐의 문제였던 토사입자와 조류 제거능력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환경부 지정 신기술과 장영실상 수상 등으로 기술력을 입증 받은 바 있다.

또 하나의 의문인 대용량 물을 정수 할 수 있을까. 이미 포항제철은 이 정화시설을 갖춰 하루 7만톤에 달하는 물을 정화해 식수로 활용하고 있다.

일부 강릉시민은 도암댐을 죽은 호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죽은 호수에 1급수에서만 서식한다는 어름치와 참마자, 모래무지, 붕어, 빙어 등 24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호 강릉수력 소장은 “도암댐에 서식하는 어종이 무엇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최근 낚시를 좋아하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낚시를 했다”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어 도암댐의 수질이 염려했던 것보다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수원에서 제시한 발전방류수의 방류조건은 수질기준 2등급 이상과 탁도 10NTU이하의 깨끗한 물을 초당 4톤씩 24시간 연속 방류하는 것. 또 시청 등 강릉시민들이 원하는 장소에 수질확인용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강릉시민들이 직접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할 계획이다.

강릉수력의 취재를 마치고 강릉수력의 발전재개를 지원하고 있는 남사모 사무실을 방문했다. 회원들이 모여 앉아 남대천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듯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처음 만난 함영회 회장은 “철저한 수질정화를 전제로 발전방류가 재개되면 국가경제는 물론 강릉에 막대한 경제적 혜택을 줄 것”이라며 “도암댐 처리수를 남대천으로 방류할 경우 수량 증가에 따라 남대천의 수생태계 복원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강릉수력이 발전을 재개하면 한수원은 발전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혜택은 강릉시민들이 볼 것이라고 함 회장은 주장했다.

최근 들어 물 부족으로 강릉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자체를 중심으로 수자원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발전이 중지되면서 도암댐의 물길은 정선군 등 영서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실정.

이뿐만이 아니다. 강릉과학산업단지에 필요한 용수를 공급하려면 막대한 원천수가 필요하다. 공업용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릉과학산업단지의 활성화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함 회장은 주장했다.

이외에도 강릉수력 발전재개 시 세수와 지역개발세, 법인세, 주민세, 지방세, 주변지원금, 물품구매, 수선유지비, 종업원 소바지출분 등 연간 50억에 달하는 경제적 유발효과도 있을 것으로 찬성론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날 인터뷰 막바지에 함 회장은 “한수원의 앞잡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강릉수력의 발전재개를 주장하는 것은 한수원을 위해서가 아니고 남대천을 살리기 위한 강릉시민의 마음에 동감했기 때문”이라며 “이미 이 문제는 이슈화가 됐고 많은 강릉시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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