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원자력문화재단! ‘정리’보다 ‘가치’ 먼저 살펴야
[데스크칼럼]원자력문화재단! ‘정리’보다 ‘가치’ 먼저 살펴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5.20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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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 김진철 취재팀장-
【에너지타임즈】요즘 에너지업계는 기획재정부 기능조정으로 어수선하다. 원자력문화재단도 기획재정부 기능조정 수술대에 올랐다. 극단의 처방인 조직을 정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원자력문화재단. 실제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조직이다. 왜냐하면 원자력산업에서 유형의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리된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껴지는 부분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원자력문화재단의 가치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원자력문화재단의 가치는 원자력 관련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싶다. 원자력 관련 정보를 국민들이 알기 쉽게 순화시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원자력문화재단에게 주어진 책무다. 원자력을 둘러싼 논란에서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정확한 정보전달, 그리고 원자력 관련 문화를 주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등이 원자력문화재단의 순기능인 셈이다.

이중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은 여론을 주도하는 필수요소다. 이 측면에서 원자력문화재단의 가치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동안 국회 등은 원자력문화조성 관련 원자력문화재단의 역할과 원자력산업계의 역할이 중복된다면서 원자력문화재단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심심찮게 해 왔다. 원자력문화재단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원자력문화재단의 가치는 최근 들어 더 부각되고 있다. 왜냐하면 여론을 움직이는 환경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현재 여론을 주도하는 방식은 크게 바뀌었다. 익명성과 대중적인 전파력이 큰 소셜네트워크의 힘이 강해졌다. 술자리나 모임 등에서 어떤 논란이 발생될 때 설전만 오가던 것이 예전의 분위기였다면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논란을 마무리 짓는게 요즘의 분위기다. 쉼 없이 울려대는 스마트폰의 알림소리. 따라서 온라인 콘텐츠는 여론을 움직이는 강한 힘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산업부나 원자력산업계가 여론을 주도하겠다면서 내놓는 내용을 살펴보면 가관이 아닐 수 없다. 포털에서 ‘원전’이나 ‘원자력’을 검색해보면 반핵단체의 검증되지 않은 루머 등과 함께 원자력 관련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등이 도배를 한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원자력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필요는 하겠지만 사회공헌활동 등으로 원자력 관련 여론을 우호적으로 이끌어낼 수 없다. 관련 정보도 원자력 관련 종사자마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문성을 띄고 있다. 이게 바로 원자력 관련 문화의 현실이다.

실제로 정부나 원자력산업계에서 신문사에 제공하는 해명자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기자도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반박했다’나 ‘해명했다’ 등으로 기사를 마무리 짓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관련 논란이 휩싸일 때마다 반핵단체에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국민들은 이를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받아들였다. 그렇다보니 여론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원자력업계는 논문 수준에 가까운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국민에게 제공해 왔다. 요즘은 읽는 것도 귀찮아하며 사진이나 그림으로 정보를 얻는 세상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원자력문화재단은 뭘 했을까. 1992년 설립 이후 24년이나 흘렀다. 지난 24년 동안 원자력문화재단이 만들어낸 온·오프라인 콘텐츠는 얼마나 될까.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적인 예로 원자력문화재단 측은 공식 페이스북이나 블로거 등을 통해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한 뒤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관련 홈페이지를 접촉하는 등의 과정을 거칠 만큼 우리 국민은 부지런하지 않다. 포털에서 콘텐츠를 접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 동안 원자력문화재단은 문화를 만들겠다면서 교사·학부모·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교육에 집중하는 것도 요즘 같은 세상에 맞지 않다. 전파력이 얼마나 될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원자력문화재단은 환경변화에 따른 스스로의 가치를 찾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왜 그랬을까. 역대 이사장 중 관료 아니면 일명 낙하산인사로 모두 채워졌다. 원자력문화재단이 스스로의 가치를 찾는데 상당한 걸림돌이 됐을 것으로 손꼽힌다.

원자력문화재단의 문제점은 존재의 가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같은 외적인 요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 기능조정은 유형의 생산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세월호 사태 당시 정부가 해양경찰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해양경찰을 해체하고, 수학여행을 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수학여행을 자제시켰다. 이를 두고 진보진영이나 국민들은 무능한 정부라고 질타한 바 있다.

원자력문화재단도 마찬가지다. 기관의 가치가 있음에도 유형의 생산물을 생산하지 못했다고 해서 정리한다는 것,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얼마 전 편한 자리에서 만난 김호성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은 온라인 콘텐츠 개발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반핵단체 등에서 만들어낸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콘텐츠에 대항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적어도 국민이 양측의 온라인 콘텐츠를 접한 뒤 정확한 정보를 얻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반핵단체 등의 집회 등의 오프라인 공간보다 더 관심을 가져할 곳은 온라인 공간이라면서 검증되지 않은 루머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 동안 개발한 콘텐츠가 빛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해선 못내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그 동안 원자력문화재단에서 만들어낸 콘텐츠를 온라인 콘텐츠로 전환시키고, 단순한 전문가 회의도 국민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젊은 층의 여론주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팟-캐스트(Pod Cast) 방송까지 검토 중이라고도 말했다.

이제 원자력문화재단은 스스로 가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지금도 반핵단체 등을 중심으로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자력문화재단을 정리하겠다는 것, 과연 바람직한 방향일까. 원자력 관련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면 국민은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콘텐츠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원자력문화재단을 정리한다면 기획재정부는 50억 원의 예산을 줄였다고 성과를 홍보할 수 있겠지만 그로인한 갈등비용 상승 등으로 더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는 뜻이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지속성이 유지돼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을 감안할 때 원자력문화재단이 만들어내는 온라인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획재정부가 원자력문화재단을 정리하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기 전에 이 기관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분석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능조정은 유형의 생산물을 생산하지 못한다고 해서 정리하는 등 단편적인 진단보다는 해당 기관이 스스로 가치를 찾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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