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 낮은 공모價…전력판매시장 개방과 만난다면?
발전사 낮은 공모價…전력판매시장 개방과 만난다면?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12.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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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판매 겸업회사로 운영되면 불안정한 수익구조 해소 가능
전력산업구조개편 논란 종지부 찍고 진일보되는 구심점 역할

【에너지타임즈】정부가 발전사 주식상장을 강행할 것임을 사실상 공식화한 가운데 관련 노조가 단체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발전사 주식상장 큰 걸림돌로 신(新)기후체제 전환 등에 따른 낮은 공시가로 점쳐지고 있으나 전력판매시장 개방이란 환경변화를 만난다면 헐값매각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발전사 주식상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낮은 공시가. 남동발전은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으로 분사된 후 주식상장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남동발전의 경우 장부가가 5만 원대인데 반해 공모가가 2만 원대에 머무르는 등 공시가가 장부가의 절반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전사 수익구조가 정부정책에 의거 유동적인 탓에 불안정한데다 신(新)기후체제 전환 등으로 인한 미래투자가치가 낮다는 것이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다만 전력판매시장 등을 골자로 한 미래투자환경이 조성될 경우 상황을 다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발표된 에너지기능조정에서 전력판매시장 개방이 결정됐다. 정부는 전력소매시장의 규제를 완화하고 단계적인 개방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관련 로드맵을 수립키로 한 바 있다.

이경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발전사 주식상장) 문제는 큰 틀에서 2003년 중단된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진일보시키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발전사 매각과 지분매각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은 발전분할과 배전분할 등을 거쳐 전력판매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2001년 본격화됐다. 당초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발전분할과 배전분할 등을 거쳐 전력판매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했으나 발전분할 이후 2003년 노사정위원회 결정으로 배전분할은 잠정 중단된 바 있다.

이후부터 그 동안 배전분할과 전력판매시장 개방은 발전·판매겸업과 전력판매경쟁 등의 다양한 형태로 논란이 거듭됐으나 발전사 분할 후 매각이란 퍼즐이 빠져있었던 탓에 번번이 무산됐다. 현 정부는 매각 대신 지분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력시장모델인 영국전력시장은 당초 발전사와 판매사로 각각 출발했으나 현재 이들 회사는 합병 등의 과정을 거쳐 발전·판매 겸업회사로 발전됐다.

이 처장은 “발전사 자체로만 볼 때 공모가가 낮을 수밖에 없지만 전력판매시장이란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시장 수익구조는 전기요금이 고정돼 있음을 가정할 때 발전사와 한전이 수익을 나눠가지는 구조다. 한전 수익이 높으면 발전사 수익이 상대적으로 낮고, 발전사 수익이 높으면 한전 수익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현재 한전이 10조 원에 달하는 흑자를 내자 발전사 수익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과 같은 이치다.

이뿐만 아니라 전력산업구조개편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발전6사 주식 1%라도 상장될 경우 발전사는 과거처럼 한전으로 통합되거나 통합한 뒤 3개 회사로 나누는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과거로 회귀할 수 없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발전사 주식상장은) 에너지신산업 재원을 만들어내는 역할도 하겠지만 좀 더 엄밀히 따져보면 전력시장 전면개방으로 가는 잘 짜진 각본과도 같다”고 언급하면서 “이 문제는 전력판매시장 개방으로 갈 수밖에 없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발전사 공모가가 낮다는 것을 인지한 정부가 이들의 주식상장을 강행하는 것 또한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풀이되고 있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전사 주식을 보유한 민간자본은 전력판매시장 개방을 압박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면서 “KT처럼 발전사 주식이 절반이상 민간자본으로 넘어갈 경우 곧 민영화”라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미세먼지 대책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전사는 추가로 주식을 매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송 연구위원은 “결국 발전사는 발전·판매 겸업회사로 전환되고 그 동안 한전에서 독점하던 공적독점이 일부 대기업의 사적독점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최철호 전국전력노동조합 본사지부 위원장은 “발전사가 발전·판매회사로 발전돼 민간 소유로 되면 수익이 나는 사업만 하게 되고, 그렇게 될 경우 보편적인 전력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발전사 주식상장 문제는 결국 전력판매시장 개방으로 갈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고, 이렇게 될 경우 일부 재벌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전력시장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노동조합, 한전KDN노동조합, 한국가스기술노동조합 등 주식상장 대상인 8곳 에너지공기업 노조는 정부의 주식상장을 반대하며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12일 서울의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정부의 주식상장을 민영화로 규정한데 이어 국가안보와 보편적서비스를 위해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에너지공공기관민영화반대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반대투쟁을 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히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창조경제 핵심인 에너지신산업을 추진하고 있고 2020년까지 42조 원 이상이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8곳 에너지공기업을 우선적으로 민영화하겠다는 것을 지난 6월 에너지기능조정 발표에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현 정권의 사태를 초래한 중대한 사유가 창조경제를 빌미로 한 재벌과 비선실세 등에 의한 국정농단이란 점에서 더 이상 창조경제를 이유로 민영화를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병기 한수원노조 위원장(에너지정책연대 공동의장)은 “내년 우선적으로 추진될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의 상장을 저지하기 위한 설명회를 저지하는 것은 물론 국민여론 조성 등 구체적인 반대투쟁계획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투쟁의지를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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