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미래 여류작가 고민…중국인인가 한국인인가
조선족 미래 여류작가 고민…중국인인가 한국인인가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8.0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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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문학상 백일장 수상자 14명 여중생 한국전력기술 방문
독립운동가 후손인 박구원 사장 “민족성 잊지 말아 달라” 당부

【김천=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우리나라 문학계 한 획을 그은 민족시인인 윤동주의 뒤를 이어갈 미래의 조선족 여류작가들이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 8박 9일의 일정으로 방한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인연을 맺고 있는 한국전력기술(주) 본사를 지난 27일 방문했다.

이날 방문단은 지난 5월 한국전력기술 지원으로 진행된 윤동주문학상 백일장에서 수상한 14명의 중학생으로, 모두 여학생으로 방문단이 꾸려졌다.

이 백일장은 중국 연변의 용정지역출신인 윤동주 시인의 민족정신을 기리면서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청소년의 우리말 글짓기 역량을 강화하면서 종합적인 자질을 제고한다는 차원에서 2000년부터 중국 길림성·흑룡강성·요녕성·내몽골자치구 등 중국 전역의 조선족 중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열리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은 이 백일장의 주최기관인 연변인민출판사와 지난해 자매결연을 체결하면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이날 방문단이 한국전력기술 본사를 방문해서 처음으로 들린 곳은 최근 오픈한 '열린도서관’. 한국전력기술은 본사를 경북 김천으로 이전한 후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1층 로비에 클린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방문단은 다양한 연령대의 지역주민들이 도서관에서 독서하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쌓여 있는 도서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리고 이들은 본사 곳곳을 둘러본 뒤 전망대에서 폭염으로 지친 심신을 시원한 아이스티로 달랬다.

중국 연변지역은 최고 기온이 26℃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전력기술 직원들은 36℃ 폭염으로 방문단이 지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고 한다.

한국전력기술이란 생소한 회사에 처음 방문했을 때 어색함의 반전은 역시 한류스타. 이들은 중국에서도 실시간으로 우리의 드라마를 시청한다고 한다.

이날 인솔을 맡은 임정혁 한국전력기술 팀장은 연예인 얘기를 꺼냈고, 여기저기서 공유 등 슈터스타들의 이름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폭염으로 지친 심신과 한국전력기술이란 낯선 회사의 어색함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중국 연변에서 왔다는 한 중학생은 장래의 꿈이 기자라고 했다. 기자생활에 관한 당돌한 질문을 던져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서울이 가장 좋다고도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놀이공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인과 한국인의 중간, 과연 우리는 중국인인가, 한국인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삶에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의 고민은 중국의 국적을 갖고 있지만 한국의 말을 사용하는 한민족이라는 것에서의 정체성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조선족은 중국에 거주하는 한민족혈통을 가진 중국의 국적을 가진 주민이란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19세기 중·후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조선인들이 생계를 위해 만주로 이주하면서 군락이 만들어졌고, 20세기 초 일제식민치하에서 새로운 생활터전을 찾아 이주하면서 규모는 크게 늘었다. 윤동주 시인도 같은 경우다. 특히 이곳은 독립군의 활동기반이 되기도 했다. 일본이 패전했으나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이들은 우리나라로 돌아오지 못했고, 현재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남아있는 우리의 동포다.

1층 직원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방문단.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박구원 한국전력기술 사장.

박 사장은 지난 5월 윤동주문학상 백일장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에너지부문 기능조정 등 한국전력기술을 둘러싼 현안 등으로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끝내 중국 연변을 방문하지 못했다.

그가 이 백일장에 관심을 갖는 배경은 따로 있다. 단순히 행사를 지원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최규선 한국전력기술 팀장은 “(박 사장의) 부친이 독립운동을 하셨고 그래서 훈장도 받았다”고 귀띔했다.

박 사장은 이날 방문단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민족성을 잊지 말아 달라, 한민족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에도 윤동주문학상 백일장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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