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난방기술 매각…노조 총파업 결의하게 된 배경?
지역난방기술 매각…노조 총파업 결의하게 된 배경?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6.2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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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실업 발전사업 포트폴리오 큰 그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직원
우선매수청구권 사모펀드에 우선…태광실업 실제 지분 1%도 안 돼

 【에너지타임즈】최근 정부의 기능조정에 지역난방공사에서 보유한 50%의 지역난방기술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지역난방기술노동조합이 이번 매각과 관련 기업을 인수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 뒤 다시 되파는 바이-아웃(Buy-Out) 사모펀드의 투기자본이란 의혹을 제기하면서 집단행동을 결의했다.

정부는 우리나라 집단에너지 기술보급 등을 위해 한국지역난방기술(주)을 설립됐으나 현재 집단에너지 관련 설계시장에서 4곳의 민간 기업이 활동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지난 14일 이 회사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지역난방기술노조 조합원들은 사표를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그리고 지난 24일 노동쟁의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122명 중 102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중 98%인 100명의 조합원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노동쟁의가 가결됐다.

노조가 총파업 결의란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든 배경은 바이아웃 사모펀드형태, 일명 ‘먹튀자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난방기술은 1991년 지역난방공사와 핀란드 포리(POYRY)에서 2억 원씩 투자해 모두 4억 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됐으며, 2015년까지 무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은 44억 원으로 1100%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핀란드 포리에서 보유한 지역난방기술 지분 50%가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전문회사로 매각됐다. 당시 지역난방공사는 지역난방기술 지분 50%를 보유함에 따라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채관리차원에서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

박동민 지역난방기술노조 위원장은 “당시 직원들은 태광실업에서 (핀란드 포리에서 보유한 지역난방기술 지분 50%를) 인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매각되기 얼마 전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에서 매각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한국발전기술이란 회사가 지분매입을 주도하게 되는데 이 회사의 대표이사와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의 대표가 동일인이다. 이승원 사장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친인척관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발전기술은. 이 회사는 발전설비 운영·정비 등을 수행하는 한국남동발전(주)의 자회사였으나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상화대책에 의거 부채감축의 일환으로 매각대상에 올랐다. 2014년 5월 태광실업은 이 회사를 전격 인수하게 된다.

박 위원장은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에서 지역난방기술 지분 50%를 매입한 직후 한국발전기술 사장이자 이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전문회사 사장인 이승원 사장과 면담의 시간을 가졌다.

박 위원장은 지역난방기술의 지분을 매입한 배경에 대해 물었고, 이 사장은 한국발전기술을 운영하다보니 지역난방기술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고, 태광실업이 베트남 석탄발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등 발전설비 운영·유지보수 등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태광실업은 이미 베트남 발전시장에 진출해 있는데다 최근 베트남 남딘(Namdinh)지역에 240만kW 규모의 석탄발전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지난 3월 쩐 다이 꽝(Tran Dai Quang) 베트남 국가주석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이 프로젝트는 잠시 주춤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 한국전력기술이 설계, 포스코건설이 EPC(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사실상 선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한 소식통은 이 프로젝트 관련 조만간 공식화될 것이란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태광실업이 지역난방기술을 인수할 경우 이 프로젝트 관련 한국전력기술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일부 설계부문을 맡게 하고 한국발전기술에서 이 프로젝트의 운영·유지보수를 담당하게 된다면 태광실업은 발전사업과 관련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앞으로 베트남 발전시장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국내외에서의 관련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살펴보면 정부가 지역난방기술을 매각대상에 올렸고, 이미 지분을 보유한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이 주어진다. 지역난방기술노조 측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에서 매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태광실업의 이 같은 큰 그림에도 불구하고 지역난방기술 직원들은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지역난방기술노조는 태광실업에서 발전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었다면 한국발전기술처럼 기업을 인수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모펀드로 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의 펀드출자자(Limited Partner)로 새마을금고에서 70.4%인 95억 원, 기업은행캐피탈에서 28.9%인 39억 원을 투자해 99.3%의 지분이 집단에너지 수행경험이 없는 금융권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 펀드운용자(General Partner)로 이승원 사장 지분이 0.7%인 1억 원이라고 지역난방기술노조 측은 주장했다.

이들은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 측에 앞으로의 발전방안에 대한 경영설명회를 요청했음에도 불응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아웃 형태의 투기자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박 위원장은 “지역난방기술의 우선매수권이 캡스칼리스타사모펀드에게 있는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지분을 매각을 강행한다는 것은 25년간 부모를 부양한 자식을 동네 불량배에게 분가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이 같은 비정상적인 정부의 결정을 따를 수 없어 총 사표와 총파업으로 공공성과 생존권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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