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재생에너지는 가야할 길 그러나 급한 밥은 체할 위험
-김정훈 교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칼럼> 신재생에너지는 가야할 길 그러나 급한 밥은 체할 위험
-김정훈 교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 김정훈
  • times@energytimes.kr
  • 승인 2008.04.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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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적으로 배럴당 100불 이상의 고유가 시대에 직면하여 있고, 이미 교토협약을 통하여 국가별로 주어진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렇게 국가적으로 시급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 분야의 전략은 크게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이 있다.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절약의 경우에는 조명기기, 전동기, 변압기 등 상당 부분 국내 기술의 높은 수준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개발 및 보급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에, 신재생에너지의 경우에는 현재 국내 기술이 확보되어 있는 정도가 매우 낮은 상황으로서 대부분의 핵심 기술과 부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태양전지의 경우 일본이 세계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대부분 유럽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에 국가 전체적으로 투자된 금액은 2006년까지 약 1조 6천억 원으로서, 이 중의 대부분이 외국으로 흘러나가고 있으며, 더군다나 2006년 현재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전력량은 전체의 1.0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반해 원자력발전은 41%를 차지한다.

투자한 금액의 대부분이 외국으로 흘러나갈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완벽한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구입한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대부분이 턴키방식으로 설치되어 있어 고장이 발생하면 외국에 수리를 의뢰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어서 수리비용 역시 높아서 차라리 새로 설비를 구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선진국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인력의 부족으로 신속한 수리가 어려운 것에 기인한다.

이와 같이,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수입을 통해 대부분 보급이 이루어지게 되고, 상대적으로 기술 개발 및 투자에 의한 효과는 시간이 더 걸려서 나타나게 되므로 이를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현재 기술 개발보다 보급 정책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당장 신재생에너지의 빠른 보급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으나 국내 기술 개발에 따른 국내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의 성장에는 역효과를 주게 된다. 즉, 국가 전체적으로 기술 자립을 막고,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장이 선진국에게 모두 잠식당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즉, 신재생에너지의 국내 순수 기술 개발 없이 보급 정책이 너무 앞서가게 될 경우,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비 시장의 대부분을 해외 선진국에게 빼앗기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술개발에 선투자를 하여 기술 확보를 함으로써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처한다면 이후에 점진적으로 보급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지금껏 강조해온 무조건 하면 된다는 새마을 정신 논리는 개발도상국의 것으로서 이제는 남의 것을 흉내 내고 기술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우리나라의 현재 국가 위상과는 맞지 않으므로, ‘천려일실’이라는 모습으로 우리가 세계 1위인 IT를 접목하여 우리의 고유한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야 할 것이다. 기술이 융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서로 융합하여 부서간 이기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제4의 정부 형태를 검토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연료의 다양성, 가격의 안정성, 경제발전, 환경문제, 에너지안보 측면 등에서 국가적인 목표와 부합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RPS : Renewables Portfolio Standard)를 채택하여 전력회사가 매년 공급하는 전력량 중에서 일정비율, 또는 일정량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발전한 전력으로 공급하도록 하고 있고, 수요관리 강화를 위해 에너지 공급자에게 절감목표를 부여하는 EERS(Energy Efficiency Resource Standard) 제도를 시행하여 에너지 효율 향상과 신재생에너지를 경쟁시켜 보급함으로써 두 분야의 기술 발전을 동시에 가져오도록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경우 각 주마다 기존의 RPS를 EERS에 결합하여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 방안을 시행하고 있거나 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이 별개로 시행되는 것보다 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시행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선진국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우리나라 상황에 적합하게 도입해야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 되다시피 한 태양광이나 풍력을 무조건 따라갈 것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각 원별로 국내 기술 개발의 현황을 파악하고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환경에서 어떤 에너지원을 대상으로 하여 중점적으로 기술 개발 및 보급 정책을 취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세워야 한다. 한편으로는 현재까지 추진되어 오고 있는 에너지 효율 향상 방안 역시 그 시행 범위와 추진 전략을 국제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신재생에너지와의 연계를 모색함으로써,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에 있어서 에너지 공급측과 수요측 모든 관점을 동시에 고려한 정반합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에너지 이용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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