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갈수록 낮아지는 전력기자재 가격에 ‘울상’
적절한 가격으로 구매해야…지금이 공기업 역할 할 때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전력업계 최대 공기업인 한전이 긴축경영으로 자금줄을 틀어쥐고 있어 이와 관련된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절한 가격으로 구매해야…지금이 공기업 역할 할 때
최근 한전은 변압기 제조업체 CEO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일반형 주상변압기 50kVA 단가입찰을 도입하고 품질평가구매제도를 내년부터 전 품목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다음달 배전용 변압기에 대한 규격가이드라인을 업계에 제시하고 1년 간 기술과 제품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업계에 한전 내부적으로 지금보다 더 낮은 가격에 전력기자재를 구매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한전이 보다 낮은 가격에 전력기자재를 구매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업계는 풀이했다.
이에 협력업체 관계자는 “당연히 우수한 전력기자재를 개발해 미래에 대비해야겠지만 국내외적으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협력업체에 기술개발을 고집하는 것은 이들 기업의 도산을 보고만 있겠다는 것과 같다”고 침통해 했다. 또 그는 “협력업체의 기술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해선 한전이 적절한 가격에 전력기자재를 구매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전이 지금보다 성능은 향상되고 저렴한 전력기자재를 구입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며 “제품의 성능이 좋아지면 가격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전이 지난해 3조원에 달하는 적자로 타격을 입은 것은 이해하지만 우리나라 최대 공기업 중 하나인 한전이 혼자 살아남겠다고 협력업체의 목을 죄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전 협력업체가 이 같이 어려운 이유는 그 동안 누적된 재정적자. 지난 2008년 최고조에 오른 원자재가격으로 인해 이들 업체는 큰 타격을 입었다. 왜냐하면 변압기 등 전력기자재 의 가격 중 원자재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이 한차례 지나간 자리에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상승이 이들 업체의 발목을 잡는 등 어려움은 날이 갈수록 더욱 악화됐다. 반면 제품의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도리어 낮아지면서 이들 협력업체의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된 것.
변압기를 생산하는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변압기 가격은 생산하면 할수록 손해를 볼 정도로 헐 값”이라며 “거의 손해보다시피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데 다시 가격을 낮추라는 것은 사업을 그만두라는 것과 같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전 혼자만 살겠다고 전력산업 전체를 뒤흔드는 것은 공기업으로써 잘못된 생각인 것 같다”며 “상황이 어려울수록 공기업인 한전은 자금을 더 풀어 관련 산업을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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