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발전 사태…용량가격 찔끔 인상한다고 과연?
가스발전 사태…용량가격 찔끔 인상한다고 과연?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9.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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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되지 않은 숨은 비용 탓에 가동할수록 손해나는 발전기 속출
제약적 가격입찰제 도입 주장…전문가 용량시장개설 목소리 높여

【에너지타임즈】가스발전이 위태롭다. 바닥을 치고 있는 가동률 탓이다. 원전과 석탄발전 등 대형 발전전원이 앞으로도 잇따라 가동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2001년부터 묶어놨던 용량가격(CP) 현실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가스발전사업자는 찔끔 용량가격 인상으로 이 사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가스발전이 첨두부하로 운영되다보니 잦은 기동과 정지에 따른 유지보수비용 등 숨은 비용이 반영되지 않음에 따라 가동하지 않는 것이 되레 돈을 아끼는 구조가 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또 경제급전 탓에 과도하게 책정한 효율은 이 상황을 더 부추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 이론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현실화됐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가스발전사업자는 사업에 손을 떼는 상황이 잇따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벌써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가스발전업계는 용량가격 찔끔 인상만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근원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때 논의가 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제한적 가격입찰제도 등 숨은 비용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용량시장을 개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가스발전 가동률 저하는 진행형

가스발전 사태, 가동률 저하가 근원이다.

전력예비율이 낮았던 2010년부터 2014년까지 60~70%에 달하던 가스발전 가동률이 원전과 석탄발전 등 대형발전전원의 잇따른 상업운전으로 2015년 40% 이하로 급감했다. 올해는 3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암담한 전망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가스발전 가동률은 앞으로도 더 바닥을 칠 것, 이것이 중론이다. 전력수요가 0%대에 머물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원전과 석탄발전 등 대형발전전원 상업운전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력예비율이 높아지면서 가스발전 가동률이 추락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발전단가가 낮을수록 급전순위 우위를 점하는 우리나라 전력시장 특성상 가스발전 발전단가는 원전이나 석탄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1/4분기 전력수요 증가율은 전년대비 1.8%(잠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망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올해 전력수요 증가율을 3.2%,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4.1%로 각각 전망한 바 있다.

전력수요 증가율은 2013년 1%대 진입 이후 증가율이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그러면서 전력수요 저증가율이 고착화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본부장은 “문제는 전력수요 저증가율이 앞으로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전력예비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쳤다.

전력수요 증가율은 전년대비 2011년 4.8%, 2012년 2.5%, 2013년 1.8%, 2014년 0.6%, 2015년 1.3%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전력수요 증가율이 낮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력예비율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망치보다 크게 상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예비율 전망치로 2017년 26.3%, 2020년 23.2%, 2022년 27.7%, 2025년 21.2%, 2029년 21.6% 등으로 전망한 바 있다.

노 본부장은 “현재 원전과 석탄발전 등 대형전원이 준공을 앞두고 있는데다 전력수요 저증가율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전력예비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용량價 인상 가시화…찔끔 인상이 문제

