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최악의 지진 이튿날…원전본부장 도대체 뭘 했나?
[데스크칼럼]최악의 지진 이튿날…원전본부장 도대체 뭘 했나?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9.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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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 김진철 취재팀장-

【에너지타임즈】대한민국 지진기록을 갈아치운 경주지진.

월성원전 현장실무책임자인 본부장은 잔칫날(?)도 아닌데 손님맞이에 아까운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한심하기 그지없다. 언론도 정치인 원전방문을 ‘단독’이란 말을 써 가며 보도했고, 이곳을 방문한 한 정치인은 다른 생수를 달라고 어깃장을 놨다. 이뿐이랴, 보안상 사진촬영이 불가능한 곳에서 절차도 밟지 않고 사진촬영이 이뤄졌고, 가뜩이나 손이 모자란 발을 동동 구르는 현장직원은 의전에 동원됐다. 강진 다음날 원전 현장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지난 12일 19시 44분경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km 지점에서 규모 5.1 지진, 20시 32분경 전진의 진원지와 1km 떨어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지역에 규모 5.8 지진이 각각 발생했다. 이 지진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규모로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당시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했고, 진원지로부터 지근거리에 있던 월성원전과 고리원전을 걱정했다.

아직까지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한수원 자체 매뉴얼에 의거 0.10g(중력가속도) 이상으로 감지된 월성원전 1~4호기만 정밀안전점검 차원에서 수동정지 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원전은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다.

경주지진 발생 이튿날인 지난 13일, 골든타임이 될 수 있었던 이날 경주지진 진원지에서 20km가량 떨어진 월성원전의 최종실무책임자인 본부장은 뭘 하고 있었을까. 현장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날 그는 현장지휘를 뒷전으로 밀어놓고 온종일 월성원전을 방문한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전과 앵무새처럼 같은 말의 브리핑으로 아까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후 원전 내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리원전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월성원전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월성원전 방문은 번지수가 조금 틀리지 않았나 싶다. 산업부 장관이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점검은 너무나 바람직하고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前 대표를 비롯한 거물급 정치인과 의원들이 얼마나 많이 방문했던지 현장직원들은 누가 방문을 했는지 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라고 정신없었던 하루를 기억했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이들 정치인들은 뭘 했나. 이들은 지역주민과 시민들에게 현재 원전상황을 얼마나 잘 전파했는지 등을 질책하고 따져 물어봤다고 한다. 엄연히 컨트롤 타워가 있는데 왜 월성원전과 고리원전에서 따져 물어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원전 인근지역주민의 대피를 걱정했다면 지방자치단체, 원전에서의 상황과 대처방안 등을 걱정했다면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직접 방문해 따져 물어야 했다. 이들이 주민대피와 원전운영, 원전안전 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수원이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주무부처와 규제기관에 제대로 상황보고를 하지 않았거나 이를 감추고 회피했다면 시민들의 눈과 귀가 돼야 할 것이기 때문에 시민을 대표하는 이들의 이 같은 행동은 정당할 수 있다. 그래야만 불필요한 혼란을 막을 수 있고,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 지역주민과 시민들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이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규제기관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질책을 했어야 했다. 이번 경주지진 관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규제기관으로써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3일 위원장의 월성원전 방문 관련 단신자료와 함께 지난 18일 원전이 안전하게 가동되고 있고, 수동정지 한 월성원전 1~4호기에 대한 정밀안전점검을 거쳐 가동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공식자료를 사실상 처음으로 냈다. 원전안전 컨트롤 역할을 하는 규제기관이 경주지진 6일 만에 원전의 상황을 공식화한 셈이다.

그에 반해 한수원은 상황발생 시 시시때때로 관련 자료를 내보내고 휴대폰 문자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원전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도대체 어디가 컨트롤 타워인가.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사업자인 한수원이 안전하다는 것과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하다는 것에서 오는 차이는 무척 크다.

그렇다면 월성원전 본부장은 어디에 있었어야 할까. 바로 현장이다. 정치인들이 본부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던 그 상황실은 강진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공간이 됐어야 했다. 원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긴 하나 2차 피해에 대비해야 했었고, 추가 지진에 대비했어야 했다. 이러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했던 곳이다. 포토 존으로 전락하지 말아야 했던 곳이란 얘기다.

원전 내 현장직원들은 대부분 엔지니어다. 강진이 발생했고, 정상적인 가동이 된다하더라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 이들의 본능이다. 월성원전 본부장은 이들과 함께 현장에 있었어야 했다.

뜻 하지 않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때문에 평소 유관기관과 호흡을 맞춰 훈련을 하고 매뉴얼을 정비한다. 약속된 대응조치가 이뤄지더라도 혼란스러운데 그렇지 않을 경우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번 경주지진 대응과정에서 정치인 방문이란 변수가 발생했다.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시민들은 더 불안했다.

모두가 제자리를 지켜야만 한다. 그래야만 피해갈 수 없는 천재지변이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후쿠시마원전사고도 따지고 보면 결정의 순간에 결정하지 못하는 골든타임을 놓친 탓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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