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설계감리업계…등 돌린 산업부에 ‘왜 그러니 너?’
전기설계감리업계…등 돌린 산업부에 ‘왜 그러니 너?’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4.12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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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발주 의무화 한 관련 법률안 산업부 반대로 사실상 폐기돼
공문으로 공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등 돌린 것에 업계의 분노 커

【에너지타임즈】최근 전기설계감리업계와 산업부가 전기설계감리 분리발주에 대한 입장을 두고 등을 돌렸다.

그 동안 전기설계감리업계의 숙원사업인 분리발주 필요성에 공감의 입장을 취해왔던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1월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률안소위원회에 전기설계감리 분리발주 의무화 법안을 상정한 자리에서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내놨다.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은 법안통과를 위해 정부를 압박했다.

전기설계감리업계는 국민의 안정을 위협하는 불합리한 체계개선을 국회에서도 지지하는데 정작 이를 관할하는 산업부가 방관하는 것과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앞서 산업부가 전기설계감리 분리발주의 필요성을 담은 공문을 두 차례나 발송했고, 업계는 이를 산업부가 긍정적인 입장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산업부가 배신했다는 것에 업계는 더 흥분하는 분위기다.

등을 돌린 이들이 서로의 입장을 정리한 가운데 20대 국회가 구성되면, 2라운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상봉 한국전기기술인협회 회장은 지난 2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의원입법으로 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산업부가 이를 반대해 통과되지 못했고 언급한 뒤 앞으로 구성될 국회에서 다시 입법을 추진할 것이란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전기설계감리업계와 산업부가 등을 돌리게 만든 갈등의 출발점은 1995년.

당시 국민의 안전에 해당하는 전기부문의 설계·감리·안전관리 등의 체계적인 연구개발 육성과 통합발주로 인한 문제 등을 해결할 것으로 전망되는 ‘전력기술관리법’이 제정됐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법안이 제정돼 적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만 이 법을 준수할 뿐 대다수가 지켜지지 않음에 따라 2013년 6월 전기설계감리 분리발주를 의무화한다는 ‘전력기술관리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이 개정(안)은 발주자가 전력시설물 설계용역과 감리용역을 발주할 때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전력시설물 중 전기시공부문만 분리발주가 의무화돼 있다.

최근 산업부가 전기설계감리 분리발주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전기설계감리업계는 국회에서도 지지하는데 정작 업계를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산업부가 방관하고 있다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 동안 업계는 1만 개에 달하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전기설계면허를 보유한 업체는 0.4%인 40개 남짓이라면서 이 법안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전기설계감리업계와 산업부가 등을 지게 되는 결전의 날은 제337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률안소위원회가 열린 2015년 11월 19일.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이었던 문재도 차관은 이 자리에서 공식적인 반대의견을 냈다.

그는 다양한 공사가 혼재된 건축물의 경우 발주자의 추가 행정적인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전기설계감리 분리발주가 현재로선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에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뒤 안전사고 관련 부실시공에 따른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전기설계감리 분리발주가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또 분리발주를 한다고 해서 시장이 교란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산업부가 반대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답변에 나선 문 차관은 현재 건설공사 시스템 상 전기설계를 별도로 하는 것은 오히려 책임을 이원화하는 등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영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통합발주로 하도급업체에 저가하도급이 발생하는 등 설계의 안전성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의원은 전기설계감리 분리발주 의무화가 안 돼 있는 탓에 실제로 10%에 하청을 주거나 40~50%에서 하도급을 주는 경우도 태반이라고 실태를 제시하면서 산업부가 발주자 추가 행정적인 부담 등 시장과 경제의 논리로만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건축업자가 전기자격증 갖고 있는 사람이 한명만 있어도 발주를 받을 수 있고, 이들이 수주한 뒤 하도급으로 주고 있다며 합리적이냐고 물었다.

문 차관은 이 부분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그래서 전문성 있는 기관이 설계부터 감리, 공사까지 모든 것을 다하는 통합발주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안전에 대한 책임이 이원화되면 되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재 의원(새누리당)은 산업부가 반대하는 것인지 국토교통부가 반대하니까 그걸 받아서 반대하는 것인지를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절차가 다소 복잡해지겠지만 원가가 상승한다고 하는데 왜 원가가 상승 하느냐고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문 차관은 분리발주를 하면 그에 따른 행정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원가가 올라간다고 답변했다.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해외사례를 예로 들어 설계·시공·감리 등을 분리시켜 발주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란 주장을 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의원들은 안전 등의 문제를 손꼽으면서 전기설계감리 분리발주를 강조한 반면 산업부가 원가인상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부의 이 같은 입장에 전기설계감리업계가 산업부를 규탄하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지난 2월 23일 한국전기설계협의회·한국전기감리협의회·한국건축전기설비기술사회·한국발송배전기술사회 소속 전기인 450여명은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전기부문 설계·감리 분리발주 쟁취를 위한 ‘전기인 총궐기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불법하도급을 조정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통합발주를 바뀌기 위해 국회가 관련 법안을 개정하려 했으나 산업부가 전기부문 설계·감리의 분리발주를 막는 등 불법하도급을 방관한 것을 규탄했다.

마광민 전기설계협의회 회장은 “전기부문 설계·감리업계 숙원인 분리발주에 대해 우리 업계를 육성·보호·발전시켜야 할 산업부가 오히려 반대를 하는 것에 울분을 참지 못해 집단행동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기부문 설계·감리·안전관리 등의 연구개발 육성과 발전, 통합발주로 인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1995년에 전력기술관리법이 제정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면서 “일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지키지 않아 명확한 분리발주를 의원입법으로 추진했으나 이를 해당부처인 산업부가 반대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전기설계·감리업계가 산업부에 강한 실망감을 느끼게 된 배경은 뭘까.

이들은 이 법안이 발의된 당시에만도 산업부가 찬성 입장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지식경제부(現 산업통상자원부)가 2010년 11월과 2012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보낸 공문을 근거로 제시했다.

먼저 2010년 11월 접수된 공문은 전력기술관리법에 의거 전력시설물 설계용역은 설계업자에게 발주하도록 하고 있고 전력시설물의 설치·보수공사 발주자는 공사의 품질확보와 향상을 위해 감리업자에게 공사감리를 발주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기설계·감리용역은 건축 등 다른 용역과 분리해 발주하는 것을 의미하고 대가는 전력기술관리법 운영요령에 따라 산출해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2012년 6월에 접수된 공문은 전력시설물의 설계용역은 설계업자에게 발주하고 감리용역은 감리업자에게 발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 용역은 다른 용역과 분리해 발주하는 것이 이 법의 제정취지라고 정의했다.

전기설계·감리업계는 분리발주의 필요성을 공문으로 강조했던 산업부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한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12월 산업부를 항의 방문해 간담회 개최를 요청했고, 지난 1월 또 다시 간담회 개최 요청하는 공문서를 발송하기도 했으나 답변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등 돌린 전기설계감리업계와 산업부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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