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천연가스 대세…이미 바뀐 에너지시장 물길”
“100년 천연가스 대세…이미 바뀐 에너지시장 물길”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7.03.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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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분산전원시대 가스발전·연료전지 부각되면 가스수요 급증 점쳐
美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가스價 인하요인으로 가격경쟁력 커

【대구=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앞으로 100년, 천연가스가 발전연료로 대세를 이어갈 것이란 예언이 나와 침체됐던 가스업계와 가스발전업계에 한줌의 희망이 된 바 있다.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지난달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예언과 관련 심증에 따른 단순한 예언이 아니라 세계에너지시장에서 일어나는 변화, 우리나라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충분한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원전과 석탄발전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에너지시장은 신(新)기후체제 전환에 따른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이란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원전에 대한 주민수용성이 악화되는 등의 상황에 놓이면서 신재생에너지 등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등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만 보급이 확대된다고 해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 사장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광·풍광 등의 영향으로 전력생산량이 유동적인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적인 전력생산을 뒷받침해주는 이른바 백업기능을 가진 발전전원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가스발전을 대신할 발전전원이 없다는 지론을 폈다.

특히 이 사장은 원전과 석탄발전의 빈자리를 채워줄 발전전원이 필요한데 당장 현실적인 대안은 첨두부하인 가스발전, 새롭게 각광받는 발전전원으로 기저부하 역할을 할 수 있는 연료전지가 크게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교롭게도 이들 발전전원의 발전연료는 천연가스다. 따라서 천연가스 역할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이 사장은 그 동안 세계에너지시장을 주름잡았던 석유의 빈자리를 천연가스가 조금씩 채워가는 흐름을 최근 13개국에서 추진되는 자원개발사업을 점검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이 지각변동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100년 천연가스 대세 예언, 이 사장은 이 예언에 대한 근거를 이렇게 제시했다.


최근 가스발전 가동률이 30% 이하로 밑돌고 있고, 그 결과 발전용 천연가스수요도 덩달아 위축되고 있다. 이 사장은 당장이야 위축되겠지만 머지않은 미래를 본다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 사장은 최근 발전용 천연가스수요 급감이란 위기를 읽어내면서 가스발전이 원전과 석탄발전의 빈자리를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채워나가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면서 기존 에너지시장을 주름잡았던 원전과 석탄발전의 가동률이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란 명제를 달았다.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강화된 원전안전규제와 최근 경주지진 등 국민적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추락한 원전수용성 등의 악재가 겹쳐지면서 원전사업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이 사장은 내다봤다. 앞으로 신규 건설이 쉽지 않은데다 100%에 육박하던 가동률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은 갈수록 잦아질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이어 그는 “(지난해) 경주지진 이후 월성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발전용) 천연가스수요가 크게 늘어난 바 있다”고 최근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사장은 석탄발전 관련 최근 불거진 미세먼지 등 환경적인 요인에 따른 신규 건설이 이미 정책적으로 불가능한데다 노후 된 석탄발전 폐쇄가 가시화되는 등 에너지시장 중심에서 멀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쳤다. 가스발전 가동률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태양광발전 등 환경적인 제약을 받는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백업기능을 할 발전전원이 필요한 것과 밀양송전선로사태 등과 같이 장거리 송전에 따른 한계도 원전과 석탄발전이 에너지시장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대안이 뭐냐”고 반문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의 에너지시장은 한 지역에서 소규모로 수요와 소비가 가능한 분산전원으로 전환돼야 하고,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도심에 원전이나 석탄발전이 건설될 수 없음을 감안하면 분산전원으로 가스발전과 연료전지가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가스발전과 연료전지는 비싸다(?).

이 사장은 가스발전이나 연료전지의 발전연료인 천연가스는 결코 비싼 연료가 아니라면서 유독 우리나라에서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미국에서 천연가스가격이 3달러라면 우리나라에서 10달러가 되기 때문에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연가스를 운송하기 위한 액화작업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고 운송비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트럼프(Trump) 행정부 출범은 셰일가스개발 촉진제 역할을 함으로써 미국 내 천연가스생산량이 늘어나 기존의 형성된 천연가스가격을 인하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내다됐다. 또 가스공사가 구매자이기 때문에 공급처가 많을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또 가스공사가 자원개발로 가스전을 직접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확보한다면 추가 가격인하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고, 기술전수 등 관련 시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그 동안 메이저에너지기업 사업구조를 살펴볼 때) 천연가스사업은 20%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 들어 1곳 정도만 제외하고 메이저에너지기업 사업구조에서 천연가스사업비중은 50%를 웃돌고 있다”고 변화되는 세계에너지시장을 소개했다.

천연가스수요, 가스발전과 함께 연료전지가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이 사장은 내다봤다. 가스발전과 함께 분산전원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연료전지를 손꼽았다.

이 사장은 “미국이나 일본 등 국가에서 연료전지는 크게 각광받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발전연료인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는 가스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이유가 연료전지 보급 활성화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경우 연료전지 보급이 활성화되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면서 전국 어디서든 연료전지가 들어설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사장은 연료전지가 원전과 석탄발전으로 대두되는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새로운 발전전원이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연료전지는 고온으로 온도를 끌어올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파수조정 등의 역할을 하는 첨두부하보다 기저부하로 적합한 발전전원”이라면서 “연료전지가 기저부하로 운영될 경우 경제성은 한층 더 높아지게 되고 보급 활성화는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사장은 연료전지 보급 활성화를 위해선 고가인 기기가격을 낮출 수 있는 대량생산과 기술개발이 진일보되면 이 또한 일정수준으로 연료전지가 보급돼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쳤다.

2025년 가스도매시장 개방에 대해 이 사장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 눈치다.

이 사장은 천연가스수요 정체로 이미 확보한 물량이 소진되지 않아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2025년까지 필요한 물량을 확보한 것이며, 남아돌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경주지진 이후 월성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발전용 천연가스수요가 급증해 되레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갈수록 이 같은 상황은 잦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스공사는 2025년 (가스도매시장) 이후의 물량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사장은 민간가스발전사 직수입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북미 등 전략거점 중심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수익창출과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사장은…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은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받았다.
이후 그는 1977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대학교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면서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장과 사회과학연구원장, 한국계양경제학회장과 한국산업조직학회장 등을 각각 역 임했다.
특히 이 사장은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설립된 전기위원회 초대 위원장, 2013년 국무총리 소속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맡으면서 에너지부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다 2015년 7월 가스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해외자원개발협회장을 함께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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