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안전기원제…또 다른 의미 ‘동행’
전력거래소 안전기원제…또 다른 의미 ‘동행’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2.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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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력거래소 중부지사 전력계통·EMS 안전기원제>
제수 골고루 가방에 나눠담고 정상으로 ‘고고씽’
비용 최소화하면서 정성 부족하지 않도록 준비
산신령에게 안정적인 전력계통 정성 모아 기원
직책·직위 떠나 서로 챙겨주고 보듬어주며 소통


【천안=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우리나라 전력계통의 심장은 전남 나주에 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또 하나의 심장이 충남 천안에도 있다.

지난 30일 전력거래소 중부지사 직원들은 ‘2016년 전력계통·EMS 안전기원제’를 위해 은석산(충남 천안시 소재) 정상에 올랐고, 산신령에게 몇날며칠 정성스럽게 준비한 다양한 제수(祭需)를 대접했다. 올해도 안정적인 계통운영을 하게 해 달라는 뇌물이다.

은석산(銀石山)은 해발 455미터로 금북정맥(金北正脈)인 엽돈재에서 분기된 작성지맥으로 정상에는 조선시대 암행어사로 많은 일화를 남긴 어사 박문수 묘소가 있어 유명한 곳이다. 특히 이 산은 우리나라 전력계통의 또 다른 심장인 전력거래소 중부지사를 품고 있다.


이 자리에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짬을 낸 조종만 전력거래소 계통본부장과 김명웅 전력거래소 중부지사장 등을 비롯한 전력거래소 중부지사 직원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이 산의 아랫마을에 위치한 어사 박문수 제실에서 출발했다.

입사 1년의 신입직원부터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들은 제수를 골고루 가방에 나눠 담은 뒤 등반에 나섰고, 젊은 직원들은 등산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등산에 오르는 젊은 혈기를 과시하기도 했다.

김명웅 지사장은 “안전기원제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전력계통을 운영할 수 있도록 산신령에게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것도 있지만 종교를 떠나 평소 직원들과 함께 할 수 없었던 소통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직원들이 급여에서 사회공헌활동 일환으로 기부한 기금 중 일부를 재기와 재수를 구입하는데 사용하고 있어 직원들의 정성이 모아진 것”이라면서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정성이 부족하지 않도록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전력거래소 중부지사는 우리나라 전력계통 운영에 어떤 의미일까. 이명희 전력거래소 중부지사 부장에게 들어봤다.

이 부장은 “전력거래소 중부지사는 모두 21명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평시에는 비수도권 154kV(전체 60%가량)를 운영하고 중앙관제센터가 뜻하지 않은 이유로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못할 경우 중앙관제센터 기능이 중부지사로 이관돼 운영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주에 있는 중앙관제센터 불능과 동시에 본사 인력이 상경하는 4시간 30분가량 전력계통을 지키는 역할이 중부지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부장은 “아직 중부지사가 운영된 후 한 번도 실전에서 가동(훈련 제외)된 적은 없지만 직원들은 새벽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제일 두려워하고 있다”고 늘 긴장상태를 늦출 수 없는 현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중앙관제센터 불능의 초동대응 일선에 있기 때문에 평상시 비상소집 등의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군대에서 5분 대기조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등산을 좋아한다는 조종만 본부장과 김명웅 지사장 등 고참 직원들은 은석산 정상을 오르는 1시간 30분 남짓, 젊은 직원들의 보폭에 맞춰 일과생활에서 할 수 없었던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직원들의 개인사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이 새로웠다.

서로를 의지하면서 정상에 오른 이들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전력거래소 중부지사 방향으로 제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전력거래소 중부지사의 유일한 홍일점인 김지연 직원은 종갓집 맏며느리 역할을 했다. 그는 젊은 직원들과 직원들이 나눠 짊어지고 온 제수들을 꺼내 정성스럽게 은석산 산신령에게 바칠 제상을 차려냈다.

돼지머리를 공수하는 것보다 돼지의 귀와 머리고기를 공수해 거품을 뺐고, 먹음직스러운 시루떡에 갖가지 떡을 비롯해 한 직원의 고향에서 공수한 홍어회까지 다양한 제수들이 제상에 올랐다.

제상이 차려지는 동안 임채완 차장 등 일부 직원들은 온 길에 쓰레기를 줍는 등 환경정화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뒤 시작된 안전기원제. 조종만 본부장이 제상 앞에 공손하게 무릎을 꿇었고, 이번 안전기원제 준비과정을 지휘한 임채완 차장은 축문(祝文)을 읽어 내려갔다.

이들 직원들은 은석산 산신령에게 올해도 변함없이 안정적인 전력계통운영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정성스럽게 기도했다.

이 자리에서 조종만 본부장은 “2014년 본사를 나주로 이전하면서 중앙관제센터에 국산화한 K-EMS를 설치했다”면서 “아무래도 이 설비를 모든 계통에 적용하는 것이 처음인 탓에 우려가 컸으나 안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후비급전소인 중부지사가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어 그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중부지사 직원들의 역량이 객관적으로 크게 늘었다는 것을 각종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 본부장은 우리나라 전력계통의 안정적인 운영과 함께 중부지사 직원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안전기원제를 마친 이들은 지나가는 등산객들과 함께 제수를 함께 나눠먹으며 환담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하산하면서도 직책과 직위를 떠나 서로를 챙겨주고 보듬어주는 모습에서 동행의 또 다른 의미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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