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판매시장 개방 ‘갑론을박’…구조개편 진영 재연
전력판매시장 개방 ‘갑론을박’…구조개편 진영 재연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7.1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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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로드맵 수립 내년 상반기로 밀리나
침묵 깬 전력노조…올 연말 총파업 예고
전력산업연구회 학자…더 확대해야 주장
【에너지타임즈】정부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전력판매시장 개방이 벌써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소야대의 형국 속에서 야당이 법안으로 이를 저지하겠다면서 관련 법안을 발의한데다 주무부처도 뾰족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중에 수립하겠다던 전력판매시장 개방 로드맵도 내년으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서 전력판매시장 개방 관련 현 정권에서 힘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지난 5일 열린 에너지미래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전력판매시장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 장관의 발언은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측면에서 전력판매시장을 개방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앞으로의 전력판매시장 개방 관련 방향이 담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올 하반기 중으로 수립하기로 했던 전력판매시장 개방 로드맵이 늦춰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야당 한 보좌관은 전력판매시장 개방 관련 정부의 로드맵 수립이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미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력당국에서 발표한 ‘에너지신산업 성과확산 / 규제개혁 종합대책’에 에너지신사업자의 전력판매시장 참여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며, 전력직접구매제도의 진행·성과·추이 등을 분석한 뒤 민간의 활성화 대상·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력직접구매제도가 전력판매시장을 개방하는 과정임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전력판매시장 개방 관련 갑론을박(甲論乙駁)의 새로운 진영이 짜여졌다. 전력산업구조개편 논란의 진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조와 야당은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고, 전력산업연구회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은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야당·노조 반대진영 구축
법안발의와 총파업이 최대 무기


전력판매시장 개방 관련 야당이 법안으로 저지하겠다고 나선 것.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력판매시장 개방 관련 전기사업법 상 이미 개방돼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뒤 한국전력공사의 전력판매 독점권을 명시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최근 밝혔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전기 사업자를 발전·송전·배전·판매·구역전기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사업을 하도록 돼 있다. 다만 민간사업자가 전기판매사업자로 허가를 받기 위해 요청을 하거나 산업부가 이를 허가해준 사례가 없기 때문에 현재 한전이 전력판매를 독점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전력판매시장 개방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높아 공공성을 해치기 때문에 이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행 전기사업법에 전기판매사업자가 한전으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전력판매시장 개방을 원천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전력은 물과 마찬가지로 국가경영과 국민생활에 기초가 되는 100% 공공재의 성격을 띤 매우 중요한 기재”라면서 “정부가 납득하지 못할 이유로 전력판매를 민간에 개방하는 독단을 막기 위해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한 의원은 우원식·정성호·추혜선·박경미·박남순·진선미·박주민·홍익표·김병관·김종훈·이찬열·황희·어기구·김한전·박재호·최도자·송기헌 등이다.

노조의 반발도 본격화됐다.

전국전력노동조합은 정부에서 강행하는 전력판매시장 개방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로드맵을 수립한데 이어 지난 7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이 안건을 확정한데 이어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다.

전력노조는 전력판매시장 개방 관련 산업부가 로드맵을 발표할 것으로 점쳐지는 오는 12월에 총파업의 디데이로 정했다. 다만 산업부에서 전력판매시장을 강행할 경우란 단서를 달았다.

특히 전력노조는 투쟁에 필요한 체질을 강화한 뒤 정부를 압박하고, 조직을 비상체제로 전환한 뒤 투쟁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총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전력노조는 오는 9월까지 정책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노조 간부의 결의대회, 조합간부 투쟁조끼 착용, 에너지공기업 연대 추진 등 투쟁에 필요한 체력을 키운다. 또 오는 9월부터 국정감사 피켓시위와 조합간부 1인 시위 등에 이어 조직을 비상체계로 전환하면서 오는 10월 지역규탄집회, 11월 연대집회 등을 거쳐 총파업에 이르게 된다.

노경열 전력노조 홍보국장은 “이날 중앙위원회에서 전력판매시장 개방 관련 결사반대를 결의했다”면서 “당장 총파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로드맵 수립 기간 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투쟁의 강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硏·전력산업연구회
찬성진영 구축…정책에 힘 보태


반면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전력산업연구회 소속 학자들은 정부의 전력판매시장 개방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 등 에너지신산업 투자를 조건으로 대규모 수용가의 전력직접구매제도 활성화 등으로 사업자의 전력판매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확대시키는 것으로 정부의 방침이 정해진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과 대기업 특혜시비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에너지신사업사업자의 전력판매시장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산업통장자원부의 이 같은 입장과 관련 편익으로 소비자선택권 확대와 전기요금 인하효과 존재,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촉진 등 에너지신산업 활성화에 효과가 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소비자선택권의 확대와 다양한 전기요금 메뉴가 출현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남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은 “대규모 수용가는 자신의 부하패턴과 전기요금 등을 감안할 때 전력거래소로부터 직접구매를 선택할 수 있어 소비자선택의 확대효과가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은 “대규모 수용가의 경우 지능형원격검침인프라(AMII)가 이미 설치돼 있어 실시간과 개별부하패턴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판매사업자의 등장이 가능해지고 이들 판매사업자는 다양한 전기요금 메뉴를 설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효율적인 전력소비와 전기요금 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실장은 “전력직접구매에 참여하는 대규모 수용가의 합리적인 선택에 의해 효율적인 전력소비와 전기요금 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2015년 기준 산업용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은 109%가량에 이르고 전력직접구매에 대규모 수용가가 참여할 여지가 존재하고, 대규모 수용가의 부하패턴을 반영한 전기요금제도 도입과 결합될 경우 전력계통 안정성 상승, 총 공급비용의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기요금 인상 우려는 전력판매시장 참여 확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력산업연구회 소속 학자들은 되레 전력판매시장 개방 폭을 더 확대함으로써 경쟁도입의 효과를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윤원철 한양대학교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신산업 대책 관련 전력판매시장 진출허용을 에너지신산업사업자인 신재생에너지사업자로 제한한 점은 전력판매시장의 개방효과를 제약할 수 있어 정책의 실효성이 감소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윤 교수는 “에너지신산업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통한 경쟁도입과 소비자선택권 확대를 위해선 전력산업구조개선에 대한 로드맵을 보다 전향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욱 숭실대학교 교수도 이 자리에서 전력판매시장 개방을 민영화로 오해하고 있다면서 전력판매시장에서의 부분적인 경쟁도입과 소비자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전기요금제도를 제공하기 위해선 전기요금에 대한 규제가 함께 완화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교수는 전력산업이 급변하면서 전력수요는 정체되고 있고, 친환경설비가 요구되고 있으나 전력시장운영과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효율성이 낮아 현재 전력거래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손 교수는 직접구매자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다수의 사업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양방향입찰의 초기단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전력시장에서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실제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조성방안이 앞으로의 후속대안에 잘 반영돼야 할 것”이라면서 “전력판매경쟁을 도입하려는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을 명시하고 이를 구체화함으로써 참여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는 정부의 전력판매시장 개방은 한전의 판매부문 분할이나 민영화와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한 뒤 전력판매시장 개방은 경쟁을 통해 소비자 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교수는 전력판매경쟁의 경우 전기요금 인상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최근 영국의 전기요금 인상을 전력판매경쟁의 후유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 뒤 영국의 전기요금 인상은 2010년에 도입된 기후변화세·부가가치세·하이드로카본세 등과 같은 미래지향적 전력산업으로 전환하는데 소요되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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