가스발전 사태의 단기적인 해결방안인 용량가격. 2001년 동안 묶여 있던 이 용량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에 정부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매듭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이찬열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7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스발전의 경우 원전과 석탄발전에 비해 과세부담이 크고 연료비용만을 고려한 전력시장정산방식으로 가스발전 경쟁력이 저해되고 있다면서 다수의 가스발전사업자가 존립위기에 처해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용량가격 현실화를 가스발전에 대한 최소한의 생존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 의원의 질타에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수준에서 오는 10월 중으로 용량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변동비를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변동비반영시장(CBP)이다. 이 시장에서의 발전사업자는 전력거래소로부터 계통한계가격(SMP)과 용량가격으로 정산을 받고 있다. 특히 용량가격은 건설비용과 운전유지비, 송전접속비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용량가격은 2001년 전력시장 개설 이후 매년 재산정하도록 돼 있으나 한 차례도 조정하지 않았다. 물가인상 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50만kW급 가스발전 투자비용은 지난 2002년 kW당 58만 원, 2004년 57만4000원, 2006년 68만 원, 2008년 74만1000원, 2010년 81만 원, 2015년 114만8000원으로 매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3년 간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김영산 한양대학교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13년 만에 가스발전 투자비용이 2배 이상 늘어났으나 이를 반영해야 할 용량가격은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한 뒤 전력거래소 용역보고서와 제도개선 테스트포스(T/F) 결과 등을 인용해 현재 용량가격인 kW당 7.46원을 12.12원으로 현실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당장 현실화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용량가격을 현실화시킬 경우 한전의 전력구입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 장관이 적절한 수준에서 용량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발언을 두고 가스발전업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으나 ‘찔끔’ 인상에 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용량가격 조정은 비용평가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는데 조정여부를 규칙개정위원회 회의에서 상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규칙개정위원회 회의는 지난 7월 14일, 8월 18일, 9월 13일 등으로 예정됐으나 각각 연기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용량가격 인상범위를 두고 정부가 고민한 흔적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찔끔 용량가격 인상은 가스발전 사태 관련 언 발에 오줌을 누는 겪이라고 가스발전업계는 우려하면서 근원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숨은 비용 반영할 수 있는 제도 필요

가스발전 가동에 따른 숨은 비용을 반영할 수 있는 근원적인 해법을 찾아달라고 가스발전업계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때 대안으로 제한적 가격입찰제도가 떠올랐다. 발전사업자가 정해진 가격에 입찰하는 것이 아니라 상한선 이하에서 스스로 정한 가격에 입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제도의 요지다. 가스발전마다 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고, 그에 따른 비용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합리적인 가격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가스발전업계는 이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 이론적으로 나타날 수 없는 현상, 가스발전이 가동되면 되레 손해를 보는 구조. 이 문제는 제대로 된 비용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스발전업계 관계자는 “가스발전 효율은 복합연비 전의 자동차 연비와 비슷하다”고 설명한 뒤 “급전순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최상의 상태에서 가스발전에 대한 효율을 측정하다보니 가동하고도 손해를 보는 가스발전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스발전 수익은 가동률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때는 가동에 문제가 없었으나 전력예비율이 높아지고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숨은 비용들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제한적 가격입찰제도는 정부에서 검토됐으나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이 문제는 가스발전 사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는 탓에 다시 검토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만 가스발전업계는 그 동안 검토됐던 내용 중 상한선만 두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한선을 두지 않을 경우 다양한 발전전원으로 포트폴리오를 갖춘 사업자들이 저가공세를 감행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더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가스발전업계는 기준 발전기인 가스발전기를 가스터빈과 증기터빈이 복합된 복합발전기로 지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준이 되는 발전기를 고정비용이 현재보다 높은 발전기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무수히 많은 종류의 발전기들이 있어 이를 모두 고려할 수 없다는 점과 현재 기준 발전기인 가스터빈발전기는 한 번도 건설된 적이 없다는 점, 최근 복합발전기가 첨두부하역할을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가스터빈과 증기터빈이 복합된 복합발전기를 기준 발전기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준 발전기 변경으로 용량가격의 비중이 증가해 발전회사 수입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고 계통한계가격 상한이 낮아져 전력도매가격 안정성에도 제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가동 발전설비에 대한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면서 용량시장 개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윤원철 한양대학교 교수는 우리의 전력시장과 미국 북동부지역 전력시장인 PJM을 비교하면서 기동비용의 경우 우리의 입찰비용 요소는 기동연료량과 연료비용만 포함돼 있는 반면 미국 PJM의 경우 ▲기동연료량 ▲총 연료관리비용 ▲기동 유지비용 추가분 ▲기동 인건비 추가분 ▲스테이션서비스(Station-Service)비용 등 다양한 비용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우리의 변동비반영시장과 관련 단기적으로 용량가격 현실화가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용량의무화와 용량시장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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