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휘발유價 책정 문제있다”
“국내 휘발유價 책정 문제있다”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09.03.13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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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성 관련 전문가 토론회서 제기
국제제품價와 非연동 연구결과 공개… 정유사 폭리 의혹
국내 정유사들이 국내 휘발유가격을 책정할 때 국제휘발유 가격과 연동시키지 않고 원유가격과 연동시킴으로써 적정 이상의 이득을 취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정유업계가 전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공정거래위원회 청사에서 석유산업 전문가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내 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성 관련 전문가 토론회’ 자리는 정유사들의 폭리의혹을 주장하는 입장과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정유업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남재현 서강대 교수와 오선아 서울대 교수가 비대칭분석모형으로 1997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휘발유가격을 조사한 결과 국내 휘발유가격은 대체로 국제 휘발유가격과 비대칭 모형을 보인 반면 국제원유가격과 원유도입가격과는 대칭 모형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유사들이 국내 휘발유가격을 책정할 시 국제 휘발유가격(싱가폴 현물시장)과 연동해 책정했다고 발표한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국제원유 또는 원유도입 가격과 연동시켰음을 나타내는 것으로써 가격결정 방식의 차이를 통해 추가이득을 취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실제로 두 교수가 1997년부터 2008년 8월까지 석유공사의 데이터를 근거로 정유사의 국내휘발유 도·소매가격의 비대칭성을 조사한 결과 국내휘발유 세전도매가격은 두바이원유가격과, 세전소매가격은 원유도입가격과, 세후 소매가격도 원유도입가격과 대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휘발유가격은 싱가폴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휘발유가격과 연동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 것. 하지만 정유업계는 두 교수의 연구에 활용된 자료나 시기 등이 적절치 못하다며 연구결과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원철 대한석유협회 상무는 “2001년 중반이후로 석유제품가 책정방식이 원유가 연동에서 국제제품가 연동으로 바뀌었고 석유공사에서 발표하고 있는 휘발유가격도 1997년부터 2007년 5월까지는 시장가격이 아닌 정유사의 희망판매가격이었다”며 “이러한 것을 전혀 고려치 않고 일괄적으로 현재 상황을 적용해 조사를 했으므로 연구결과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SK에너지 관계자도 “최근 환율이 하루 사이에 급등락을 거듭 하듯 단기간에 많은 변수요소가 존재하는 데도 이를 무시하고 1997년부터 2008년까지 11년의 장기간 단위로 조사를 펼쳤으므로 이번 연구결과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정유업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토론 참석자들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면서도 현재 정유사들이 적정한 가격결정을 내리고 있는 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원유도입가격은 국내 정유사의 원가에 가장 가까운 수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제품가격과 함께 비교한 것은 좋은 분석”이라면서도 “연구기간 설정이 불분명하고 정제제품 가운데 휘발유 단일품종만 분석했기 때문에 결론을 일반화하기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시장연구실장은 “비대칭성은 소비자의 탐색비용, 수요 가격탄력성, 공급의 재고관리 등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구조와 직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정확한 분석을 위해선 정유사별 실거래 가격과 원가자료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므로 현 제도권을 벗어난 새로운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정유시장의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4개 정유사들이 과점시장을 구축함에 따라 담합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소비자에 유리하고 공정시장을 이끌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명호 전국택시운송사업연합회 전무이사는 “일본은 정유업계 회사가 17개나 있어 가격경쟁이 치열하지만 우리나라는 4대그룹 6개 회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며 “수입사들이 국내 시장에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들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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