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설계 일부 민영화?…기술자립 ‘역주행’ 우려 커
원전설계 일부 민영화?…기술자립 ‘역주행’ 우려 커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1.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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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원전설계 중 상세설계 민영화 검토
실효성 물음표…기술노하우 사양될 가능성 커
설계 신뢰성 낮아지면서 수출경쟁력 약화 초래

【에너지타임즈】최근 기획재정부에서 추진하는 에너지부문 기능조정 관련 원전설계 일부를 민영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원전업계가 그 동안 추진한 원전기술 자립한 정책을 역주행하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원전설계를 불구로 만들 수 있다는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29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에너지부문 기능조정의 일환으로 한국전력기술에서 추진하는 원전설계인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중 상세설계를 민영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기술 고위관계자는 이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을 아끼는 등 보안에 바짝 신경을 쓰는 눈치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전업계는 크게 우려하는 눈치다. 그 동안 추진했던 원전기술 자립정책에 역주행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크다. 심지어 원전설계를 불구로 만들 수 있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원전수출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원전설계는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 발주하면 한국전력기술에서 이를 수주해 수행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현재 검토 중인 방안은 한수원에서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를 분리발주하거나 한국전력기술이 현재처럼 수주한 뒤 아웃소싱을 하는 방안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원전설계 중 상세설계 민영화는 그 동안 원전설계 독립을 위해 축적한 기술노하우의 사양화를 의미한다고 원전업계는 입을 모은다. 고리원전 1호기 건설 이후 추진됐던 원전기술자립정책이 역주행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원전기술자립정책은 원전을 하나의 완성체로 만드는 정책이었다면 원전설계 중 상세설계 민영화는 원전기술자립정책의 기본을 반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기술 퇴직 고위관계자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전력기술이 공기업 형태로 남아있었던 배경은 원전설계를 하나의 완성체로 만들어가기 위한 기술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원전설계를 일부분 민영화하는 것은 (한국전력기술) 전체를 민영화하는 것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가스발전 설계의 절반가량이 민간에서 추진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원전설계가 이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설계는 가스발전설계처럼 상대적으로 관련 설비를 단순하게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등이 유기적인 관계로 얽혀 있어 이 설계부문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원전설계 중 상세설계를 민영화할 경우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수 없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되레 한국전력기술에서 축적한 기술노하우만 사양될 수 있다는 것.

원전업계는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술노하우에 대한 유출만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원전설계 중 상세설계가 차지하는 부분은 최소 40%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전설계 중 상세설계가 민영화된다는 것은 한국전력기술의 기술노하우가 민간에 이양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국내 원전설계시장은 현재 확정된 천지원전 1·2호기만 계획돼 있는 탓에 관련 시장이 팽창할 수 없는 등 시장이 턱 없이 작다는 것.

원전설계 중 상세설계 기술노하우를 가진 한국전력기술 기술진들이 민간으로 대거 자리를 옮긴 뒤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그 동안 축적된 기술노하우가 사장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전력기술 출신 관계자는 “한국전력기술이 원전설계 후 운영사인 한수원에 원전설계 전체를 이관하게 되며, 한국전력기술은 종합엔지니어링인 기술노하우를 갖게 되는 구조”라면서 “원전설계의 핵심은 이 기술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에 있고, 문서 등으로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한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할 경우 원전설계는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원전에 대한 신뢰성은 그 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원전설계 중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는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원전업계 고위관계자는 “원전설계의 핵심은 신뢰”라면서 “원전설계를 단순하게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등으로 구분 짓는 것은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보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전 발주사가 설계를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등으로 나눠 발주하는 경우도 없고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하는 경우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뿐만 아니라 원전업계는 원전설계 붕괴는 원전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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