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논란! 이미 답은 나와 있는데~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 이미 답은 나와 있는데~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8.1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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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4년 전 누진제 개편 추진…결국 당·정·청 논의서 불발
사상최대이익 근원 연료비연동제…제대로 자리 못 잡고 퇴출

【에너지타임즈】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으로 대한민국이 시끌시끌하다. 누진제 탓에 가정의 에어컨은 전시품으로 전락했고, 폭염에 지친 시민들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누진제 관련 여론은 소강되기는커녕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치닫자 정치권이 발끈했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올 여름 최대 이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비난의 화살이 한전에만 집중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짙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전기요금체계 본질의 문제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연 누진제 문제를 한전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당초 계획대로 개편되고, 한차례 도입됐던 연료비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이번 누진제 논란의 확산에 기여했던 한전의 사상최대수익을 거두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름이면 반복되는, 겨울이면 반복되는 누진제 문제. 이미 해답은 나와 있다.



그 동안 동·하계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전력당국인 산업부와 한전은 관련 대책을 마련했으나 번번이 실행되지 못했다. 그러면서 쌓이고 쌓여 오늘의 사태를 불러왔다.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도입됐다. 1차 오일쇼크를 계기로 가정의 절전을 유도하면서 산업용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이 제도는 전력사용량이 많을수록 전기요금 단가가 올라가도록 설계됐다.

현재 누진제는 모두 6단계로 운영되고 있다. 최저요금인 1단계는 kW당 60.7원, 최고요금인 6단계는 709.5원이며, 1단계와 6단계의 전기요금 차이는 11.7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을까. 일본의 경우 3단계(최고·최저 전기요금차이 1.3~1.6배), 미국 2~4단계(1.1~4배), 영국 2단계(0.6배), 호주 2~5단계(1.1·1.5배) 수준에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누진제 논란과 함께 또 다시 산업용과 주택용 간 전기요금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산업용과 주택용 간에 교차보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력판매량 비중은 산업용 56.5%, 주택용 13.6%를 차지한 반면 전력판매금액 비중은 산업용 54.4%, 주택용 15.0% 등으로 집계됐다. 주택용 고객이 산업용 고객보다 전력사용량은 적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전기요금을 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전은 일찍이 가전제품 보급 확대와 대형화에 따른 전력사용량 증가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저소득층이 아닌 1인 가구가 혜택을 보는 등 현행 누진제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한데 이어 2012년 대책마련에 나섰다.

실제로 누진제 1단계 고객실태조사결과 1인 가구와 비주거용 고객의 비중이 각각 42%인 반면 저소득층은 10%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특히 고유가로 전기장판 등 난방용 가전제품 사용이 저소득층에 집중되면서 저소득층이 오히려 누진제로 요금폭탄을 맞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누진제 단계별 주택용 전력판매량은 1단계 3.2%, 2단계 15.1%, 3단계 34.3%, 4단계 35.2%, 5단계 9.0%, 6단계 3.2% 등으로 분포됐다. 냉·난방용 가전제품의 사용이 늘어나는 동·하계에 한시적으로 1~2단계 상승·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당시 한전은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절전을 유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도입한 누진제가 당초 취지와 달리 훼손돼 있다고 보고 전력수급상황과 전력사용량 증가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데 이어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2013년 전기요금 조정 시 이를 반영키로 방침을 정했다.

대안으로 한전은 이 같은 누진제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현행 6단계인 누진제를 절반수준인 3단계로 낮추는 동시에 누진율도 11.7배에서 3배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의 내용으로 누진제를 다시 설계했다.

그러나 서민·저소득층 부담증가와 부자감세 논란 등에 부딪히면서 당·정·청 논의는 중단됐고 지금에 이르렀다.

전력노조는 한전에서 누구보다 누진제 개편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또 조환익 한전 사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진제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력노조 한 관계자는 “공기업이다 보니 한전의 입장이 정부의 입장과 같아 보여 현재 한전의 이기주의로 비춰지고 있지만 한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누진제 개편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면서 “누진제 개편에 대한 절대불가란 정부의 입장과 분명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전 고위관계자도 “누진제는 한전 입장에서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면서 “그 동안 오랜 고민과 함께 대책을 마련해 왔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말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의 또 다른 변수는 한전의 사상최대수익. 이 문제는 불이 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겪이 됐다.

2001년 개설돼 현재 운영되는 전력시장은 발전사가 생산한 전력을 전력거래소에 판매하면 한전은 전력거래소로부터 전력을 구입한 뒤 고객에게 공급하고 있다. 한전의 수익은 결국 전력거래소로부터 구입하는 전력구입단가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5년간 한전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3조5141억 원), 2012년(-3조2266억 원), 2013년(2383억 원), 2014년(1조399억 원), 2015년(10조1657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 2013년부터 한전의 당기순이익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한전의 수익이 2012년에서 2013년으로 넘어가면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 배경은 전기요금 인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고, 이듬해인 2014년과 2015년, 올 상반기까지의 한전 수익은 저유가기조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는 2011년(배럴당 115.76달러), 2012년(123.51달러), 2013년(111.10달러), 2014년(107.93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4년 12월 59.56달러로 급락하면서 현재까지 50달러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단가 중 70%가량을 차지하는 것이 발전연료인데 최근 저유가기조가 이어지면서 연료비가 현저히 줄어 발전단가가 하락하게 됐다”면서 “결국 한전의 수익은 고정된 전기요금에다 전력구입비용이 줄어들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의 저유가기조와 전기요금체계를 유지한다면 한전의 수익은 당분간 이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현행 전기요금체계는 고유가기조에서 한전의 적자, 저유가기조에서 흑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당국과 한전은 2011년 도입을 목표로 2010년 전기요금체계에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당시 이 제도는 기존의 전기요금체계인 기본요금과 전력량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발전단가에 따른 조정계수가 전기요금을 높일 수도 있고, 낮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만 한전은 이 제도를 전기요금체계에 적용했으나 그에 따른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손실처리한데 이어 최근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전력업계 한 전문가는 “전기요금체계에 적용하는 연료비연동제는 세금의 개념이 아니라 생산비용을 반영한 합리적인 요금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하게 되는데 현행 전기요금체계에는 이 기능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언급한 뒤 “저유가기조에 접어들면서 가스요금이 인하되는 효과가 전기요금에는 적용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업계 한 고위 관계자도 “당분간 저유가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고유가기조로 전환될 경우 현재 전기요금체계에서 한전의 적자는 또 다시 제연 될 수밖에 없다”고 현행 전기요금체계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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