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정치인보다 한전이 더 국민 편이다
[데스크칼럼]정치인보다 한전이 더 국민 편이다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8.19 13: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취재팀장-
【에너지타임즈】최근 기록적인 폭염에 따른 요금폭탄 논란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매년 때만 되면 불거져오던 이 논란이 이번 참에 폭발한 것이다. 민심(民心)이 예상치 못하게 크게 동요했던 탓이다. 이번 논란에서 한전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 동안 정치인들의 책임은 없었을까. 현재 이들은 폭염으로 부글거리는 시민들의 여론을 등에 업고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연일 한전의 흠집 내기에 앞장서고 있다. 표를 먹고 사는 집단이지만 꼴사납기 그지없다.

현행 전기요금체계에 대한 갈등은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얼마 전 한전이 사상최대적자로 허덕이던 2010년대 초 전기요금 현실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도 조심스럽게 이 문제를 제시했고, 이들은 정치적으로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것을 지적했다.

이 가운데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이번 논란에서 도화선 역할을 했다.

한전은 사상최대적자 행진을 이어가던 2011년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절전을 유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도입한 누진제가 당초 취지와 달리 훼손돼 있다고 보고 전력수급상황과 전력사용량 증가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현행 6단계인 누진제를 절반수준인 3단계로 낮추면서 누진율을 11.7배에서 3배 수준으로 축소하는 등 개선방안을 도출한데 이어 새롭게 누진제를 설계했다. 그리고 2013년 전기요금 조정 시 반영할 방침이었으나 당·정·청이 논의를 중단하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결국 정치인들의 구차한 변명(?)만 남겨 두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는 수면 아래로 조용히 가라앉고 말았다.

이번 논란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한 한전의 사상최대수익도 정치인들의 외면 속에서 촉발됐다. 전력당국과 한전은 전기요금 현실화 차원에서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했으나 정치인으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이 제도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한전의 수익은 결국 전력거래소로부터 구입하는 전력구입단가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데 고정된 전기요금에다 전력구입비용이 줄어들면 흑자를 내고, 반대로 늘어나면 적자를 내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던 것이 바로 연료비연동제다.

최근 5년간 한전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3조5141억 원), 2012년(-3조2266억 원), 2013년(2383억 원), 2014년(1조399억 원), 2015년(10조1657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 2013년부터 한전의 당기순이익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한전의 수익이 2012년에서 2013년으로 넘어가면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 배경은 전기요금 인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고, 이듬해인 2014년과 2015년, 올 상반기까지의 한전 수익은 저유가기조의 영향을 받았다.

한전이 이 제도를 도입했으나 그에 따른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자 이 비용을 손실처리하고 최근 이 제도를 퇴출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한전의 과도한 적자로 도입된 제도였으나 이 제도는 과도한 한전의 수익을 제한하는 역할도 한다.

이 제도가 퇴출되기까지 관심을 가진 정치인은 마무도 없었다. 문제가 됐던 한전의 적자가 해결국면으로 접어들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셈이다.

정치인이 이 문제와 관련 지속적으로 관심만 가졌더라면 오늘의 사태는 오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다.

이 가운데 정치인들은 성난 민심을 등에 업고 한전을 비난하는데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다. 외유성 연수프로그램과 성과급 잔치를 했다는 말들이 이들의 입에서 쏟아지고 있다.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전후사정을 꿰뚫고 문제의 본질을 찾는 게 옳지 않을까싶다.

최근 논란이 된 외유성 연수프로그램을 살펴보자.

한전은 지난 6월 ‘글로벌 메가트렌드 현장교육’ 해외연수프로그램을 만들어 100명의 직원을 선발한데 이어 미국으로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에게 7박 8일의 일정으로 1인당 900만 원을 교육비가 책정됐다.

이 교육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한전의 에너지신산업 때문이다. 한전은 사상최대수익에 따른 여유자금을 정부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에너지신산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관련 예산이 10조 원을 웃돈다.

정치인들의 비난처럼 제대로 된 벤치마킹과 교육 없이 10조 원의 예산을 집행한다면 이 또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 아닌가. 교육대상이 100명이라는 것도 비난하기에 앞서 한전 직원이 2만 명 이상임을 감안해야 옳다.

최근 한전 직원들이 받은 성과급 3600억 원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성과급은 법령에 의거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정해진 산식에 의거 차등으로 지급됐다. 더 속사정을 살펴보면 이 성과급은 공공기관 직원들의 상여금을 십시일반(十匙一飯) 모아 만든 재원이다. 민간 기업에서 많은 수익을 냈다고 받는 성과급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치인들은 이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기에 앞서 본인들이 만들어놓은 법임을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문제가 있다면 원색적인 비난을 할 것이 아니라 법을 개정하면 될 일이다.

이 문제는 또 다시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급부상한 현행 전기요금체계 논란은 한전의 마녀사냥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본질에서 자꾸 벗어날 경우 이 문제는 올 겨울이나 내년 여름에 계속 이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전만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정치인들이 물길을 열어줘야지만 해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전기요금이 정치적으로 결정되고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 아니던가.

한전 직원이 해외교육프로그램을 가지 않고 성과급을 받지 않는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정치인은 무엇이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이번 참에 제대로 된 전기요금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앞서야 할 것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뒤끝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