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서울화력이 없었다면…”
① 한국중부발전(주) 서울화력발전소
“한강의 기적, 서울화력이 없었다면…”
① 한국중부발전(주) 서울화력발전소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08.04.14 11: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중캠페인]행복에너지, 문하발전소를 찾아…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다양한 문화가 숨쉬는 공간, 요즘 우리나라 발전소를 수식하는 수식어다.

우리나라 발전산업은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한 동안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돼 곤란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환경설비의 기술이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혐오시설이라는 인식보다는 새로운 문화가 접목된 문화발전소라는 닉네임을 얻기 시작했다.

전국에 있는 발전소는 대부분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하고 있어, 휴양지에 온 것처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 인근지역과 연계된 관광벨트는 다양한 볼거리와 쉼터를 제공한다. 또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구성된 문화공간(홍보관)은 방문자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한다.

우리나라 발전소는 원자력·유연탄·무연탄·LNG·양수·수력발전소 등으로,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웅장함 그리고 깨끗함. 유연탄발전소는 잘 정돈된 이미지 그리고 100m가량의 연돌(굴뚝)에서 바라본 바다는 그 어느 전망대보다 아름답다.

양수·수력발전소는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담고 있다. 햇빛에 부서지는 햇살은 그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 그리고 저수지를 따라 아름답게 꾸며진 산책로는 이국적인 이미지마저 들게 한다.

발전소를 방문한 방문객들은 계층에 맞게끔 다양한 것을 얻어간다. 성인은 도심으로의 탈춤, 또 스트레스를 풀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아이들은 홍보관 관람과 발전소 견학으로 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다. 왜냐하면 발전소가 외지에 있다보니 자동차가 많이 없다. 또 대부분의 발전소가 바닷가 근처에 있어 자연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이제 발전소는 문화공간으로서의 가치도 품고 있다.

본지는 창간을 맞아 전국에 있는 발전소의 문화공간으로서의 가치를 1년 간 살펴볼 예정이다. 기자는 각 발전소마다 갖고 있는 특징을 스케치하고, 발전소 근무자가 추천하는 인근지역의 숨어 있는 볼거리와 먹거리를 소개해 여행가이드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한다.

첫 번째로 우리나라 발전산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국중부발전(주) 서울화력발전소를 방문했다. 이 발전소는 지난 1930년 최초로 발전을 시작한 최장수 발전소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발걸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편집자주> 


서울 중심에 발전소가 있다. 바로 서울화력발전소다.

지난 1930년 발전을 시작한 이 발전소는 그 동안 한강의 기적과 함께 우리나라 발전산업의 중심에 서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날 지난 10일, 봄의 축제인 벚꽃 축제가 한창이었다. 봄내음이 코끝을 핥고 지나갔다. 아이들은 뛰어다녔고 부모들은 한컷 한컷 추억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발전소의 역사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전설비용량은 1만kW급. 우리나라 표준원전이 100만kW인 점을 감안할 때 형편없는 용량이지만 당시엔 최고였다. 또 5년 뒤 2호기가 1만2500kW급으로 준공됐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전력공급을 중단했고, 전쟁 뒤 우리나라의 전력은 절대 부족했다. 제한송전이라는 극단적인 정책으로 극복하던 1956년 새롭게 2만5000kW급 3호기가 준공됐다.

산업시대에 접어들면서 4호기보다 5호기가 우선 준공됐다. 당시 발전설비용량은 자그마치 25만kW급이었다. 우리나라도 발전설비 대용량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2년 뒤 4호기가 13만7500kW로 준공됐다. 현재 남아 있는 발전설비다. 수 차례에 걸친 수명연장으로 지금껏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1∼3호기는 198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됐다.

국내탄을 발전연료로 사용하던 서울화력 4호기는 1980년에 이르러 저유황유를 발전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로 설비를 교체했고, 1993년 서울의 환경오염을 고려해 LNG로 연료를 전환했다. B.C유를 사용하던 5호기는 4호기와 함께 저유황유에서 LNG를 발전연료로 사용하는 설비로 교체됐다.

그리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다. 지하에 100만kW급 LNG발전소를 건설하는 장대한 프로젝트를 세웠다. 이 프로젝트는 연돌을 제외한 모든 발전설비를 지하 32m 지점에 설치하고 지상에는 서울시민들에게 문화공간으로 되돌려 준다는 것.

이외에도 서울화력은 인근 지역인 여의도와 동부 이촌동, 반포, 마포 등에 지역난방을 4만9142세대(2007년 12월 말 기준)에 공급되고 있다. 새롭게 발전소가 건설되면 더 많은 열을 지역주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된다고 서울화력 관계자는 설명했다.

서울화력 권병재 팀장은 “서울화력은 서울북부지역의 전력계통 불안정을 해소하고 지역난방열을 공급하고 국가중요시설인 국회와 정부청사, 방송국 등 비상전력 공급원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고 이 발전소의 중요성을 어필했다.

견학코스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서울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 한강의 기풍이 느껴진다. 누에모양으로 생긴 봉우리가 보인다. 절두산성지가 있는 잠두봉이다. 지난 1886년 2월 대원군은 수많은 천주교인들을 잠두봉으로 끌고 가 목을 베 참수케 했다. 이후 처형된 천주교인들의 순교정신을 기리기 위해 천주교회를 건립됐고, 지난 1998년 문화유적지로 지정됐다.

경기도 고양시 이북과 한강 남쪽 경기도 해안의 매우 중요한 나루터인 양화진도 보인다. 이 나루터는 영조 30년엔 한강진과 노량진, 동작진, 송파진과 함께 서울의 5진 중 하나로 군사적 요충지였다.

발전소와 조금 떨어진 곳에는 행주산성이 보인다. 지난 1963년 산성정상에 새롭게 행주대첩비가 건립되면서 1969∼1970년 정부는 행주산성 보수정화사업을 추진해 권율장군의 영정을 모신 충장사와 덕양정, 진강정, 대첩비각, 대첩문 등이 건립됐다.

서울화력이 있는 마포지역은 예전부터 돼지고기로 유명하다. 바깥주인의 성인 ‘조’씨와 안주인의 성인 ‘박’씨를 합해 ‘조박집’으로 옥호를 지었다는 이 집은 발전소 직원들이 강력 추천하는 식당이다. 한 직원에 따르면 이 집은 “맛이면 맛, 서비스면 서비스 마포 최고의 돼지갈비집”으로 손꼽았다.

쫀득쫀득하고 구수한 돼지껍데기가 그립다면 ‘진짜원조최대포집’을 찾으면 된다. 달착지근한 양념의 돼지갈비는 육질도 부드럽고 가격에 비하면 양도 푸짐하다. 그러나 높은 명성에 한껏 기대를 하고 찾는 사람들 중에는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북적대는 사람들 틈에 끼여 돼지껍데기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소박한 재미도 있다.

서울화력을 방문해 인근지역 관광지까지 둘러봤다. 입도 즐거웠다. 기자는 서울에 살며 오며가며 서울화력의 연돌을 봐 왔지만 이처럼 눈이 즐겁고 입이 즐겁다는 걸 처음 알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