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죽으면 한전이 산다(?)
협력업체 죽으면 한전이 산다(?)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09.03.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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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갈수록 낮아지는 전력기자재 가격에 ‘울상’
적절한 가격으로 구매해야…지금이 공기업 역할 할 때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전력업계 최대 공기업인 한전이 긴축경영으로 자금줄을 틀어쥐고 있어 이와 관련된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전은 변압기 제조업체 CEO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일반형 주상변압기 50kVA 단가입찰을 도입하고 품질평가구매제도를 내년부터 전 품목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다음달 배전용 변압기에 대한 규격가이드라인을 업계에 제시하고 1년 간 기술과 제품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업계에 한전 내부적으로 지금보다 더 낮은 가격에 전력기자재를 구매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한전이 보다 낮은 가격에 전력기자재를 구매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업계는 풀이했다.

이에 협력업체 관계자는 “당연히 우수한 전력기자재를 개발해 미래에 대비해야겠지만 국내외적으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협력업체에 기술개발을 고집하는 것은 이들 기업의 도산을 보고만 있겠다는 것과 같다”고 침통해 했다. 또 그는 “협력업체의 기술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해선 한전이 적절한 가격에 전력기자재를 구매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전이 지금보다 성능은 향상되고 저렴한 전력기자재를 구입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며 “제품의 성능이 좋아지면 가격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전이 지난해 3조원에 달하는 적자로 타격을 입은 것은 이해하지만 우리나라 최대 공기업 중 하나인 한전이 혼자 살아남겠다고 협력업체의 목을 죄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전 협력업체가 이 같이 어려운 이유는 그 동안 누적된 재정적자. 지난 2008년 최고조에 오른 원자재가격으로 인해 이들 업체는 큰 타격을 입었다. 왜냐하면 변압기 등 전력기자재 의 가격 중 원자재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이 한차례 지나간 자리에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상승이 이들 업체의 발목을 잡는 등 어려움은 날이 갈수록 더욱 악화됐다. 반면 제품의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도리어 낮아지면서 이들 협력업체의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된 것.

변압기를 생산하는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변압기 가격은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를 볼 정도로 헐 값”이라며 “거의 손해보다시피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데 다시 가격을 낮추라는 것은 사업을 그만두라는 것과 같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전 혼자만 살겠다고 전력산업 전체를 뒤흔드는 것은 공기업으로써 잘못된 생각인 것 같다”며 “상황이 어려울수록 공기업인 한전은 자금을 더 풀어 관련 산업을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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